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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여행]D+8, 로봉 쿠킹 클래스, 까끼앙 베이커리, 티벳탄 볼 메디테이션 본문

2016 발리, 길리, 태국

[발리여행]D+8, 로봉 쿠킹 클래스, 까끼앙 베이커리, 티벳탄 볼 메디테이션

Yildiz 2016. 7. 11. 20:58

(2016년 6월 7일 화요일)


#Lobong cooking class 로봉 쿠킹 클래스를 듣다!

그동안 태국 여행을 간 게 3번인데, 이제껏 요리수업을 받아본 적이 없다. 치앙마이에 있을 때 시장 구경을 하던 수강생들 무리를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지만,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었다. 

그런데 발리는 이번에 처음 왔음에도 꼭 듣고 가야겠단 생각에 가이드북과 구글맵 리뷰를 참고하여 한 곳을 선택했다. 남자친구는 모든 선택과정을 내게 일임했다. 우붓의 여러 쿠킹 클래스 중에 내가 심혈(?)을 기울여 선택한 곳은 Lobong! 로봉 쿠킹 클래스!   


우붓 센터에서 좀 멀다. 다행히 아침에 픽업을 해주고, 수업이 끝나면 친절히 숙소 앞까지 데려다준다. (1인 350,000루피아 + 세금 별도)

우리를 픽업하러 온 사람은 Sang이었다. 발리 전통의상을 입고 나타난 그에게 어제 레공 댄스를 봤다며 궁금했던 점을 물어봤다.


"발리 사람들은 모두 그 춤을 배우나요?"

"배우긴 해요. 그런데 취미로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만 더 배우곤 하죠."


요리수업이 눈치껏 따라하면 되는 것이긴 하나, 중요한 것은 가르치는 사람의 영어의 유창성과 억양이었다. 그 부분이 좀 걱정되긴 했는데, 상의 영어는 꽤 훌륭했다. 다른 수강생들을 데리러 가는 차 안에서 나는 그에게 궁금한 것을 또 물어보았다. 발리에 온지 일주일이 넘었는데, 진짜 발리 사람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듣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저 몽키포레스트에 사는 원숭이는 밖으로 안 나오나요??"

"공원 안에 먹을 것이 충분하기 때문에, 밖으로 나오더라도 그렇게 오래있지 않아요." 


상과의 대화가 유익하다고 느꼈던 사람은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상이 운전한 차는 나와 남친이 이제껏 다녀보지 않은 우붓의 또다른 길로 우리를 안내했다. 꽤 고급져보이는 리조트앞에 도착한 차는 한 노년의 여성을 태웠다. 

예쁜 원피스를 입은 백발의 할머니가 인사를 하며 앞자리에 탔다. 상과 그녀는 이전에 만난 적이 있었다. 그녀는 이번이 두번째 수업이었다. 할머니는 상에게 발리의 문화에 대한 여러 질문들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상은 한 곳을 더 들러 한국인 여자 2명을 더 픽업하고는 시장으로 향했다. 5명만 수업을 듣는줄 알았는데, 이미 다른 차로 또 다른 5명의 수강생들이 시장 주차장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3명은 러시아에서 온 커플과 그 친구, 2명은 호주에서 온 아주머니들이였다. 

상은 우리를 픽업해주는 것으로 임무가 끝나고, 그의 형(이름을 까먹었다..)이 시장안내를 맡은 모양이었다. 

원피스를 입은 할머니가 상에게 "왜 당신이 하지 않나요?" 라고 물으니 

상은, "우리 어머니는 형을 더 좋아해요...." 라는 식으로 대답했다. 

한국에서나 '첫째아들' 좋아하기. 이런게 있을 줄 알았는데 발리도 그렇다니.... 나중에, 아주 나중에야 생각난 단어가 '가부장제'였다. 발리의 전통 가족 구성은 한국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자는 결혼하면 출가 외인이 되고, 외국인과 결혼하게 되더라도 가족의 재산이 따로 그들에게 가지 않는다고 한다. 

 

(바비 굴링. 인도네시아어는 어떤 면에 재밌다. 바비는 돼지, 굴링은 실제로 굴리다.. 라는 뜻이다. 돼지 뱃속에 여러 양념들을 채워넣고, 불에 3-4시간 돌려서 요리한 게 바비 굴링이다. 먹음직스럽게 탄 돼지의피부... 너무 잔인한 말인가. 하지만 이 요리를 위해서 사람이 진짜 직접 3-4시간동안 손잡이를 굴린다니. 이 더운 나라에서 힘든 일 중 하나를 꼽으라면 바비굴링 요리사가 그 중에 속할 것 같았다.)


