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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여행]D+10, 은공예수업, 나다요가Nadayoga, 래핑붓다 본문

2016 발리, 길리, 태국

[발리여행]D+10, 은공예수업, 나다요가Nadayoga, 래핑붓다

Yildiz 2016. 7. 22. 17:24



#내 손으로 만드는 은공예 수업

Pondok Pekak Library뽄독 뻬깍 도서관 - 수업은 미리 원하는 시간대에 예약하는 것이 좋다. 은공예, 가믈란연주, 전통춤, 나무조각 등등 다양한 수업이 있으니 홈페이지 참고 또는 직접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당일 수업은 시간이 이미 정해져 있으면 가능하지만 그날그날에 따라 다르다. 강사의 별다른 스케줄이 없다면 원하는 시간으로 예약이 가능하다. 은공예 수업 1인 300,000루피아. 도서관 직원이 50,000루피아 바우처를 준다. 까페에서 정해진 금액 안에 원하는 음료를 마실 수 있다. 맛은 그저 그렇지만 수업 시간 내내 목을 축일 수 있으니 착한 쿠폰이다. 한나 선생님만 은공예 수업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친절하고 잘 가르쳐주신다. 우붓에서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한번 들어볼법한 수업, 추천 별5개!! 

수업 시간에 딱 맞춰서 도착한 은공예 선생님 이름은 한나 (or 하나... 정확히는 모르겠다.) 였다. 우붓에서 20km 떨어진 곳에 셀즉이라는 은공예로 유명한 곳이 있다. 셀즉에서 가족 전부가 은공예 작업을 한다고 한다. 도서관에 수업 약속이 잡히면 우붓으로 온다고 하였다. 

제일 먼저 하는 작업은 스케치 하기. 내가 만들고 싶은 장식물을 그려보는 것이었다. 나는 그동안 '음, 우붓에 여러 수업들이 있네. 은공예 수업 한번 들어보지 뭐.' 이런 생각만 했지, 내가 어떤 모양의 장식물을 원하는지에 대해서는 1도 생각하지 않은 상태였다. 요즘 귀걸이를 하지 않는데다가, 악세사리를 잘 착용하지 않는 게으른 여자인 나는 머릿속이 하얀 종이처럼 뿌옇게 번졌다. 

다행히 선생님이 가져온 스케치북에 여러 예시들이 있어서 참고할만 했다. 그래도 나만의 뭔가를 만들고 싶어서 고심하다 생각난게 '연꽃'이었다. 영어로는 Lotus. 내가 연꽃을 원한다고 하자, 선생님께서 여러 아이디어들을 주셨다. 



(​한나 선생님이 여러 장식물과 예시를 보여주고, 원하는 장식물을 만드는데 질문을 많이 해주시기 때문에 수월한 수업이었다.)

선생님은 평면의 연꽃보다 입체 모양이 어떠냐면서 내가 스케치북에 그린 모양을 토대로 넓게 펴진 은 조각에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게 하였다. 크기가 다른 꽃 모양을 3개나 그렸다. 남자친구는 나무 모양 팬던트를 좋아해서 나무를 만들기 시작했다. 

작은 나뭇잎을 일일이 오려야했지만, 남자친구는 참을성 있게 잘 하였다. 요즘은 예전에 여행하던 때처럼 노트에 글을 쓰거나 펜으로 메모하는 게 거의 없어서 그런지 손으로 뭔가를 그리고 만지고 하는게 '5년만의 일'처럼 새로웠다. 아이패드뿐 아니라 스마트폰도 가지고 다니며 여행을 하다보니 수첩을 꺼낼 일이 거의 없다. 스마트폰 액정을 손으로 넘기고, 클릭하고, 자판을 두드리고.... 여행경비를 적는 어플이 있다보니 손으로 수첩에 일일이 적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손으로 하는 뭔가에 게을러지고 서툴러지고 어색해진 것 같았다. 

그리고... 정말 어린애 같지만.. 이렇게 내 손으로 뭔가를 하지 않다보니- 두려움도 더 커진 것 같다. 선생님이 가져오신 토치와 은 표면을 부드럽게 가는 기계를 만지는데 유치원생 아이처럼 무서워했다. 아니.. 유치원생은 더 겁이 없으려나. ​

​쓸데없이 겁먹고 있는 나의 상태를 눈치챈 한나 선생님은 정교하게 해야하는 작업을 대신 해주셨다. 그러고보면 2-3시간 수업은 그저 '체험학습' 이라고 여기면 될 것 같다. 불을 사용하는데 겁이 나지 않다면 은 조각들을 붙이는데 직접 작업할 수 있겠지만, 잘할 자신이 없다면 선생님이 알아서 척척 해주신다. 

