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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자, 청춘!
#. 방비엥을 거쳐 루앙프라방 - 라오스 북부로 올라오는 여행자들은 대개 태국 북부를 거쳐 방콕으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여행 에너지, 혹은 체력이 바닥을 치고 있었던 나는, 도무지 낯선 길을 혼자서 가고 싶지 않았다. 방비엥을 떠나 외톨이가 된 이후로 줄곧 새로운 광경에도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있던 참이었다. 새로운 길 말고 내게는 조금 익숙한 길을 택해 방콕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12시간을 꼬박 걸려 루앙프라방에서 비엔티엔까지 가기. 라오스 15일 무비자 기한이 다가오고 있으니, 우선은 국경 근처에 가야 한다. 무척 길고 지루한 여행이 될 것이 자명하지만 어쩌겠나. 아침 6시에 출발하는 버스표를 하나 샀다. 그러나, 이내 섣부른 내 결정에 대해 후회를 하게 되었다. 비엔티엔으로 가는 야간..
요즘은 페이스북에 자주 접속하다보니 블로그에 일상을 남기는 횟수가 많이 줄었다. (많이.. 라기 보다는 확! 줄었다 =ㅅ =;;) 짤막한 문장을 부담없이 올릴 수 있는 페북이 편해서 그런 것 같다. 최근 듣고 있는 흑백사진 수업에 완전 빠져있어서 시간이 되기만 하면 상상마당 스튜디오에 있는 암실에 가서 인화작업을 하고 있다. 시간도 참 빠르지... 다음주면 8주째로 종강이다. RC인화지를 한 박스 샀더니, 부자된 기분이 들어서 지인들에게 직접 사진을 뽑아주겠다고 큰 소리쳤거늘. 막상 작업해보니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인화 작업을 갓 배워서 하다 보니 여러모로 시행착오를 거치게 되었다. 인화지 한 박스에 100장이 들어있을 땐, 꽤 묵직한 무게감이 있었는데 이제는 탬버린에 달려있는 쇠붙이..
#장면 1. 이번달부터 여성문화회관에서 하는 요가 수업을 받고 있다. 대학생 때 요가 한 달 해본 이후로... 7년이 (헉! 세월아ㅠㅠ) 지났다. 그때는 테니스도 하고 그랬는데, 운동을 꾸준히 안 해온터라 나의 부끄러운 유연성을 망각하고 있었다. 너무도 뻣뻣해서... 가까스로 동작을 흉내내며, 혼자 킥킥 웃다가 얼굴이 빨개진다. 예전 같았으면 많이 부끄럽고 창피해했을텐데. 이제는 다르게 생각하기로 한다. '아, 내가 유연성이 필요하구나. 매일 꾸준히 연습해서 올해 말 인도 가기 전에는 더 유연해지자.' 최근 읽어온 책 에서 요령을 빌리자면, 강박증을 가져오게 하는 표현인 '해야한다. 반드시.' 는 지양하고 '선택한다.' 로 문장을 완성한다. "올해는 몸과 마음을 유연해지도록 하는 연습을 선택한다." #장..
가던 길을 다시 되돌아 오다 2008년 6월 28일 토요일 # 지각! 늦었다!! 이크! 어쩌면 좋지? 시계를 보니 벌써 8시다! 부정언니와 8시에 만나서 함께 걷기로 했는데, 이미 늦었다. 서둘러 준비해서 가는 데도 10분은 걸릴텐데. 간밤의 달콤했던 잠을 음미하는 여유는 커녕 재빨리 화장실 다녀와서 배낭을 챙기고 헐레벌떡 약속장소로 향한다. 알베르게 근처에 있는 광장으로 왔으나, 부정언니는 보이지 않는다. 언니 먼저 간걸까..? 아니면... 혹시 늦잠을 자는 걸까. 알베르게에 가서 언니가 자고 있는지 살펴 보았으나, 언니는 이미 떠난 것 같다. 알베르게를 나와 홀로 길을 나선다. 그런데 문제는... 묵시아로 가는 방향이 어느 쪽인지 모른다는 것. 우선 마음 가는 쪽으로 걸어가 보기로 한다. 걷다보면 뭐..
순례자의 길에서 만난 로빈 덕분에 초콜라떼 꼰 츄러스를 알게 되고 이후 스페인 여행을 하면서 초콜라떼 꼰 츄러스 맛집을 찾아다녔다..... 고 말할 수는 없겠다..... =ㅅ =;; 궁핍하니까 맨날은 못 먹고, 길 가다가 눈에 띄면 한 도시에 한 번씩은 꼭 먹어보려고 했음. @마드리드에서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가게여서 찾아갔지만,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여서 실망했다는. @마드리드 같은 민박집에서 머무는 여행자들과 마드리드의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초콜라떼 전문점 발견. 난 생크림 얹혀진 화이트 초콜라떼를 시켰다. @마드리드 VALOR 츄러스가 맛있긴 했다. 혼자 가게에 와서. @마드리드 Desde 1902 Since 1902 초콜라떼가 VALOR에 비해서 덜 진했다. @세비야 세비야에선 초콜라떼를 먹진 않았는..
