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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여행]D+22, 꾸따 쇼핑몰 구경 & 와룽 텍꼬Warung Tekko 본문

2016 발리, 길리, 태국

[발리여행]D+22, 꾸따 쇼핑몰 구경 & 와룽 텍꼬Warung Tekko

Yildiz 2016. 8. 22. 10:13

(2016년 6월 21일 화요일)

#캐리어를 사야해 

2008년 해외여행 때 라오스에서 베드버그 참사를 당한 이후, 8년만에 겪은.. 제 2의 베드버그 참사. 

길리에서 산 약을 먹고 자더라도, 뒤늦게 물린 베드버그 상처에 새벽에 깨곤 했었다. 도대체... 어디에 더 숨어있단 말인가?

파라다이스 같은 길리에서조차 스트레스와 불면의 밤을 보내왔으니, 다시 찾아온 발리에서는 더 이상 베드버그에 물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 같았다. 

상당히 많은 옷과 소지품을 길리에 버리고 왔고.. 이번에는 45리터 배낭을 버려야하나 고민이 되었다. 

2008년 첫 해외여행 이후로 계속 써오고 있는 배낭이다. 인도 여행 2번에, 유럽 나라의 국경 넘기를 여러번, 동남아시아 몇 개국을 누비던 내 배낭은, 어찌보면 행운아이기도 했다. 3년 전, 인도에서 야간 기차를 타고 델리 역에 도착했을 때 한국 여성 2명이 새벽에 배낭을 통째로 도둑질 당해서 어쩔줄 몰라하는 장면이 기억 난다.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세계를 헤매느라 나름 고생한 배낭이고, 용케도 언제나 나와 함께 했던 배낭이다. 사용한 감이 꽤 있는 편이지만 그래도 아직 쓸만 했다. 하지만... 이걸 버려야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베드버그에 대한 나의 고생이 이번에는 무척 심했다. 너무 괴로웠다. 8년전의 라오스에서보다 10배는 더더욱. 

3주만에 꾸따로 돌아왔으니, 오늘은 쇼핑몰을 돌아다니면서 캐리어를 구경할 생각이다. 새 캐리어를 사고, 배낭은 여기에 버리고 갈까 싶다.  

아침부터 향한 곳은 '몰 발리 갈레리아'. 이름이 좀 길다. 간단히 '갈레리아' 라고 하면 모든 택시기사가 알아먹는다. 

지도상 와룽 텍꼬Warung Tekko의 위치가 잘못 나와있다. 갈레리아몰 1층의 구석에 있다. DPS면세점 건물 안에 있지 않다.

택시기사가 우리를 갈레리아 가기 전엔 DFS- 면세점에 내려줬다. 그리고 여기를 나가려면 주차비가 필요하다며 5,000루피아를 요구했다. 거스름돈이 없었던 우리는 그게 정말 필요한건가 싶어서 면세점 직원에게 물어봤다. 그는 택시가 지나가는 거라면 주차비를 낼 필요가 없다고 했다. 친절하게도 직원이 택시기사에게 주차비를 안 내고 나갈 수 있는 길을 알려줘서, 5,000루피아를 내지 않을 수 있었다. 

화장품과 고급 브랜드 매장이 있는 면세점은 중국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직원들만 제외하면 여기가 중국이라 해도 믿어도 될만 했다. 면세품에 관심이 없는 나와 남자친구는 잠깐 둘러보다가 갈레리아 몰로 향했다. 갈레리아는 상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쾌적했다. 샘소나이트 매장이 있어서 할인 상품 구경도 하고, H&M에서 옷 구경도 했다. 발리에 있는 H&M 옷 가격이 조금 쌀 거라 기대했지만... 현지 물가에 비하면 그리 싼 가격이 아니었다. 한국보다 살짝 싸지만,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이었다. 

마타하리 백화점Matahari이 갈레리아와 이어져 있는데, 이 백화점은 인도네시아의 브랜드가 주로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H&M에서 옷을 사는 게 내 취향에 더 맞을 것 같아서 굳이 마타하리 백화점을 구경하지 않았다. 

점심으로 와룽 텍꼬Warung Tekko에 갔다. 발리 가이드북에 와룽 레꼬Warung Leko와 견줄만한 체인 음식점으로 소개되어 있어서 궁금했었다. 메뉴는 와룽 레꼬와 비슷하다. 가격은 와룽 레꼬보다 조금 싼듯 했다. 나는 갈비탕을 시키고, 남자친구는 나시고렝과 소갈비 튀김을 시켰다. 

