소소한 일상/마음으로 이해하기
여행의 말미
Yildiz
2014. 1. 29. 12:31
흙먼지로 누래진 흰색 운동화
발바닥과 발 뒤꿈치에 연사로 갈긴 모기의 흔적들
지금까지 잃어버리지 않고 이곳까지 온 나의 귀중품들과
누군가 내게 준 기념비는 부적처럼 지니고 다니고
진즉에 잃어버렸어야 했을 내 고집과 욕심과 어리석음을
더러운 강물과 깜깜한 밤 하늘 아래에 조금 덜어내고 온 것 같긴 한데,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될 것들에 대해 소홀했던 나의 부주의와 스스로를 지키지 못한 약함
즐거운 웃음보다는 눈물과 짜증과 분노가
생애 어느때보다 농축되어 믹서기에 갈린듯한 기분이지만
그래도 그런 것들을 지나고 나니,
난 더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게 되고,
내가 사는 세상의 틀은 예전보다 재밌는 꼴이 되었다.
여행의 말미에서-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와
돌아갈 곳에 있을 사람들에 대한 향수와
떠나온 곳들에 대한 미련과
떠나온 길 위에 남겨둔 한숨과
떠나온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도 함께 배낭 위에 얹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