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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발리, 길리, 태국

[발리여행]D+2, 사누르에는 뭐가 있길래?

Yildiz 2016. 6. 5. 00:15

(2016년 6월 1일 수요일)

#꾸따Kuta->사누르Sanur로 이동하는 날

호텔 숙박을 2박 3일로 했지만 1박 2일만 머문 듯한 기분이 든다. 아무래도 첫 날 새벽에 도착해서 얼마 못 자서 그런 것 같다. 호텔에서 타월이랑 비누, 물(500ml짜리 2개)을 공짜로 주고, 매일 청소해주고, 더우면 수영장에 가서 몸 담그거나 아니면 방에서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놓고 침대에 편히 누워 티비 보고... 하, 빠듯한 일정만 아니라면 굳이 어디 나가지 않고 며칠 이렇게 푹 쉬어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호텔방에서 보이던 뷰. 좋은 뷰를 기대했던건 아니지만 조금 저렴하게 머물었기에 별 생각이 없었다. 예쁘고 완벽한 뷰는 아니지만, 밤새 숙면할 수 있었던 건 이런 환경 덕분이란 생각도 해보았다.) 

아침 조식을 먹고 짐을 챙기고 하다보니 11시가 훌쩍 넘었다. 좀 더 느긋하게 있다가 체크아웃 시간인 12시까지 편히 쉬려고 했지만 사누르에 일찍 가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리셉션에 내려가 체크아웃을 하니, 호텔 평가하는 종이를 직원이 불쑥 내밀었다. 마음에 안 들었던 부분도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서비스가 좋았어서 모두 '좋음'으로 선택했다. 

꾸따에서 사누르까지 약 12km 거리여서 그렇게 멀지 않다. 블루버드 택시를 탈까, 여행자 버스를 탈까, 우버를 이용할까 하다가 우버택시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처음으로 이용해보는 우버택시였다. 우선 핸드폰에 우버 어플을 깔고, 출발지와 목적지를 정하면 예상 금액을 알 수 있다. 

우버택시가 호텔 앞까지 와서 편하게 사누르 숙소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사누르에서도 2박 3일 있기로 했다. 마지막 3일째는 체크아웃 하자마자 우붓으로 갈 예정이다. 사누르 숙소는 사누르 비치와 조금 떨어진 곳으로 정했다. 사누르에서도 더 카나 호텔처럼 하루에 50불(호주달러) 정도하는 호텔에 머물까하다가 조금 저렴한 곳을 선택했다. 데위데위 빌라Dewi dewi villas - Dewi는 인도네시아어로 '여신'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여기서 2박하는 금액은 더 카나 호텔에 1박하는 금액과 비슷하다. 가격이 싼 만큼 시설 수준은 좀 많이 떨어졌다. 

하지만 있을 건 다 있는 편이었다. 문 열면 바로 앞에 작은 수영장이 있고, 냉장고와 전기포트, 간이 가스렌지, 싱크대까지 있었다. 사용하기 좀 꺼려져서 쓰진 않았지만 매일 청소하면서 관리를 해서인지 방과 화장실은 전반적으로 깨끗한 편이었다.   

​사누르 비치쪽에서 15~20분 정도 떨어진 곳이라 여행자들은 많지 않은 곳이었다. 현지인들이 주로 지내는 곳이라 조용하고 한적했다. 

#덴파사르에 있는 체인점 식당, 와룽 레꼬에 다녀오다. 

체크인을 하고 나서 바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이번에도 우버택시를 이용했다. 목적지는 덴파사르에 있는 맛집! 와룽 레꼬! Warung Leko. (와룽은 인도네시아어로 '식당'을 뜻한다. 주소 Jalan Cok Agung Tresna No. 110,Panjer,Denpasar Sel.,Kota Denpasar, Bali


(우버를 요청하면 근처에 있는 우버 택시들의 위치가 나오고, 우리의 요청을 받은 운전기사가 '콜'을 하면 그의 정보가 앱 화면에 뜬다. 이름, 자동차 기종, 운전기사 사진과 번호판까지. 정말 좋은 어플인 것 같다.) ​