갈비탕은 한국에서 먹던 맛보다 살짝 가볍지만, 와룽 레꼬의 갈비탕보다 더 친숙한 맛이어서 먹을 만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음식에 대한 맛과 퀄리티는 와룽 레꼬가 더 좋았다. 

"덴파사르에 한번 더 갔다올까?" 남자친구가 말했다. 

식사를 하면서도, 와룽 레꼬에 대한 그리움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택시비가 많이 들더라도, 다시 가고 싶은 음식점이 '와룽 레꼬'. 삼발(매운 다대기 양념 같은 것)이 와룽 레꼬가 더 맛있다. 소갈비튀김도 마찬가지. 

꾸따에서 먹는 음식이 특별하지 않고, 질린다면- 덴파사르에 있는 와룽 레꼬를 강력추천. 발리에 있는 유일한 지점이다. 근처에 뿌뿌딴 기념비가 있고, 시장과 가깝기 때문에 사누르 1일 여행 후 들러보거나 덴파사르 당일치기 여행때 꼭 가볼만한 맛집이다.

그 다음, 우리가 향한 곳은 립뽀 몰Lippo mall. 쇼핑몰 외관이 현대적인 디자인에 되게 좋아보여서 꼭 가보고 싶었다. 

​갈레리아 몰에서 봤던 캐리어 디자인보다 더 많은 종류와 브랜드의 캐리어를 세일하고 있었다. 톡톡 튀는 형광색 캐리어 색깔이 예뻤고, 할인율이 높아서 살만한 제품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나는 물건을 살 때 굉장히 신중한 편이라서, 캐리어 구입은 내일로 보류했다. 

외관이 꽤 근사한 립뽀몰은 생각보다 안이 부실했다. 굉장히 넓은 데.. 넓어서 돌아다니는게 귀찮게 느껴질 정도로- 매장의 종류가 많지 않았다. 구경하는 사람들도 갈레리아몰에 비하면 많이 적었다. 

립뽀몰 1층에는 스타벅스가 있다.

우붓에서 스타벅스를 다녀온 이후로... 거의 2주만이다. 매장이 너무 시원해서 하나는 차가운 음료, 하나는 따뜻한 라떼를 시켰다. 

컵 디자인부터 남다른 발리의 스타벅스.

​립뽀몰에서 디스커버리몰까지 먼 거리가 아니라서 천천히 걸어갔다. 관광객이 많이 몰린 이 지역에서 택시를 타고 가느니, 걸어가는게 더 이득 같았다. 디스커버리몰은 바다와 가까이 있어서인지, 관광객들로 많이 붐빈다. 

​디스커버리 몰 앞바다는 들어가서 노는 '바다' 라기 보다는, 사람들이 기념사진 찍는 '바다'의 느낌이다. 

​백화점 외관이 박물관이나 구청 건물이라 해도 믿을만한... 촌스럽다. 지은 지 꽤 된 것이니 어쩔 수 없겠지만...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접근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경사로가 없어서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해야한다. 유모차를 끌고 여행다니는 서양 커플이... 유모차를 들고 내려오고, 올라가는 걸 봤다. 힘들어보였다. 

디스커버리 몰 앞에는 스타벅스, 콜드스톤 등 유명한 체인점이 있고, 워터 봄이 있다.

발리에 처음 왔을 때, 디스커버리 몰이 별거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 캐리어를 구경하러 디스커버리 몰을 둘러보다보니 갈레리아와 립뽀몰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상점이 있고, 지하에도 입점된 가게가 많았다. 이곳에 단체로 오는 중국사람들은 정말 어마어마한 지출의 쇼핑을 하는 것 같았다. ​

꾸따에는 디스커버리몰, 립뽀몰, 몰 발리 갈레리아 외에 더 많은 쇼핑몰이 있다. 까르푸 매장과 롯데마트, 비치워크 쇼핑몰 등이 있다. 비치워크는 꾸따에서 가장 고급진 쇼핑몰로 고급 레스토랑이 입점해있다. Zara매장도 있다. 디스커버리 몰에서 해변도로를 따라 설렁설렁 걸어가면 비치워크에 도착할 수 있다. 

나는 오늘 충분히- 많은 캐리어를 봤기 때문에 굳이 비치워크까지 가서 또 캐리어를 보고 싶지 않았다. 

하루의 대부분을 '캐리어'만 생각하면서 보냈더니- 내가 캐리어를 위해 사는 건지, 캐리어가 나를 위해 사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아이쇼핑만 하고 정작 구입한게 없어서 그런가?

좋은 캐리어를 고르려고 눈을 부라리며 다닌 시간들이 좀 기이하게 느껴졌다. 하루를 잘못 산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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