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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발리, 길리, 태국

[발리여행]D+6, Accept the experience in Bali

Yildiz 2016. 7. 6. 23:20


(2016년 6월 5일 일요일)


#댄스 대신 크림 카라멜 디저트!!

일. 요. 일! 일요일은 요가반에서 유명하다는 'Sunday Dance' 수업이 있는 날이다. 댄스라니... 과연 어떤 수업일까 궁금해서 블로그 검색을 해봤더니.. 더 망설여졌다. 과연 내가 그 시간에 잘 즐길수 있을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한번은 들어봐야 하지 않겠어? 고민하다가 결국엔 '포기'했다. 내가 해보지 않았던 것에 대한 어색함, 춤을 잘 추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앞섰기 때문이다. 

11시가 다 되어가자, 괜히 먼저 포기했나 싶은 자괴감이 없지 않았다. 뻘쭘함을 무릅쓰고 가야했었나...

Sunday Dance 수업은 일부러 놓쳤고, 대신에 멜팅 웍 와룽에 가서 크림 카라멜을 맛보기로 했다. 

멜팅 웍 와룽을 찾게 된 이유는 순전히 가이드북에 나온 '크림카라멜' 때문이다. 디저트를 항상 챙겨먹지 않는 편이라서 '크림 카라멜'에 대한 기대가 크진 않았다. 다만 가이드북 저자가 느꼈던, 이 식당을 다시 찾고 싶게끔 만드는 '크림카라멜'의 정체를 밝혀보고 싶었다.

이 식당의 주인은 프랑스인 아주머니다. 주인 아주머니는 직원이 있어도 손님에게 일일이 응대하고 맛이 어떤지 상태를 물어보는 것을 어느 누구에게도 빼놓지 않고 하셨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식당 벽에 붙여진 종이를 보니 내일부터 당분간 식당 문을 닫는다고 적혀있었다. 오늘 찾아오지 않았다면 크림카라멜 맛을 보는 기회를 놓칠 뻔 했다. 

이 식당의 특이한 점은 메인 메뉴가 따로 없다는 것이다. 매일매일 달라지는 지는 알 수 없으나, 70cm 정도 높이의 간이 칠판에 2가지 메뉴를 적어 놓고, 손님이 식사를 원하면 직원이 칠판을 테이블로 들고 와서 설명해준다. 남자친구는 치킨 요리를, 나는 코코넛 카레를 시켰다. 


(깐깐해 뵈는 프랑스 아주머니의 인상처럼 단정하게 나오는 음식들. 첫번째 사진은 코코넛 커리 라이스, 두번째 사진은 치킨 요리. 나쁘지는 않았지만 엄청 맛있지는 않았다.) 


간이 짜지 않고 삼삼한 편이었다. 야채 피클이 있어서 그나마 괜찮았지만, 자극적인 것에 길들여져있는 한국인 입맛에는 그렇게 맛있다고 호평할만한 맛은 아니었다. 나는 웬만하면 비싸게 사 먹는 음식을 잘 남기지 않는다. 하지만 음식의 양도 많고, 무엇보다 코코넛 밀크가 추가된 커리는 상당히... 밋밋하고 자꾸 먹을 수록 매력이 없어지는 맛이었다. 매운 맛으로 달라고 할 걸 그랬다. 

이 날 나는 굉장한 실수를 범했는데, 바로 음료, 식사, 디저트 모두 코코넛이 들어간 것으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음료수를 코코넛 쥬스로, 식사는 코코넛 밀크가 들어간 커리 라이스, 디저트는 코코넛 밀크가 들어간 카라멜 푸딩. 헝.... 배부른 속이 느글느글 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내가 그닥 좋아하지 않는 시나몬 가루가 잔뜩 뿌려져 있어 대뜸 놀랐지만... 그래도 먹을 만 했다. 초반에는 그냥저냥한 맛이었지만 코코넛 밀크와 카라멜 푸딩이 서로 잘 섞이자 오묘한 부드러움과 함께 단 맛이 느껴져서 매력이 있었다. 