​연꽃 한 가운데가 휑해보였던지 한나 선생님은 꽃술을 붙이는게 어떻겠냐며 먼저 제안해주셨다. 별 생각이 없었던 나는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기에 승낙을 했다. 

​이렇게 은공예 수업을 받아보니, 주얼리 가게에 보이는 여러 작품들이 단순히 구경할만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디자인을 하느냐에 따라 정교하게 만들어지는데 기술자의 숙련된 솜씨와 세련됨이 정말 중요해보였다. 

​나는 선생님의 도움을 70% 받았다면, 남자친구는 한 40% 정도의 도움을 받았다. 그는 혼자서 토치로 팬던트 안에 붙인 나무 모양들을 접합시키기도 하고,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는데도 손놀림이 꽤 괜찮았다. 둘다 처음하는 작업인데 남자친구는 수업을 한 3번 이상 받아본 사람처럼 잘했다. 한나 선생님도 남자친구의 자연스러운 동작에 잘한다며 칭찬할 정도였다. 

​한나선생님은 내게 이 팬던트를 어떻게 쓰고 싶냐고 물어보셨다. 팔찌로 하고 싶었는데 생각했던것보다 장식물이 좀 커서 손목에 차면 불편할 것 같았다. 선생님은 목걸이줄을 달 수 있도록 큰 고리를 하나 달아주셨다. 내가 고리를 어떤 위치에 달았으면 하는지 이런 세세한 것에 대해서조차 선생님은 먼저 내게 물어보셨다. 

​남자친구는 약간 빈티지한 느낌의 팬던트를 원해서 앞면에 무슨 용액을 발랐다. 

그런 다음 레몬이 들어있는 물에 우리 작품을 잠시 동안 담가놓았다. ​


대부분의 중요한 작업들은 선생님이 해주셔서 우리의 완성품은 정말 그럴듯해 보였다. 남자친구는 자신의 팬던트를 참 마음에 들어했다. 난.. 처음 해본 것 치곤 나쁘진 않았으나... 쬐끔 아쉬웠다. ​연꽃 모양의 장식물이 좀 커서... 목에 차고 다니면 불편할 것 같았다. 몸에 닿는게 불편한 걸 싫어하는 나는.. 과연 이걸 내가 하고 다닐 지 의문이 들었다. 

​한나 선생님께서 준비해오신 쥬얼리 상자! 친구가 만든것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만 봐온 럭셔리한 쥬얼리 상자보다 소박한게 마음에 든다. 

이로써 은공예 수업 끝! 수고하신 선생님을 위해 바우처를 써서 탄산음료를 하나 권해드렸다. 

우리가 은공예 수업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온 서양 아주머니- 이곳에서 피리를 배우시고 있었다. 가운데에 있는 스테이지에는 가믈란과 전통악기들이 있고, 목공예 수업도 하는지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도서관에 있는 까페 공간이 넓다. 날씨가 너무 덥지만 않으면 조용히 책을 읽으면서 시간 때우기 좋을 것 같았다.)


우리가 쓴 테이블 정리를 하고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며 잠시 쉬고 있는데 까페에서 일하는 발리 사람들이 잠시 술렁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 물어봤더니 선생님께서 방금 전에 '리누'가 있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어로 리누가 지진이란 뜻인가보다. 나는 아무것도 못 느꼈는데... 

아주 잠깐의 해프닝이었지만, 직원들이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일렬로 나란히 서서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여자는 좀 무서웠는지 얼굴은 웃고 있지만 몸이 긴장되어 보였다. 여기 사는 사람들이 지진에 민감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열심히 수업을 들었기에 이젠 먹어야할 시간! 먹을 곳이 너무 많아 결정장애가 일어나는 이 우붓에서, 오늘의 점심은 Warung Keruu와룽 끄르유에서 먹기로 했다. 그냥 지나가다보면 여기가 식당인지도 잘 모를 정도로 허름하고 단촐한 곳이다. 가이드북 저자는 추천할만한 식당으로 꼽았지만... 음식의 비주얼은 그저 그랬다. 나시고렝, 돼지고기 볶음, 계란국, 교자만두를 시켰는데 이 중에 계란국이 제일 맛있었다. 뭐.. MSG가 팍팍 들어간 국물이었겠지만, 이런 계란국을 먹어본게 너무 오랜만이여서 그런지 제일 인상깊었다.  

