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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바둑을 생각하다, '조훈현'을 생각하다

일디즈 Yildiz 2016.03.21 03:07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국내도서
저자 : 조훈현
출판 : 인플루엔셜 2015.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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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생각하다, '조훈현'을 생각하다

 

나는 바둑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 그리고 '조훈현' 이 어떤 사람인지도 전혀 몰랐다. 몇 주전에 우연히 전자도서관에서 본 책 제목에 호기심이 생겨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조훈현'이란 사람이 바둑계의 '황제' 라는 것도 모른 채, 책 제목의 '생각법'에 오롯이 관심이 있었다.

 

책을 읽기 시작한지 며칠이 지나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시작됐다. 그리고 그 다음날에는 조훈현 9단이 새누리당에 입당하여 비례대표를 신청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바둑에 대해 잘 모르지만 바둑의 '승부사'가 펴낸 책을 읽는 시점과 바둑이 온 국민의 관심을 갖게 된 시점이 비슷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고수의 생각법' 뿐 아니라 '조훈현' 이란 사람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했다.

 

조훈현9단의 새누리당 비례대표 신청 소식을 들은 어떤 트위터 유저는, '한 분야에 일가견이 있다고 해서 다른 것에도 그만큼의 안목이 있다는 건 아니다.' 라는 비판을 일삼으며 혀를 내둘렀다. 그렇다. 정말 그렇다. 그가 '바둑'의 길을 걸어온 고수라 하더라도, 자신이 발 담그기 시작한 조직이 어떤 조직이고,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어떤 다른 결과가 벌어질지에 대해 관심없어하는 사람으로 읽혀졌다.

 

지금 미디어에서 큰 화두인 '총선' 이전에 국회에서는 '필리버스터'가 며칠간 진행되었었다. 국회의장이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려고 하자 야당에서 필리버스터를 시작하여 국민들에게 반대의견을 펼쳤었다.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에게 국민들을 감시하는 권한을 거리낌 없이 하게 만드는 '국민 감시법'이라고도 칭하는 법이다. 그런 법을 전체 다수가 동의하는 '새누리당'의 비례대표가 되겠다니. 대체, 이 나라는 스포츠나 아나운서, 연예인이 일정 기한의 활동이 끝나면 남은 인생의 화려한 길을 위해 정치로 입문하고자 하는 걸까. 

 

무엇이 이 사람을 정치인이 되고자 만들었나, 그의 생각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들어 책을 끝까지 읽었다.  

 

 

 

#프로 바둑 기사로 산다는 것, 인생이란 바둑판 위에 서 있는 것에 대하여  

 

이 책은 사실 '생각'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하며 관리해야하는지에 대한 자기계발서라기 보다는 조훈현9단의 인생 에세이나 다름 없다. 목차를 <고수의 생각법>이란 주제에 맞게 아주 잘 병렬했을 뿐, 조훈현9단의 승부 이야기, 스승과 제자, 경쟁자들의 이야기가 주로 서술되어 있다. 프로 바둑 기사로서 매번 '승리'를 할 순 없지만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다시 일어서는 것에 대해서 굉장한 설득력을 주는 조언들이 많았다.

 

 

  아파도 뚫어지게 바라봐야 한다. 아니 아플수록 더욱 예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실수는 우연이 아니다. 실수를 한다는 건 내 안에 그런 어설픔과 미숙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수를 인정하고 고치지 않는다면 그것은 영원히 미숙한 어린아이 상태로 살아가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정하고 바라보자. 날마다 뼈아프게 그날의 바둑을 복기하자. 그것이 나를 일에서 프로로 만들어주며, 내면적으로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시켜 줄 것이다. 

 

                                                                                                   -조훈현,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바둑이 인생이고, 인생이 바둑인 프로에게서 배울 수 있는 '철학'이 문장 안에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우리는 모두 세상이라는 거대한 바둑판 위에 서 있다. 돌을 던지고 나가는 순간 게임은 끝난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에겐 보여주지 못한 수많은 가능성이 남아있다. 자신은 아무것도 없다며 괴로워할지 몰라도 판 밖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우리는 여전히 8집을 더 갖고 있다. 그러니 아직은 게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조훈현,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상대방의 수를 읽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예측하고 계산해내는 작업은 대국 중일 때 누가 대신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인생의 어느 길로 나아갈지를 정하는 사람, 선택의 의지를 가진 사람은 오롯이 자기 자신이다. 어떤 선택이 좋은 것인지 알기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고독 속으로 침잠하는 시간 말이다.