관광객이라곤 로봉 쿠킹 클래스를 듣는 수강생들뿐.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시장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시장구경을 시작하기 전에 주차장으로 온 검정색 개가 구경 내내 졸졸졸 따라다녔다. 늘 따라다니는 개라고 한다. 우리가 누군지 알고 이렇게 따르는 걸까. 싶을만큼 신기했다. 

발리에서는 시장 옆에 꼭 왕궁이 있다고 했다. 가이드를 해주는 첫째 아들은, 타고난 입담꾼인지, 누구한테서 탁월한 화술을 배운건지... 이 시장에서 뭘 팔아도 잘 팔만한 그런 재주꾼이었다. 우선 영어가 굉장히 유창했다. 그리고 수강생들에게 여러 질문들을 하면서 자기가 알려주고자 하는 내용들을 또박또박 잘 설명해주었다. 

현지 시장에는 우리가 슈퍼마켓에서 볼 수 있는 가격표가 없다.

"이 시장에서는 흥정을 해서 삽니다. 가격표는 없어요. 어떻게 하면 괜찮은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을까요?

만약 당신이 닭이 필요하다고 칩시다. 그러면 방금 닭을 가지고 가는 사람에게 인사를 하면서 얼마에 샀는지 물어보는 거에요. 그리고 그 상점에 가서 주인과 흥정을 합니다."

Communication. 대화. 우리가 대형마트에서 가격표만 보면서 물건을 고르는 것과 달리, 현지 시장에서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오간다. 발리에 대형마트가 몇 개 있지만(꾸따에서 롯데마트, 까르푸 등을 보았었다), 우붓에까지는 그런 마트가 별로 없다. 마트에서 사는 채소나 과일은 그리 싼 가격이 아니라고 들었다. 

1년 365일 관광객이 끊이질 않는 나라. 외국인이 많이 찾아오고 지내는 그런 곳임에도 발리 사람들은 자신들이 어떤 사람들이고, 무엇이 그들을 지키는지, 무엇이 그들에게 중요한지를 항상 기억하는 사람들로 보였다. 

아까 시장으로 오는 길에 상이 했던 말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단어가 바로 "Community sense"였다. 공동체 감각. 자신들이 속해있는 사회 구성원들과의 유대와 소통을 중요시하는 문화. 이런건 옛날 한국에도 있었던 건데... 교과서 속으로 슬그머니 사라진 한국 전통 문화를 떠올려보았다. 



첫째 아들은(이름이 기억 안나므로.. 첫째아들...) 레몬그라스, 고추 등 오늘의 요리 재료로 쓰이는 것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해주었다. 그의 안내에 따라 시장의 곳곳을 다니면서 구경했어서 일행을 놓치지 않으려면 부산스럽게 움직여야했다. 


(짜낭- 바나나잎으로 만든 바구니에 놓을 꽃들. 잎만 따서 시장에서 따로 팔기도 한다.)


(생강, 자무... 그리고... 모양은 비슷해도 얘네들이 어떻게 다른지 직접 냄새를 맡아보았다.)


("이것은 무엇에 쓰이는 걸까요? 누군가 이걸 모자처럼 쓰고 다닌다면 발리 사람들이 엄청 웃을 겁니다."

모자처럼 생겼지만 밥 짓는데 쓰이는 기구이다. ) 



시장에는 마른 멸치도 있었다. 호주에서 한 동안 못 보던 것이라 멸치의 비린내마저 반가웠다. 그동안 멸치국물을 내기 위해 비싼 국물내기용 티백을 썼었다... 마른 멸치 맛이 살짝 궁금했지만 내가 살게 아니라서 꾹 참았다. 

시장 안에는 짓다만 건물 같은 곳이 있었는데, 첫째 아들은 그 안에 있는 상점들을 짚어가며 또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자주 거래하는 할머니이신지, 남들이 잘 안 들어올만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계신 분에 대해서 설명해주셨다. 이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게 더 값이 나가서 동부쪽에 있는 마을에서 아침에 오셨다고 한다. 이 만한 짐들을 다 어떻게 가지고 오셨을까. 내심 궁금했지만 물어보지는 않았다. 