​볶음밥과 같이 먹기 좋은 계란국. 가격 또한 저렴했다. 

이 식당의 가격은 이미 택스가 포함되어 있다. 가격이 싸면서... 양이 적진 않았지만 뭔가 아쉬웠다. 적당히 배 채우기는 괜찮다. 하지만 정말 맛있고 깔끔한 식단과 만족감이 있는 식사를 원한다면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돈을 절약하고 싶다면 Must visit!! 우붓에 정말 먹을 곳이 다양하고 넘쳐난다는 사실을 안다면... 꼭 이 식당만 올 이유가 없을 것이다. 

우붓은 뭔가를 ​​​먹고, 또 뭔가를 먹지 못해 아쉬운 여행지 중 하나랄까. 여행을 다니다보면 그런 곳이 있다. 내게 휴대용 위통이 하나 더 있어서 또 다른 메인 요리를 맛봤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게 만드는, 우붓은 그런 맛집의 성소이다. 오밀조밀 모여있는 작은 마을에 High Standard- 수준급 실력의 가게들은 늘 손님들로 북적인다.  

 

식당 안에는 우리보다 먼저 와 있던 일본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와 일본어로 대화를 나누셨다. 발리 사람이 저렇게 일본어를 잘하다니.. 둘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생소하고 신기했다. 


​(잘란 하노만 거리에 있는 Kebun Bistro. 여긴 정말 볼때마다 손님이 많다. 어떤 매력 때문에 이렇게 외국인들이 찾는지는 모르겠다. 딱 느낌이 외국에서 외국인들만 가는 까페- 같은 분위기랄까. 한번 가볼 법 한데 다른 곳도 갈 곳이 많아 굳이 들어가진 않았다. 서양애들이 많아서 그런지 왠지 비쌀 것 같은 느낌을 풍겨서 거부감이 들었던 곳. +ㅅ +;;)

​(돌조각 중인 우붓 사람들. 하나하나 수작업임을 기억하면 우붓 거리를 걷는 동안 눈이 휘둥그레 질법하다.)

​(벨라하우스의 멋진 신상과 대문. 론리 플래닛 이런데 사진을 게재해도 손색이 없을 법한. 예쁜 문.)

(벨라하우스 앞 공공 사원에는 오늘도 이렇게 공물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저녁에 또 한 소란 할 것 같다.)


#나다요가 Nadayoga - 씸김굿을 하고 오다 


숙소에 와서 잠깐 잠이 들었다. 그리고 부랴부랴 요가매트를 챙겨서 간 곳은 요가반Yoga barn.

오늘은 나다요가Nada Yoga 수업이 있는 날이다. 

요가반에서 기대에 못 미쳤던 빈야사 수업을 들은 이후, 네이버 검색을 통해 요가반 수업 경험담을 찾아 읽어보았다. 그 중에서 마음에 들었던 수업이 나다요가였다. 남자친구는 그렇게 관심을 보이진 않았지만, 나는 꼭 경험하고 싶었다. 

나다요가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지만 '나다' 라는 단어가 주는 뭔가 힘이 있어보였다. 흔하지 않은 것이므로 '특별'한 어감마저 갖고 있었다. 

이 수업의 강사는 안드레아- 여자강사였다.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면서도 좀 평범해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내가 가늠하기 힘든 내면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이번 수업에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보인다며 인사를 나눴고, 나다요가가 무엇인지 먼저 설명을 해주었다. 나다Nada는 라틴어로 진동Vibration이라고 하였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요가 수업은 스트레칭 동작을 하는 건데, 이 수업은 전혀 다른 방식의 요가였다.

우선 우리는 편한한 자세로 누워 눈을 감고, 강사가 지시하는 대로 소리를 내었다. '아, 어, 오, 이-' 다양한 음역대의 소리를 내고, 그녀 또한 안에 있는 내면의 진동을 소리로 풀어냈다. 어느정도 차분한 시간을 갖은 다음 넓은 공간으로 이동하여 자유자재로 걷기 시작했다. 강사가 '지금 눈 마주친 사람과 마주 보고 서라'는 지시를 내리면 그대로 따르면 되었다. 

