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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자, 청춘!
체력 바닥나는 소리가 들린다 2008년 6월 21일 토요일 새벽 6시 무렵. 일찍 길을 나서는 친구들이 나를 배려한다고 조심스럽게 나갔는데도 조그마한 기척에 잠이 깼다. 일부러 잠을 청하는 것도 무리인 것 같아서 피곤을 떨쳐내고 나도 배낭을 꾸린다. 새벽 하늘에 아직 달이 떠 있다. 거리의 조명처럼 세상을 환히 밝히는 달. 아침 안개가 자욱한 걸 보면, 오늘 햇살이 무지 쨍쨍거리며 화창하겠구나. 어제 나보다 앞서 간 군은 오늘 어디까지 걸으려나? 길에서 또 군을 만났으면 좋겠다. 평화로운 숲 속을 지나는 아침은 정말 상쾌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안개가 걷히면서 만들어내는 광경은 신비롭다. 작은 마을에 들어설 때마다 개들이 울부짖는 소리에 아침 나절 평온했던 내 마음이 번뜩 번뜩 놀랐다. 그래서 새로운 ..
점점 가까워지는 산티아고 2008년 6월 20일 금요일 매일같이 아침부터 걷고 먹고 자고. 이런 순례길 일정이 고되긴 고된건지 순례길 후반부 부터는 아침에 일어나는게 망설여진다. 좀 더 푹 자고 싶지만 매번 일찍 일어나 하루 일과를 준비하는 순례자들의 기척에 새벽잠은 늘 부족하다. 하지만 며칠 있으면 순례길 여정이 모두 끝날 거란 생각에 아쉬움을 떨쳐낼 수 없다. 중간에 헤어져서 몇 주 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을 결국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들은 지금 이 길 어디쯤 걷고 있을까. "Hello, Lee!!" 어제 군을 만난 장소에서 몇 걸음 지나지 않아 나를 반갑게 부르는 군의 목소리를 들었다. 몇 시에 만나자고 약속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또 만나다니! "Lee! 오늘 마을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이 너..
뭐지. 이 기분은. 어쩔 줄 몰라 아직은 두리번 거린다. 여행을 다녀온 뒤 내 머리 속 혈관 어딘가는 무언가의 압력을 못 이겨 뻥 하니 소리 소문 없이 터져버려서 머리 뒤끝이 휑하게 느껴지는 건지. 아니면 탈모가 진행되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뭐지. 이 기분은. 2달하고도 일주일 조금 넘게. 잠시 비운 자리에 다시 돌아오니 해묵고 익숙했던 것들이 낯설게 보인다. 물음표를 안고 떠난 여행에서 얻어온 것은 결국 똑같은 물음표지만. 내 자신과 사회를 낯설게 볼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것 같다. 끝없는 물음에 시달려야하지만 그래도 내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좋은 생각. 갈림길에 서 있지만 그래도 내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잠시 멈춰서서 기다려도 된다는 것. 많은 사진과 상념 속에서..
2년 7개월만에. 드디어 여행을 갑니다. 이번엔 그리 긴 여행은 아니지만, 그리운 이들을 마음껏 보고, 놓쳤던 자리에 다시 가볼 생각입니다. 뭔가를 더 짊어지고 오는 배낭보단 처음엔 꽉 채워 가고, 올때는 가볍게 오고 싶습니다. (과연..) 까미노 이야기는 거의 다 쓴거나 마찬가지인데, 여행 준비 한답시고,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흠. 올해 안에는 완성하겠지요. 우선, 여행 다녀 오곤 열심히 생각 정리해볼 요량입니다. 당분간은 썰렁한 블로그이겠지만.. 간혹 아직 포스팅 하지 않은 사진들이 불쑥 올라올거에요. ^^ 하지만 일일이 답방은 힘들겠네요. 좀 더 좋은 사진과 재미난 이야기들 흥미로운 삶의 이야기들로 꾸준히 블로그를 채워나갈 겁니다. 기대해주시길. ^^
순천행 기차에서 제대로 눈도 못 붙인 채 새벽을 지새우고 도착한 선암사 백련암. 잠시 눈을 붙였다가 방 안으로 드는 빛에 잠이 깨었다. 풀잎사귀마다 이슬은 햇빛에 반짝이고. 비몽사몽간에 마루에 앉아 아침 햇살을 고스란히 받는 채 눈을 감는다. 이윽고 해는 구름 사이로 자취를 감추었지만. 아. 이 평화로운 아침. 매일 같이 주어지는 이 귀한 시간들을 난 왜 그리 서둘러 보냈었나. -2011년 7월, 선암사, 전남 순천
햇빛이 간간히 구름 뒤에 숨었다 얼굴 내밀기를 반복하던 날. 경회루 연못을 바라보는 것보다 "들어가지 마시오." 라는 줄이 쳐진 빛이 드는 자리가 좋았다. 조용히 빛을 발하는 풀들과 나뭇잎이 너무도 눈부셨던. 지나가는 이 한 명 있었다면 붙잡고 모델 좀 해주세용. 넙죽 절이라도 했을텐데. 다음에 이 시간대에 꼭 다시 오고 말텨. -2011년 7월, 서울, 경복궁
수업을 시작 해야 하는데, 교실이 부산스럽다. 평소 얌전하고 말 수 적은 여자아이가 울고 있는 걸 보니 내 마음이 다 심난해진다. 옆에 있는 친구들이 한입 모아 얘기한다. "빠박이가 커플티라고 놀려서 울어요." 왜 우냐고 되려 짜증낼 뻔 했네. 겨우 웃음을 참고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여자아이를 울게 만든, 빠박이 (아이의 별명) 에게 말한다. "쟤네 둘이 똑같은 옷을 입어서 커플이면, 너처럼 체육복 입은 얘들은 다 커플이니?" 이런 식으로 일단락 맺었지만. 수업이 끝날 때까지 난 이 두 아이 옆을 서성이며 조용히 키득키득 웃었더랬지. 수업을 마치고, 커플티(?) 를 입고 온 남자아이에게 물었다. "어쩌다 같은 옷을 입고 온거야?" "그게요. xx 엄마는 토요일에 티셔츠 사구요, 저희 엄마는 일요일에 산..
세비야에서 둘째날. 호스텔에서 제공해주는 아침 먹고, 성당으로 고고싱! 성당 내부 사진을 너무 못 찍어서, 패쓰! 성당의 탑 꼭대기로 올라가는 코스가 있었다. 탑에 다 올라와서. 성당 탑에서 바라본 세비야 전경! 흉한 건물(예를 들면 고층빌딩..) 도 없이 옛날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해오고 있는 작은 도시. 참 아름답다! 나도 여기 어딘가에 집 하나 마련했음 좋겠네. =ㅅ =; 실컷 구경하고 아래에 내려와서 후문으로 나가는 길에. 이 나무들이 뭔가 했더니, 겨울에 세비야 다녀온 지인의 사진을 보니 오렌지가 열려있었다. 노오란색 오렌지가 열리는. 나무. ㅎㅎ -2008년 7월 10일, 세비야, 스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