우붓에 다시 간다면... 크림카라멜.. 그리고 또 다른 디저트 메뉴를 시켜보고 싶다. 식사는 다른 곳에서 하고, 디저트만 맛보러 갈 것이다. ; ) 



#따만 사라스와띠 사원과 우붓 스타벅스
  

Photo by Hesher @ Ubud, Bali, 2016 


멜팅 웍 와룽이 오픈형 레스토랑이라 식사를 할 때 선풍기가 틀어져있어도 좀 더웠다. 더위를 식히고, 우붓 왕궁 구경도 할 겸 스타벅스로 향했다. 따만 사라스와띠 사원은 연못으로 둘러쌓여있는데, 양쪽으로 까페가 있다. 한 곳은 우붓 사람이 운영하는 까페, 다른 한 곳은 세계적인 기업 스타벅스가 있다. 워낙 스타벅스에 길들여진 입맛인데다 에어컨이 빵빵할 것으로 예상되는 스타벅스로 들어갔으나.. 두둥. 생각보다 시원하지 않았다. 안쪽의 편한 소파 자리에 앉았다가 그나마 에어컨 바람이 오는 입구쪽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매장 안의 꽃무늬 나무 장식이 인상깊었는데... 사진을 찍지 않았어서 아쉽다. 


자꾸 핸드폰을 향해 헤딩하던 길 고양이

Photo by Hesher @ Ubud, Bali, 2016 


#발리에서의 경험을 받아들이세요. Accept the experience in Bali

멜팅 웍 와룽에서 너무 배를 한껏 채웠던지 저녁을 제때 챙겨먹지 않았어도 됐다. 요가반의 일요일 저녁 수업 중 7시 반에 시작하는 키르탄kirtan을 듣기로 하고 늦지 않게 '일찍' 요가반에 도착했다. 남자친구와 내가 가장 먼저 도착한 수강생이었다. 맨 앞자리 구석에 자리를 잡고 사람들이 다 모일때까지 기다리다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키르탄 수업을 듣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키르탄에 대해 어렴풋이 알게 된 것은 줄리아 로버츠 주연인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영화에서였다. 그녀가 새로 사귄 남자친구를 따라 간 곳에서 그룹으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그래서 오늘 내가 경험하게 될 수업도 비슷한 것일거라 예상할 수 있었다. 

키르탄은 산스크리트어로 찬양하다는 뜻이다. 쉬운 예로 교회에서 찬송가 부르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오늘의 수업에는 특별 게스트로 아프리카에서 온 어떤 커플이 자리를 함께했다. 남자는 이상한 악기(?) 연주하고, 여자는 노래를 부르는데, 남자의 즉흥연주를 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여자의 아름다운 목소리는 영화에서나 들을 법한 그런 특별함을 가지고 있었다. 

강사가 기타연주를 하면서 앞부분을 선창하고, 수업을 듣는 이들이 따라부르면서 나중에는 같이 부르게 된다. 가사가 만트라 같은 반복적인 말과 단순함이 있어서 따라부르는데 그리 어렵지 않았다. 잘 모르면 모르는대로, 잘 부르면 부르는대로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분위기에 어울려 노래를 부르면 되는 것이었다. 

수업이 거의 끝나갈 무렵, 강사가 즉흥적으로 수강생들에게 요가의 '죽은 자의 자세'를 하도록 시켰다. 죽은자의 자세는 몸을 편하게 힘을 빼고 눕는 동작이다. 요가반 스튜디오가 시멘트 바닥이 아닌 나무바닥이라서 누워있을 때 지나가던 개미가 나를 깨물을까봐 조금 걱정을 하며 뒤로 누웠다. 

"Accept the experience in Bali." 

강사는 그저 지나치는 식으로 말을 했지만, 오늘 그가 했던 여러 말 중 이 문장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발리에 온지 1주일 가까이 되어 가는데, 호주의 깨끗한 공기를 그리워하질 않나, 한국 뉴스를 접하면서 우울해하지를 않나... 선데이 댄스 수업을 일부러 가지 않은 내 자신에 대한 실망감.... 등등... 키르탄 수업을 듣기 전까지 마음이 무거웠던 것 같다. 

복잡난해한 내 마음이 이번 여행 기간 동안은 발리로 가득 차기를, 발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를. 새로운 경험을 반갑게 맞이하기를.

Accept the experience in Bali. 

꽈배기처럼 꼬여있던 마음이 조금씩 풀리게 하는 주문을 들은 기분이었다. 


1시간 반의 키르탄 수업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다. 9시가 다 되자 배가 무지 고팠졌던 우리는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맘마미아 피자 가게에 들어갔다. 화덕피자 하나와 까르보나라를 시켜 먹었다. 맛은 괜찮은 편이었는데, 피자에 치즈 토핑을 추가로 시켜야 더 맛있을 것 같았다. 가격과 맛 모두 무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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