시장 구경을 마치고 다시 차를 타고 이동했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는 로봉 쿠킹 클래스- 이들의 집에 도착했다. 대문만 보면, 그냥 집이네 싶었지만 계단으로 내려와 보면 집의 구조와 장식들이 꽤 값이 있어보였다. 새를 어디서 잡아온건지 사온건지, 새장도 많았다. 

첫째아들은 우리에게 손님이 앉는 좌석에 앉도록 하고 발리의 전통 가옥 구조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동서남북에 대해 발리 사람들이 지리적으로 믿는 게 있었다. 발리사람들이 신성히 여기는 산, 아궁산을 기준으로 동서남북이 나뉜다고 한다. 

그리고 발리 사람들은 하늘이나 산 같은 곳은 신성한 곳으로 보고, 바다는 악령이 떠돈다고 여긴다. 두 공간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 바로 인간 세계다. 발리사람들에게 우주는 신의 영역, 악마의 영역, 인간의 영역 이렇게 3가지로 나뉘는데, 이것은 마을과 집 배치, 사람의 몸과 사당의 구조에도 적용된다고 한다. 

집에서 가장 아랫쪽은 화장실을 주로 두고, 북쪽에는 조상들을 모시거나 사원이 있다. 새로운 가족이 생기면 그 집은 아래쪽으로 순서대로 짓는다. 가족의 생활과 삶에 관련된 것들에 모두 짜낭을 올려놓고 기도를 하는데, 마당에 있는 돌은 그 집의 아이를 상징한다고 했다. 그래서 작은 돌멩이 위에도 짜낭을 올려놓는다고 한다. 

여자는 결혼하면 출가외인. 만약 득남을 하지 못했을 경우, 친척의 남자아이를 데려다가 양자로 삼는다고 했다. 첫째아들에게 거의 모든게 물려지는 셈이다. 이렇게 외국인과 외국 문화가 밀려드는 시대에, 자신들만의 전통을 지키고, 전통대로 살아가는 발리인의 자부심이 굉장해보였다. 

웰컴드링크로 차를 - 나는 발리 커피를 남친은 생강차를 마셨다- 마신후, 본격적으로 수업에 들어갔다. 

수업을 지도하는 사람은 또 따로 있었다. 그분의 성함... 도 모르겠다. 친근한 쉐프 아저씨라고 하면 되려나.


수업의 첫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재료를 썰고, 하는 것은 어느 정도 해보면 되니까. 

하지만 발리의 전통 주방에서 밥을 어떻게 짓는지 설명을 듣는 이후로는... 아, 이렇게는 못하겠다. "아 몰랑"... 이런 약간 포기의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수업에서 표방하는 것은 No MSG!

과연, 가공된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내가 이걸 한국에 돌아가서 할 수 있을까 싶어서 그랬는지 갈수록 수강의 입장에서 참관의 마음으로 서서히 옮겨갔다.


(땅콩을 가루가 되도록 부수고 있다. 여기서 만든 땅콩소스는 정말 맛있었다.)


(도마에 요리 재료를 칼질하는 건 다같이 했지만, 가스렌지로 하는 것은 5명씩 나눠서 했다.)


(기름은 코코넛 오일을 이용해서 야채를 볶았다. 

고기를 굽는 건 주방보조로 있는 남자들이 잘 구워왔다. 우리는 요리를 시늉만 했던 것 같다. 

나중에는 요리 수업에 집중하기 보다는 옆사람과 수다떠는 것이 더 좋았었다는. ; ))



치킨에 양념이 배어드는 것을 기다리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호주 아주머니 중 한 분이 채식주의자라, 그분은 치킨 대신 따로 가지 등을 이용한 요리를 만들어야했다. 

고기를 굽고 대부분 완성한 것은, 주방보조들의 역할이 컸고, 쉐프의 설명을 듣고, 시늉을 하는 것이 1시간 넘어서서자 좀 지치기 시작했다. 


(발리 사람들은 하루의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신에게 제물을 바친 후, 먹는다고 하였다.

다행이 수업에는 짜낭을 만드는 걸 시키지 않았다. ; ) 

사원에 들어가기 전에 사룽을 착용하고, 이집의 어머니를 따라서 사원에 들어가

어머니께서 공물을 바치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았다. )



#Do you know Gili?! 너, 길리를 아니? 

우리가 이 집의 모든 곳에 짜낭을 놓고 기도를 할 필요가 없었어서, 넓은 테이블이 있는 곳으로 와 자리에 앉았다. 내 양옆으로는 호주 할머니와 남친, 맡은편에는 러시아 애들이 앉았다. 

