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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자, 청춘!
남들 벚꽃 만개한 사진 찍을 때, 난 안 찍겠노라 했지만. 동산 한 켠에서 미친듯이 바람이 불어와 흩날리던 벚꽃잎을 차마 외면하지 못했던. 벚꽃이 지기 시작했던 4월의 어느 날. 미지근한 사진 같지만 ... 이미 성큼 떠난 봄을 위하여. 뒷북 쿵 쿵 쿵 :) -2011년, 4월 봄날에, 충남 공주 (p.s. 사실 뭐라도 끄적이고 싶어서 포스팅. 봄은 핑계...? ㅋㅋ)
5월 8일 아침 7시 5분 계단을 내려오는 사이 지하철 한 대가 가버렸다. 조금만 서둘렀다면, 탈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네가 필름을 테스트 한답시고 열심히 뷰파인더를 들여다본다. 어떤 할머니가 내게 아주~ 가깝게 다가와 카메라를 보며 무언지 되게 궁금해하신다. 교회 소책자를 내게 권하신다. 엄청난 경계심이 동하여 자리를 살짝 옮긴다. 7시 15분 지하철 안 자리에 앉자마자 카드케이스를 찾기 시작한다. 어디에 뒀는지 확인해야할 것 같아서다. 전철역 입구에서 체크카드를 카드기에 찍고 바지 오른쪽 주머니에 쑤셔넣으면서 '좀이따 가방에 넣어야지.' 생각했던 것까지 기억이 나는데... 가방 앞 주머니에도, 바지 주머니에도. 체크카드가 ... 없다. 아무리 뒤져봐도. 없다. 아, 이게 무슨 날벼락이람. 7시 2..
5월 7일 늦은 밤 동네 전철역 입구 iso 200 네가필름, 처음 써본 날. 나비공장 씽씽공장 1st 공연 보고 늦은 귀가. 꽃장수의 밤은 그 어느날보다도 길다. 5월 8일 아침 7시 9시간전과 같은 자리 오랜만에 고향 가는 날. 산뜻한 아침 기운 맞으며 시작한 하루, 꽃장수의 아침은 그 어느날보다도 부지런하다. 아. 모든게 완벽했다. 이때까지는. 체크카드를 잃어버리기 전까지는. ... (다음편에 계속)
일주일 전에 찍은 사진. 스캔 받은 사진을 확인하곤 혼자 키득키득 웃었다. 지금까지 보아온 어떤 이미지를 생각나게 하는데 딱 잘라서 표현하기가 어렵다. 일주일이랑 시간이 지난 터라 내가 왜 이렇게 구도를 잡았는지 까마득하고, 셔터를 누린 순간도 가물가물하다. 내가 카메라를 들이내니 웃어주신 건지 할머니 친구를 보며 웃으시는 건지 모르겠다. 글로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이 묘한 웃음을 담은 사진이 재밌어 또 혼자 키득키득 웃는다. 우리 할머니, 참 매력적이야.
스페인에 온 기념으로 스페인어로 된 책 하나 사고 싶어서 서점을 기웃거리다가 론니 플래닛 스페인 편에서 바르셀로나 대학 근처에 여행 전문 서점이 있다는 정보를 발견했다. 그래서 찾아간 곳! 천장에는 지구본이, 벽면에는 세계지도가 가득! 이런 꿈같은 신세계가 있다니. 너무도 많은 책들이 있어 조금 현기증이 나지만, 더 큰 세계를 향한 꿈을 키울 수 있는 이곳이 정말 탐난다. 나도 BCN 시민이라면, 여길 단골 식당 드나들 듯 할텐데. 쩝. 전 세계 나라별로 여행 서적이 분류되어 있어서, 아시아 섹션을 찾아 지하로 내려갔다. 한국에 대한 책은 얼마나 있을까? 궁금해서 찾아보는데... 중국와 인도, 일본은 보이는데 한국은 안 보인다. 어라, 이쯤 있을텐데? 그렇게 혼자 헤매다가, 책장 두 줄을 차지하고 있는 ..