내가 처음 마주본 사람은 키가 큰 어느 서양인 아주머니였다. 유럽쪽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눈을 감고, 앞의 존재에 대해 느껴보라고 하였다. 나는 그녀가 마치 내 앞에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거대한 체구만큼이나 '산'과 같은 측정할 수 없는 깊이와 높이를 느꼈다. 

"눈을 떠서 앞 사람의 눈을 바라보세요." 

이미 누군가의 블로그를 통해서 알고 있는 수업 내용이었다. '그래, 나도 누군가의 눈을 보면 왠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아... ' 이런 생각을 했었다.

아니나다를까... 나는 내 앞의 산처럼 우직하게 서 있는 아주머니의 파란 눈동자를 들여다보면서 수 분 이내 흐느껴야했다. 이렇게 누군가를 눈을 지긋이 바라보는 게 얼마만인가... 타인이 나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게 또 얼마만인가. 나는 그동안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눈으로부터 거부하고 무시해왔던가.

내면에 감춰뒀던 두려움- 울지 못했던 내면의 아이가 이제야 감정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사실, 그 당시는 내가 왜 우는지, 왜 이렇게까지 우는지 알 수 없었지만 글을 쓰다보니 조금씩 이해가 되는 것 같다.)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던 나는 어쩔 줄 몰라하며 서 있었다. 그리고 산 같은 그녀는 그저 한없이 나를 바라봐 주었다. 

눈물 범벅이 된 얼굴은 나중에야 다시 자유자재로 걸으면서 수습했지만 울었던 내가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사람들과 눈을 잠깐 잠깐 마주치며 걷다가 또 마지막으로 눈이 마주친 여자와 나란히 서 있게 되었다.

그녀는 한눈에 봐도 인도인처럼 보였다. 얼굴이 둥그렇고, 눈썹은 유난히 까맣고, 진했다. 그녀의 큰 눈을 보면서 나는- 이번에는 울지 않으려고 했지만 아까 덜 울어서 그랬는지 눈가 양옆으로 물줄기가 살살 흘러나왔다. 이미 울었던 얼굴인지라 '울상'에서 벗어날 수 없었나보다. 그녀도 나를 보며 눈물을 흘렸지만 이내 멈추었다. 나도.. 그녀도... 우리는 서로의 눈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그녀는 아직 속에 있는 감정을 조금 억누르는 것 같았고, 나는 꽁꽁 숨겨두었던 감정이 화산 폭발하듯 용암이 뿜어져나와서 되돌려 안으로 숨길 수가 없었다. 

두 번의 눈 마주보기를 끝내고 세 번째로 만난 사람과는 요가매트가 있는 곳으로 가서 마주보고 앉아 방금 전의 경험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나는 몇 분 전의 경험이 굉장히 생경한 나머지 아직도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영어로 더듬더듬 이야기를 했지만, 내가 겪었던 감정, 상황들을 제대로 설명하기에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다. 마주 앉았던 여자는 벨기에에서 온 여자였는데, 어떤 코미디 영화에 나온 여주인공과 닮아서 조금 익숙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내 이야기에 귀기울여 들어주었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단계가 끝나고 우리 모두는 다시 넓은 공간으로 가서 원이 되게 앉았다. 옆에 앉은 사람과 손을 잡고, 수업 초반에 했던 소리의 진동을 같이 내었다. 안드레아 선생님은 이번엔 '치유'를 받고 싶은 사람은 원 안으로 들어와 편하게 누우라고 하였다. 어떤 나이 든, 거구의 할아버지와 여자 둘이 누웠다. 그 중 한 명은 아까 나와 마주봤던 인도인 여자였다. 

1시간 30분의 수업은 그 어떤 수업보다 농도가 짙게 흘렀다. 요가 스튜디오를 나오기 전에 나와 잠깐의 시간을 함께 했던 세 명의 여자를 찾아갔다. 벨기에에서 왔다는 여자는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자신이 서울에 다녀온 적이 있다했다. 내 옷을 보면서 예쁘다며 어디서 샀냐고 물어봤다. '한국에 예쁜 옷들이 너무 많았는데.. 구두를 사려고 했는데 내 발이 너무 커서 못 샀었어요." 

이야기를 나누지 않으면 우리가 모르는 타인의 것들이 참 많은 것 같다. 

나와 두번째로 눈 마주보기를 한 인도인 여자와도 잠깐 대화를 나눴다. 

"네가 한국에서 왔다고 한 걸 방금 들었어. 난 일 때문에 한국에 다녀온 적이 있거든."