또 다시 일몰을 놓치다 2008년 6월 27일 금요일 모처럼 달콤한 잠을 잔 아침! 알베르게의 빽빽한 침대숲에서 잠을 자는 게 아닌 아담한 싱글룸에서 혼자 침대를 독차지하면서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잠을 잤더니, 푹 잘 잤다. 체크아웃을 하기 위해 짐을 챙기면서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어제 피니스테레에 늦게 도착한 바람에 바닷가며 마을이며 제대로 구경할 시간이 없었다. 바로 묵시아로 떠나기 아쉬우니까 피니스테레에서 하루 더 있을까? 아니면 이 선택들을 절충해서 오전에는 피니스테레에서 보내고, 오후에는 걷기 시작할까. 딱히 결정을 못 내리겠어서 우선 꼬르륵 거리는 배부터 채워야 겠다는 생각으로 민박집 근처에 있는 바로 왔다. 바에는 이미 깔로가 와 있다. 깔로는 오늘 버스를 타고 산티아고로 돌아간다고..
깔로와 함께 피니스테레에 오다 2008년 6월 26일 목요일 새벽 일찍 일어났던 어제와 달리 7시가 되서야 일어났다. 방 안을 둘러보니 대부분의 순례자들이 방을 떠나고 없다. 사람들이 떠나는 줄도 모르고 푹 잤다니. 많이 피곤했었나보다. 방에는 옆 침대의 커플, 나이든 순례자 한 명과 나. 그리고... 참, 깔로가 오늘 같이 걷자고 했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아래층을 내려본다. '어랏, 없네?' 깔로가 늦잠을 자고 있을 것 같았는데, 이미 떠났나보다. 흰 침대시트만 달랑 보게 되어 섭섭하다. 흥, 같이 가자고 해놓고는, 날 깨우지 않고 혼자 가다니. 치사하다. 그래도, 기대했던 내가 바보지. 스스로를 달래면서 침낭을 정리한다. 배낭을 챙겨서 알베르게를 나오는데 식당 앞에 깔로가 앉아있다. 밖에서 나를 ..
소똥 냄새 가득한 마을, Olveiroa에 가는 길 2008년 6월 25일 수요일 순례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기척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나도 그대로 누워있을 수가 없었다. 다시 잠들기 애매하니, 나도 슬슬 길을 나설 준비를 한다. 먼 동이 터오는 아침. 이른 시각이라 사방이 어둡다. 길을 제대로 찾을 수 있을까 걱정되지만... 걷다 보면 어떻게든 까미노 지표를 찾을 수 있겠지! 우선은 길을 나선다. 밤새 대지를 뒤덮었던 어둠이 점차 밀려나고 날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의 위치와 색깔은 새벽의 비밀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동그란 태양의 이마가 구름 위로 빼꼼히 모습을 드러내길 바랐지만, 여전히 어마어마한 구름이 해를 가리고 있다. 오늘은 33km를 걸어야 한다. 어제처럼 열심히 걸어..
2008년 6월 24일 화요일 어제 밤 늦게 자서 일찍 일어나기 힘들 줄 알았는데 깨어나보니 아침 7시. 생각보다 이른 아침부터 비어 있는 침대가 많다. 이 사람들, 모두 피니스테레로 떠난 걸까? 마르코스가 자는 방을 지나기 전에 로빈이 있는 방을 먼저 찾았다. 로빈은 깊게 잠이 든 것 같다. 깨워서라도 마지막 인사를 하고 갈까 하다가, 뒷모습에 인사만 건네고는 마르코스가 있는 방으로 왔다. 세상에. 한 줄로 나열된 침대 중 맨 마지막 침대에 마르코스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는 문 앞에서 있어서 분명 잠을 잘 못 잤을 것이다. 조심히 지나치려고 했는데, 마침 마르코스가 깨어있어서 내게 인사를 한다. 이렇게 금방 헤어져야한다니. 아쉽지만 각자의 길이 다르니 이만 인사를 할 수 밖에 없다...
내 생애 가장 행복했던 날 2008년 6월 23일 월요일 #1. 같은 길이지만 만날 수 없었던 길. 마르코스는 쉴 새 없이 말하는데, 너무 빨리 말하고 있어서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겠다. "리, 순례자들이 산티아고로 보낸 우편물이 원래 짐을 부쳤던 곳으로 다시 보내졌대. 너도 산티아고 우체국으로 보내지 않았었나? 네 소포가 어딨는지 알아봐야 할거야." 엥? 왠 뜬금없는 소리? 처음 듣는 얘기라 쌩뚱 맞다. 왜 우편물들이 다시 돌려보내졌지? 정말 내 짐도 생장으로 돌아갔을까?? 생장에서 힘겹게 소포를 보냈던 기억이 난다. 그 날 아침, 생장의 우체국 앞에서 만난 한국인 부부님 덕분에 5kg 이나 되는 짐을 부치고 가볍게 까미노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한국인 부부님이 부른 택시 기사가 영어를 할 수 있어서 겨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