점심메뉴는 우리가 부분적으로 도움을 준... 요리였다. 셋팅이나 서빙 같은 건 주방보조로 있던 청년들이 이곳이 레스토랑인것 마냥 다 해주었다. 음료를 뭐 마실지 물어봤는데, 나~ 중에 계산할 때 알고 보니 공짜로 주는게 아니었다. 그걸 알고 있던 할머니는 어쩐지 음료를 시키지 않으셨었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조용한 분위기를 애써 무마하기(?) 위해 대화가 시작되었다. 내 옆에 있던 할머니는 서슴없이 다정한 말투로 대화를 잘 이끄시는 분이었다. 내게 이런저런 말을 거셨으나... 영어가 부족했던 나는- 아니 대화 스킬이 부족했던 나는 할머니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했다. 이런 내 모습을.. 내 앞의 영어 잘하는 러시아인들이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하는 부끄러운 마음에 가슴이 좀 조마조마했었다.

할머니의 대화 상대는 앞에 앉은 러시아 여자애로 옮겼다. 알고보니, 인천대에서 항공관련 학과를 다녔다고 한다. 한국어를 쓰기 부끄러워해서 내게 말을 걸지는 않았다. 나도 대뜸 뭐라 독촉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옆에서 대화 내용을 듣기만 했다. 

러시아 애들은 하얼빈인가... 일제시대때 독립운동가들이 건너가서 살았던 곳이 고향인지라- 한국인들이 왜 이주를 했었고 어떤 역사가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서울에는 울트라 페스티벌에 가기 위해 다시 간다고 했다. 

울트라 페스티벌은 처음 들어봤는데... 일렉트로닉 뮤직 페스티벌이라 하였다.

이제껏 여행하면서 러시아 사람이 하는 영어를 이렇게 오랫동안 듣는 건... 처음인 것 같았다. 러시아 억양이 약간 섞인 영어가 잘 해석되지 않아서 나와 러시아 남자의 대화가 좀 껄끄럽지 않은 상황도 있었지만, 그에게서 '길리'라는 섬에 대한 정보를 듣게 되었다.

남친과 내가 스쿠버 다이빙도 할 생각이라고 하자, 그가 길리 섬을 추천해주었다.

거기는 오토바이가 없고, 차도 안 다니며 자전거를 타고 다녀야 한다고 했다. 공기가 깨끗하고 예쁜 섬이라고...

"오... 길리??"

어디서 들어본 것도 하고, 본 것도 같은 섬인데, 정확히 어디있는지 몰랐던 나는 머릿속에서 가상의 지도를 그려보았다.

Gili길리라......


시간이 더 많았으면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식사를 마치고 이내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가는 길에는 호주 할머니와 나, 남친, 세사람만 탔다. 러시아 애들에겐 창밖으로 손짓으로 인사를 하고, 호주 할머니에게서 우붓 요가 스튜디오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 할머니는 리조트에서 참여 하고 있는 Yoga retreat에 대해서 잠깐 설명해주시다가, 요가반 말고 Radiantly alive yoga 스튜디오를 추천해주셨다.

숙소로 돌아온 남친과 나는 우붓 이후의 일정에 대해 의논하기 시작했다. 

귀가 말랑말랑하고, 팔랑팔랑거리는 나와 남친은 러시아 남자애가 알려준 섬 '길리'에 불이 확 붙여졌다.

길리가 어디에 있고, 어떻게 가고, 언제 갈 것인지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수업 후 받은 코코넛 오일과 레시피가 적힌 작은 수첩)


+p.s 성격 좋으신 호주 아주머니께서 발리만 해도 4번째 오는 여행인데, 우붓에 있는 웬만한 쿠킹 클래스는 다 들어보셨다고 했다. 그리고 그 중에 이곳, 로봉 쿠킹 클래스가 제일 좋다며 칭찬 일색을! 뭐니뭐니해도 장점은 이 집 두 아들들이 영어를 꽤 잘한다는 점. 주방장 아저씨의 영어도 나쁘지 않았다. 음식 수준도 꽤 높은 편. 로봉 쿠킹 클래스 추천합니다 : ) 



#와이파이 잘되는 까페, 까끼앙 베이커리Kakiang Bakery 

​숙소에서 가만히 쉬다가 요가반 저녁 수업에 가도 됐겠지만.... 우붓은 어중간하게 시간을 보내기엔 갈 곳도 많고, 먹을 곳이 많기에 명상 수업 전에 애매하게 남은 이 시간을 나름 활용하고자 했다. 