가이드 북에서 추천 맛집 중 하나여서 현지인들도 다 알고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를 데려다준 우버 기사님은 처음 들어보셨던 모양이었다. 와룽 레꼬는 체인점인데 발리 섬에는 덴파사르에 딱 한 군데 있다. 그외는 인도네시아 다른 지역에 있다. 식당은 우리나라 감자탕이나 숯불갈비 식당 같은 느낌의 인테리어라서 낯설지 않았다. 메뉴판 디자인도 훌륭했다. 가격표에 여러겹 스티커가 붙여져있어 두터웠다. 발리에서 와서 처음 도전해보는 현지 식당이라 가격 비교하기 어려웠지만, 가이드북에 저렴한 식당의 가격이 20,000루피아(약 2천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와룽 레꼬의 나시고렝 아얌(치킨 볶음밥) 가격이 26,500루피아(약 2천650원). 이 정도면 많이 비싼 것 같지 않았다. 다만 tax가 10% 별도로 붙는다. 그러면 거의 30,000루피아(약 3천원) 정도인 셈.

가이드북에 나온 사진과 메뉴판 내용을 확인하며 소갈비튀김과 소갈비탕을 시켰다. 밥을 따로 주문해야해서 나시고렝 아얌과 그냥 흰 밥 하나를 주문했다. 흰 밥은 6000루피아(600원)이다.

한국 식당에서 사먹는 것처럼 갈비탕 그릇이 큰 국 그릇에 나올 거라 예상하고 있었던 게 잘못이었다. 사이즈는 딱... 키즈밀.. 사이즈. 애들이 먹는 국 그릇 사이즈라고 하면 적당할 것 같다. 생각보다 양이 많이 작아서 실망했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원래 이렇게 나오는 것이었다. 소갈비튀김도 양이 많지 않았다. 사진을 찍지 않아서 확실하진 않지만 4~5천원 정도 가격에 한 접시에 갈비 조각이 3-4개 정도 있었다. 사이즈에 실망했지만 배가 고팠던 우리는 먹기 시작했다. 그래서 사진이 없다. 

나시고렝 아얌- 치킨 볶음밥을 한 입 먹은 우리는 너무 맛있어서 눈이 번쩍 뜨였다. 소꼬리탕을 시켰는데, 소꼬리살이 부드러웠다. 소갈비튀김은 튀긴 거라 퍽퍽할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부드러워서 먹기 좋았다. 우걱우걱 지저분하게 먹다보니 사진 찍기가 좀 그랬다. 

소갈비튀김 한 접시, 소꼬리탕, 흰 밥, 나시고렝 아얌. 4가지 메뉴에 택스 10% 붙어서 가격은 129,000루피아 (약 12,900원). 어제 스타벅스에서 마신 음료 2개 가격이 126,000루피아 임을 떠올리면 적당한 가격인 것 같다. 


#뿌뿌딴 광장과 민중투쟁 기념비 in 덴파사르 

와룽 레꼬는 뿌뿌단 광장 위쪽에 자리잡고 있다. 식당에서 나와 뿌뿌딴 광장에 있는 민중투쟁 기념비를 보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광장이 굉장히 넓은데 녹색의 풀과 나무 사이에 대비되는 검정색의 큰 기념비가 보인다. 네덜란드군대에게 저항하는 마지막 저항 방식이 집단 자살의식이었다고 한다.  

​그런 역사를 알고 바라보는 기념탑이 굉장히 섬뜩하게 느껴졌다. 침략군에 대항하여 집단으로 자살하는 발리 사람들을 상상하자니 몸서리가 쳤다. 


​배부른 상태에서 덥고 습한 거리를 걷는 건 좀 힘든 일이었다. 남자친구는 졸리고 나른하다 하였고, 식당에서 나와 기념비앞까지 걷는 20분 동안 기력을 다 써버린 우리는 탑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조금 고민이 됐지만 날씨에 먼저 지쳐버린 나머지 포기했다. 


​탑 주위에는 웨딩포토를 촬영하는 커플이 보였고, 수학여행을 왔는지 아이들 무리가 우르르 몰려오는 걸 보았다. 더위에 지쳐 시원한 곳에 얼릉 들어가고 싶은 우리는 잔디밭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새삼 나이를 실감했다.

 

(기념비 입장료를 받는다. 안에 들어가면 전망대에서 덴파사르 뷰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전시장에는 발리의 역사를 다뤄서 발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뒤늦게 들어가지 않은게 살짝 아쉬워졌다.)


#사누르에는 뭐가 있길래?