그녀가 무슨 일을 한다고 했는데, 내게는 생소한 어휘라 그런지 상상이 잘 안됐다. 그녀는 내게 잘 지내라고 말했다. 

"Take care." 

"Thank you." 

그녀는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까.... 나는 이번 발리여행을 끝나고 한국에 돌아가야 하는데, 한국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이 너무도 끔찍해서 속으로 괴로워하던 참이었다. 섬에서 근무하던 여교사가 학부형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구의역에서 일하던 젊은 청년은 사고사하고.... 한국을 떠나 여행을 하는 중이지만.. 내가 다시 돌아가야할 곳이 바로 한국이므로... 그곳이 다름아닌 지옥같이 느껴졌다. 내가 지금껏 별탈없이 살 수 있었던 게 한국을 떠나 있어서 였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 정도니까... 여교사가 겪어야했던, 겪고있을 수치심, 열차가 다가오기 전에 청년이 가졌을 법한 슬픔과 안타까움... 그 자리, 그 장소에 내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멀리 타국의 땅에서 나는 그들을 생각하고 위로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런 나의 고통을, 슬픔을 보았을까. 

그녀가 내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너무도 고마웠다. 

그녀와 간단히 포옹을 하고, 나는 '산'과 같은 그녀를 찾았다. 

아주머니는 나를 알아보시고 또 안아주셨다. 타인을 안는데 아직 어색한 나와 달리, 그녀는 한껏 나를 안아주었다. 아직 덜 울었던 눈물들이 또 폭포수처럼 쏟아져나왔다. 그녀와는 대화가 필요가 없었다. 그녀도 내게 굳이 뭔가를 묻지 않았고, 나도 그녀에게 애써 말을 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존재와 존재가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 중 하나였을까. 

그녀는 내게 "You are lovely." 라는 간단한 말만 해주었다. 나는 그녀에게 감사하다는 말 이외에 딱히 할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Thank you so much..." 이 말 보다 더한 감사의 말은 더 없었을까.

땡큐, 땡큐만 몇번이고 읊조리다가 이내 요가 스튜디오를 나왔다. 


#잘란잘란 우붓, 우붓 저녁 산책 

나다 요가에서 씻김굿을 한 기분으로 너털너털 걸어 숙소로 왔다. 

난 왜, 이 조그마한 몸에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을 꼭꼭 숨겨놓고 살고 있었나... 그런 생각도 하면서.

수업 중에 많이 울었어서 피곤했다. 속소에서 쉬다가 이내 저녁을 먹으러 마실을 나왔다. 

오늘의 저녁은... 두둥!! 

​Welcome to Dapur Bunda! 



가이드북에 추천한 매운 가지 양념과 소또 아얌- 치킨 국수, 남친은 나시고렝을 시켰다. 가이드북 저자가 이곳 삼발 떼롱- 매운 양념의 비법을 묻고 싶을 정도였다는데, 정말 맛있었다. 한국사람 입맛에 똑 맞다. 소또 아얌 국물도 괜찮았다. 여기에 와서는 웬만해선 음식 남기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가격 대비 만족감이 높아서 그런지 자꾸 이곳을 찾아오게 된다.  

저녁밥을 먹고 거리로 나왔다. 우붓에는 정말 먹을 곳이 많고 마시고 즐길 곳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다푸르 분다 직원이 디저트를 추천했지만 너무 배부르다며 사양했다. 우붓을 짧게 오는 사람은 이 많은 곳들을 보고 경험하지 못한게 아쉬울 것 같다. 후식으로 아노말리 커피에 갈까 하다가 새로운 까페에 가보기로 결정했다. 잘란 몽키포레스트에 있는 아트까페에 가기 위해서 걷기 시작했는데, 막상 걷다보니 아이쇼핑을 하는데 1시간 이상이 걸렸다. 가다 멈추고, '어 여기 한번 보자.' 또 가다 멈추고.  

빌라봉 비치웨어 가게에 들어가서는 래쉬가드를 남친과 하나씩 사 들고 나왔다. 호주에선 시즌이 지나 찾아볼 수 없었던 스몰 사이즈 래쉬가드가 발리에는 있었다!! 발리여행 오기 전 그렇게 찾아 헤매던 래쉬가드였다. 호주에서 아울렛 간다고 주차비를 20불 넘게 썼을거다. 하지만 매번 허탕을 쳤다. 시즌이 지나서였는지 스몰 사이즈를 찾기 힘들었다. 발리에 워낙 해상스포츠를 즐길 게 많아서인지 호주 브랜드도 많이 들어와 있었다. 