요가반의 위치보다 길 따라 좀 더 내려가야 있는 까끼앙 베이커리는, 생각보다 간판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커브를 도는 길에 illy일리커피 간판이 쌩뚱맞게 보이면 잘 찾아온 것이다. 이틀 전에 왔을 때 생크림 딸기 케익이 다 팔렸어서 못 먹었었다. 

이번에는 꼭, 먹을 수 있길 바라면서 찾아갔다. 



다행이 오늘은 몇 조각 있었다. 가이드북에 나오길, 까끼앙 베이커리가 우붓에 정착한 일본식 베이커리의 선구주자라던데... 잔뜩 기대를 하면서 먹은 생크림 케익은 나쁘지 않았다. 빵이 좀 더 부드러우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았지만 생크림이 맛있었다. 일리 커피가 들어간 음료도 시켰는데, 커피맛은 그저 그랬다. 

1층, 2층의 내부석보다 야외석의 자리수가 더 많아보였는데, 날씨가 더우니 밖에 나가 앉아있는 손님은 딱 한 명 뿐이었다.

와이파이 잘되는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직원들이 2층으로 잘 올라오지 않고, 그릇을 다 비웠어도 도중에 와서 손대지 않는다. 눈치보지 않고 시간 때우기 좋은 곳 같았다. 



#요가반의 저녁 티벳탄 볼 명상 수업


(명상 수업 후 가져온 엽서)


8시에 시작하여 한 시간 동안 진행되는 티벳탄 볼 메디테이션- 티벳탄 볼 명상 수업.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수업에 참여했는데, 동양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나와 남자친구 뿐이었다. 리셉션에 요가반 카드를 주면서 2명이 쓴다고 하고, 리스트에 우리 이름을 적었다. 2층의 홀에서 열리는 명상 수업 셋팅이 끝나자 직원이 리스트에 적힌 이름을 호명했다. 

두 개의 원이 되도록 이미 매트가 배치되어 있었고, 남친과 나는 늦게 올라간 상태라 뒤쪽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스님은 수업 시작 전에 자신의 동선 안에 불필요한 물품이 있는지 하나하나 살피면서 수강생의 물품을 뒤에 두도록 권했다. 

티벳탄 볼이 무엇이고, 이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런 설명을 들을 줄 알았는데.... 그저 누워서 눈 감고 있으면 스님이 오셔서 '뎅~~' 하고 볼을 치며 울림을 진동시켜준다.

나는 오늘따라 명상이 잘 되지 않았다. 괜히 짧은 반바지를 입고 왔다. 그냥 누워있자니 다리에 한기를 느꼈다. 담요가 있긴 했지만, 공용으로 쓰는 거라 찜찜한 마음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스님은 볼을 가지고 다니면서 한 명, 한 명의 머리 위에서 소리를 만들며 볼을 가지고 원을 그린다. 그 소리는 마치 종 소리를 귓전에 대고 듣는 듯한 기분이 드는데, 소리가 주는 에너지가 초반에는 약간 소름끼치는 기분도 들었지만, 이내 그 순간만의 황홀함과 특별함을 누리는 것에 만족하게 됐다. 

자세가 불편하여 여러번 뒤척이는 나와 달리 내 옆에 누워있는 남자친구는 고요했다. 

나는 가만히 누워있는 동안 오늘 로봉 쿠킹 클래스에서 있었던 일들이 생각났다. 특히 점심을 먹으면서 내가 할머니의 대화에 잘 응대하지 못하고, 영어를 잘 알아먹지 못했음에도 그냥 넘어가려고 했던 안 좋은 대화기술이 생각나서, 내가 내 자신을 괴롭혔다. 

'그땐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이런 말을 더 했으면 좋았을텐데.....'

애써 좋은 생각을 하려했지만, 낮시간의 아쉬운 대화 내용만이 1시간 내내 내 머릿속을 떠다녔다. 


수업이 끝나고, 스님이 촛불 앞에 마련해둔 엽서를 들고 나왔다. 나중에 생각나면 한번 찾아볼 요량으로...

그렇게 괜찮은 명상을 한 시간은 아니지만, 깜깜한 밤에 듣는 티벳탄 볼의 소리는 충분히 매력적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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