다 괜찮아질거야! 2008년 6월 17일 화요일 좀 더 푹 자고 싶은데, 사람들은 그게 싫은가보다. 아, 내가 까미노 초반엔 그렇게 일찍 일어났었는데, 그게 다 사람들 힘들게 하는 것이었군! 간밤에 잘 잤는데도, 피곤하고 걷기 귀찮음을 느끼는 건 뭔지. 하지만 밖으로 나와 맑게 개인 하늘을 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 길을 열심히 두리번 거린다. 여기저기 지천으로 난 노란색 향기나는 꽃. 파란색, 초록색, 게다가 구름의 흰색까지. 내가 좋아하는 색들이 한데 모여 굉장한 그림을 만든다. 오늘의 코스는 오 세브레이로O Cebreiro 마을까지 급 오르막길을 올라서 고도 1300m 정점을 찍었다가 도착 예정지인 트리아카스테라Triacastela까지는 내리막길이다. 트리아카스테라Triacastela까지 가는 걸로 해..
프라도 미술관을 왔다갔다 한다며 지나가는 큰 길에서 (엄청 큰 길은 아니지만,) 어느 호텔 앞에 세워진 금빛 나는 곰을 보고는 난 행복했었지. 금빛이 아니라 구릿빛인가? 흠. 그냥 간지나게 금빛이라고 하자. 친구에게 기념사진을 부탁하고 네 옆에 섰더니, 긴장한 채로 그대로 찍혀버렸어. 친구한테 예쁘게 찍어달라고 하기엔 내 표정이 너무 실감나서 이 컷에 만족하기로 했지. 내가 봐도 어이없게 웃기거덩. 히죽. 금빛 곰. 솔직히 말하면, 넌 푸우보다 더 섹시해. 푸우 배는 임산부 같은데 넌 쓰리팩이잖앙. 근데 넌 왜 열 차례 자세로 이렇게 여기 달랑 홀로 서있는 이유가 뭘까. 달리 물어볼 사람도 없고. 무튼, 널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미술관 가는 길은 더욱더 즐거웠지. 그런데 다음날에 말야. 50m 전방 45도..
#1 미친 감기 출근길 버스 안에서. 적어도 어젯밤엔 평안한 상태에서 잤다고 믿었고, 조금 덜 피곤함을 느꼈으며 눈 밑에 다크 서클도 그리 심하지 않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을 좀 더 편안한 상태로 두자며 눈까지 감았는데도. 버스 창틀에 수북히 쌓인 먼지 때문인지. 아니면 환기가 잘 안되는 텁텁한 공간 때문인지. 아니면 내 검정 자켓에 살짝 얹혀진 비듬 때문인지 몰라도. 목적지에 닿기도 전, 정거장 6개만 지나면 되는데 참을 수 없어 내렸다. 기침 때문이다. 어제,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계속되는 기침은 심지어 아침에 먹은 것들을 다 게워낼 태세로 바쁘다. 이러다 정말 시장 모퉁이에다가 어느 누군가의 가판대 옆에 실례를 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심한 기침. 이렇게 남의 ..
너외롭구나 카테고리 자기계발 > 성공/처세 > 인생처세술 지은이 김형태 (예담, 2004년) 상세보기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책. 저자의 냉철한 판단력과 전후사항을 꿰뚫는 직관력. 아 그리고 뭐라고 표현했더라. 인정사정 없이 야단치는 듯한 논조로 피력하는 글쓰기. 와,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면서 눈에 쏙쏙 들어오는 조언들. 사실, 이 책제목을 도서관에서 얼핏 봤던 것 같은데, '너 외롭구나' 에서 외로움이 연애와 관련된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던 것 같다. 솔로들을 위한 책인 줄로 지레 짐작했던 것. 원래 잘 알던 이가 아니라서, 무규칙이종예술가라는 칭호만 봤거늘, 황신혜밴드였다니! 초등학생 때였던가. 아니면 중학교 시절이었던가... 버스 안에서 울려퍼졌던 황신혜밴드의 "짬뽕" 이라는 노래가 귓가에 선명하..
인사동에서 갤러리 구경한 후, 집에 가는 길. 관광객들로 북적북적한 거리에서 한 아버지와 아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웃으며 장난을 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왜 그리 정답던지. 아이는 꼭 영화에서 현실로 튀어 나온 듯한 귀여운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힐끔 바라보다가, 다가가서 사진 좀 찍어도 되겠냐며 부탁하니 흔쾌히 허락해주신다. 뷰파인더를 들여다보고 나서야 난 내가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방금 전까지 웃던 아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버린 것. 먼저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추어 사진을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담고 싶은 순간을 찍은 다음 상대방에게 예의를 표하는 것도 나쁜 건 아니겠구나. 내가 '사진 찍기' 에 대한 동의를 구한 사이 아까 본 '아버지와 아들' 만의 세계가 깨져 버린 것이다. 가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