남친은 정가에 구입, 나는 40%할인 태그가 붙은 래쉬가드를 골랐는데 직원이 30%라고 우겼다. 아니 옷걸이에 40%태그가 걸려있었는데?? 못미더웠던 나는 선뜻 지갑을 열기가 꺼려졌다. 나나 그사람이나 영어를 잘 못하니 소통이 정확하지 않을테고. 하지만 꺼림찍한 기분에 옷이 걸려있는 곳에 가서 다시 한번 40% 확인했다가, 그냥 사기로 했다. 옷에 걸린 태그가 잘못 걸려있던 탓인건지 아니면 변명이 필요했던 건지 주인 아줌마는 '이게 사이즈8인데 사이즈14로 잘못 붙여 있다. 그래서 30% 할인인줄 알았다. 40% 할인해주겠다-." 라고 말을 바꿨다. 1,000,000루피아(약 십만원) 넘게 결재했어야 했는데 다행이 958,000루피아로 결재했다. 0이 하나 더 붙고 아니고의 기분이 너무 다르다. 이유가 어찌됐든 40%할인 받아서 기분은 좋았다.

생각지도 않는 쇼핑을 한번 하고 나니, 예쁜 아이템들이 눈에 쏟아져 들어왔다. 남친과 나는 마음에 드는 가방을 발견하고는 이 쇼핑골목을 다시 찾기로했다. 



#래핑붓다 라이브 공연을 즐기다

​원래는 아트 까페에 가려고 했는데, 래핑 붓다를 발견하곤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라이브 공연이 시작하기 전이었다. 안쪽에 편안한 쿠션이 있는 자리를 차지한 우리는 여직원에게 샹그리아와 타파스 셋트를 추천 받았지만 레몬 래들러 하나와 '레몬 그라스 진저 레몬 에이드', 초리소 타파스 하나를 시켰다.

레몬 에이드가 뭐 있겠냐- 싶지만 맥주보다 비쌌다. 진짜 레몬 그라스 한 줄기를 에이드에 담가주었다. 타파스는 먹을 만 했다. 맛있었다. 가격이 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내 밴드가 연주를 시작했다. 별 기대를 안 했는데... 요런 곳이 '핫플레이스'이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내 눈앞에서 연주하고 있는 이들은 분명 발리 사람같은데, 어찌 그리 스페인어 노래를 잘하는지 모르겠다. 밴드의 흥겨운 연주에 맞춰서 춤을 추는 이들이 있었다. 느끼하게 머리를 기름칠 해 뒤로 넘긴 한 남자, 눈이 부리부리했던 남자는 상대방 여자 리드를 너무 잘했다. 여기가 스페인이야, 발리야? 헷갈릴 정도로. 요염하게 춤을 추는 남자, 여자를 보는 구경이 쏠쏠했다. 아... 그들은 바의 분위기를 정말 후끈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춤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능숙한 밴드의 연주는 정말 볼 거리였다. 길거리에도 이 흥겨움이 전해졌는지, 가게는 곧 손님으로 만석이 되었다.
음악이 정말 흥겹고 분위기도 좋았는데, 딱 하나- 우리 옆테이블에 있던 여자 둘은 수다를 떠느라 목소리를 높였는데 그게 소음이었다. 바에 더 앉아 있고 싶긴 했지만 피곤한 감도 있고, 옆에 이웃이 쌩뚱맞았던 관계로 우리는 음료를 다 마시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향하는 길은... 유혹이 만만치 않았다. 아트까페에서는 어쿠스틱 기타 라이브 공연이 있었고, 또 어떤 식당에서는 레게 음악 공연이 있었다. 이야.. 우붓의 밤은 깊어지는데 이곳 몽키포레스트 길에 있는 핫한 바와 까페의 열기는 잠을 잊은 것 같았다. 

그렇게 유혹을 뿌리치고 벨라 하우스 앞에 도착했건만... 대문 앞에 있는 공터에서 학생들이 전통 공연을 하고 있었다!

은근 피로했던 하루였는데.. 이런 공연을 또 눈앞에서 보니 잠시 피곤함이 싹 가셨다. 

한동안 저녁 내내 학생들이 가믈란 연주를 하던 게 바로 이것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지켜보는 관객이 많진 않았지만, 이 근처에 숙박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관광객도 몇 명 눈에 띄었다. 

우붓은 정말 굉장한 곳이다.

위의 문장은 정말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참' 인 명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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