공원 근처에 있는 블루버드 택시를 타고 사누르 비치까지 바로 가기로 했다. 중간에 Luhtu's커피에 가달라고 기사님께 부탁하니, 유명한 곳인지 알고 계셨다. "거기 문 닫았던 것 같은데...?" 라고 해서 좀 어리둥절 하긴 했지만 우선 가보기로 했다. 

블루버드 택시는 미터기를 켜고 달리는데, 기본 요금은 7,000루피아(약 700원)이다. 우버택시를 타는 것보다 요금이 좀 더 나오는 듯한 기분은 왜 일까. 

루터스 커피로 가는 골목은 차량이 지나다닐 수 없어서 중간에 사거리에 내려 걸어갔다. 사누르에 대해 검색하다가 알게 된 루터스 커피점이 보이자 제대로 찾아왔다는 생각에 안도를 했다. 해변가에 위치한 루터스 커피점. 이 집이 망할리가 없을 것 같은데 왜 기사님이 문닫았다고 했는지 모르겠다.

가게에 들어가서 먼저 커피를 시킬까 하다가 우선 사누르 해변가를 보기로 하고 좀 더 걸었다.

그리고 마주한 광경에 남자친구와 나는 동시에 감탄을 했다.


​맑은 날씨의 운이 한 몫을 했다. 반대편에 보이는 아궁산- 해발 3천미터 정도 되는 산으로 금강산, 한라산, 백두산보다 더 높은 산이다. 호주에서 밋밋한 동산, 언덕만 보다가 높게 솟은 매끈한 산을 보니 절로 탄성이 나왔다.

산을 바라보기 좋은 야외석을 골라 앉아 아이스 카푸치노, 딸기쉐이크, 레몬치즈케익과 브라우니를 시켰다. 이곳의 커피는 일리illy 원두로 뽑아준다. 

 

​스타벅스에서는 커피 2개 시켜야 12만 루피아인데, 여기에선 음료 2개와 케익 2개 다해서 10% 택스 붙어 12만 루피아가 나왔다. 


​(아궁산 Gunung Agung - 신성한 산으로 추앙받는 발리 최고의 산으로 인도네시아에서 5번째로 높은 '활화산'이라고 한다. 1963년에 마지막으로 화산 폭발이 있었고, 현재 3곳에 화산 관측소가 있다. 아궁산 트레킹 코스가 있다고 하는데... 보통 마음 먹고 가지 않는 한 힘들 것 같다.)


​(루터스 커피 메뉴판. 디자인은 바뀌지 않고, 가격만 오른 것 같다.)


​(음료가격은 스타벅스보다 훨씬 싼 편. 까페에서 먹는 식사류는 많이 비싼 것 같다. 웬만하면 음료나 베이커리류만 먹는 게 낫다.)


덴파사르 거리를 걸을 땐 너무 더워서 힘들었었는데, 사누르 비치에 와서 까페에 앉아있자니 바닷바람의 미지근함에 나른해져서 잠이 쏟아졌다. 마음 같아선 썬 베드에 누워서 자고 싶었지만 유혹을 이겨내고, 산책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사누르 비치는 꾸따비치처럼 붐비지 않고 많이 한산한 편이다. 가이드북에 적힌 것처럼 서양의 나이든 분들이 주를 이루었다. 루터스 커피점이 있는 곳만 사누르 비치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산책길을 따라 걷다보니 어마어마한 리조트와 텅 비어 있는 많은 식당들을 보았다. 이 많은 테이블과 의자를 채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사누르를 찾아야할텐데. 


​꾸따에서의 도시 산책보다 한적함을 원한다면 사누르는 추천할만 하다. 자전거 전용 도로가 있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외국인들이 종종 눈에 띈다. 산책로를 걷다보면 으리으리한 리조트의 레스토랑과 풀장을 많이 보게 되는데, 참 부러웠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바닷가 산책로를 벗어나 번화가로 나왔다. 여행자 거리처럼 조성된 곳에는 많은 바와 레스토랑이 있었다. 사누르를 찾는 사람보다 이 지역에 존재하는 의자의 갯수가 너무도 많아보였다. 텅 빈 식당을 지나치다보니, 먹을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는 판단이 들수 밖에 없는 풍경이었다. 

그 중에 만난 반가운 간판, 스타벅스. 


새로운 여행지의 낯선 음식을 도전하기 꺼려질 때, 우리는 익숙하게 먹던 것과 익숙하게 즐겨온 분위기를 만나게 되면 작은 위안을 얻는다. 스타벅스는 어느덧 나의 작은 고향이 되었다. 오고 가는 곳이 마땅치 않은 한국에서의 삶이 나를 이렇게 만든 것 같다. 자취방의 작은 공간이 답답할 때면 언제든 찾아가기 쉬웠던 스타벅스. 집보다 쾌적하고, 집에서보다 조금 덜 외로웠던 곳... 에휴. ㅠ_ ㅠ 

스타벅스의 어마어마한 가격을 알고 있기에 오늘은 그냥 패쓰. 사진만 대충 찍고 부지런히 숙소로 향한다. 남쪽으로 많이 걸어내려왔기에 걸어온 만큼 올라가야 했다. 뭔가 먹긴 먹어야했는데 선택하기 어려웠다. ​


(귀여운 폭스바겐 캠핑카. 파스텔 톤 색깔이 마음에 든다.) 


남자친구와 나는 딱히 어느 식당에 갈지 결정하지 못해서 결국엔 맥도날드로 향했다. 제일 간단하면서도, 실패할 확률이 돈의 가치를 크게 상실하지 않게 해주는, 매우 친숙하고 잘 아는 패스트푸드점.

인도네시아 맥도날드에서는 밥도 같이 나오는 세트 메뉴가 있다. 

​남자친구는 감자튀김, 나는 치킨 데리야끼 세트메뉴를 시켰다. 밥 위에 치킨까스와 데리야끼 소스. 그리고 아이스티로 구성된 메뉴다. 감자튀김을 먹는데 소스는 그냥 케찹이 아닌 스파이시 소스였다. 일회용 작은 용기에 마음껏 리필해서 먹을 수 있도록 구비되어있다. 

​1층 자리가 만석이어서 2층에서 먹었다. 키즈존에서는 노란색 드레스를 입은 아이가 생일날인건지 친구들과 놀고 있었다. 맥도날드 직원은 사회를 보는 일을 했고, 생일의 주인공은 파티에 온 친구들에게 풍선을 하나씩 나누어 주고 있었다. 한국과 호주에서 보지 못했던 장면이라 흥미로웠다.



#사누르 맥도날드 주차장에는 씨티은행 atm이 있다.

사누르를 떠나기 전에 씨티은행 atm에서 돈을 인출할 생각이다. 24시간 출금기이니 마음이 놓인다. 호주에서 보기 쉬운 은행 Commonwealth커먼웰쓰 은행 atm은 아레나 펍&레스토랑 앞에 바로 있었다. 사진상으로는 안 보이지만 씨티은행 atm 이 있는 담벼락 뒤로... 한 100m 거리(?) 안에 위치한다. 거리감을 잘 몰라서.. 흠.. 무튼 가까이 있다. 발리에 호주 사람들이 많이 와서 그런지 호주 은행의 atm이 종종 눈에 띤다. 



#아직 익숙치 않는 발리의 도로 건너기.​

호주에 있을 때 너무 편하게 차 타고 다녀서 그런가. 오랜만에 뚜벅이 생활자로 돌아오자니, 발리의 도로는 정말... 최악까지는 아니더라도 전혀 친절하지가 않다. 낯선 곳을 걷다보니 자주 두리번 거리는데, 도로 상태를 확인하며 걷는 게 보통 힘이 들어가는 일이 아니다. 보도블럭이 깨져있거나, 하수구로 빠지기 쉽게 뻥 뚫려있거나. 철근이 정리되지 않고 삐죽 튀어나온곳도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오토바이와 자동차의 행렬은 또 어찌나 무서운지. 


​그나마 숙소 가기위해 건너야 하는 큰 사거리 한 모퉁이에는 경찰이 앉아 있고, 신호등에 보행자 건너라는 표시가 들어온다. 경찰이 있는 곳이라 그런지 정지하고 있는 차들이 정지선을 지키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음식, 도로, 문화... 여러가지 것들이 익숙하지 않는 게 당연한 건데. 오랜만에 하는 여행이 왜 이리 '귀찮고 힘든 것'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아.. 심지어 숙소 가는 길에 만나는 개들도 무섭다. 어쩌면 좋지... 그나마 태국 개들보다 발리의 개들이 양반이란 남친의 말은 수긍할만 했다. 여기 개들은 짓거나 가만히 있는 편이니까. 무섭게 짓으며 덤비는 태국 개들보다는 낫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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