 

tv, 친구들과의 수다, 라디오 등 끊임없이 자극을 받고자 하는 충동에서 벗어나 정적인 시간이 중요하다고 조훈현 9단은 강조한다.

 

 

다른 아무것도 없이 온전히 나 자신과 대면할 수 있는 시간,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정적의 시간이 우리에겐 절실히 필요하다. 

...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고독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 나는 우리가 인생을 보다 지혜롭게 헤쳐 나가고 꿈에 더 높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실력과 더불어 내면의 성숙함이 반드시 따라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더 많이 혼자 있고 더 많이 외로워야 한다. 더 많이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조훈현,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기록은 기록 그자체로 충분하다

 

'조훈현의 정치 행보' 라는 뜬금없는 소식 이전에, 이 책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책이란 생각을 들게 했다. 내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부터 일본으로 유학을 가 바둑을 배워온 조훈현 9단의 '바둑' 이야기는 정말 흥미진진했다. 내가 모르는 인물들, 아예 모르던 바둑 용어들이 나오지만 책을 읽는데 어려움이 없이 술술 읽혔다. 그가 바둑의 '황제'이자 '승부사'이기 때문에 그의 기록만 특별한 것이 아닌, 모든 이들의 기록은 그 자체로 각자에게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성공을 기록하고, 실패를 복기하고. 그런 기록들을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은 스스로 뿐 아니라 내가 모르는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방식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서 기록하고, 여행의 기록, 일상의 기록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단 생각을 하게 됐다.  

 

 

 

#What is Next?!  

 

조훈현 9단이 내제자로 받아들였던 '이창호'. 사실 조훈현이란 이름은 아예 몰랐지만 '이창호'는 귓등으로 스쳐듣기도 많이 했다. 제자에게 패하기도 하고, 이기기도 했던 조훈현. 그가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바둑을 두고 승부사로서 역할을 하는 건 다 그의 바둑에 대한 신념과 원칙이 굳게하기 때문이라는 증거를 책에서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왜, 뜬금없이 '정치'란 말인가?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에서는 실패했지만 다음 올림픽 때는 바둑이 정식종목으로 채틱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 바둑을 전국체전의 정식종목으로 만들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바둑의 보급과 발전을 위해서라면 나는 무엇이든 각오하고 악수를 놓을 것이다." 

 

 "나는 스마트폰이나 휴대폰은 커녕 운전면허증도, 신용카드도 없다."

 

 

                                                                                                    -조훈현,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책에 작가가 서술해놓은 것으로 미루어 보면, 그는 일반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잘 모른다' 평가할 수 있다. 그는 항상 필요한 현찰을 갖고 다니기 때문에 신용카드가 없어도 된다고 했다. 그러면 현찰이 늘 충분하지 않아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빚을 돌려갚는 누군가의 어려움을 조훈현9단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스마트폰과 휴대폰이 없기 때문에 감청과 권력기관의 개인정보 무단 열람에 대해서 그는 전혀 관심도 없을 것이다. 요즘 10대부터 50-60대까지 스마트폰과 휴대폰을 사용하는 인구가 얼마나 많은데, 당신은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하였다. 4인 가족의 한 달 휴대폰 요금이 얼마나 나오는지에 대해, 또한. 그는 전혀 관심이 없을 것이다.

 

바둑의 발전을 위하여, 바둑의 부흥을 위하여 힘쓰고 싶어하는 그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왜 '국회의원'이 되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국회의원은 '바둑'을 위해서만 힘쓰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의 표를 얻어 당선됨으로서, 국민의 대표가 되고, 나라의 발전과 국민의 안녕을 위한 여러 법안을 입법하는 사람이 바로 국회의원이다.

 

 

알파고와의 대결로 2016년 가장 '핫'한 인물로 급 부상한 '이세돌' 과 '조훈현'이 과거에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모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알파고의 다음 대결자' 라는 제목으로 사진이 올라왔는데, 조훈현9단이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바둑을 두는 사진이었다...

 

그의 생각과 행동이 결국엔 어떤 결론을 맺어질지 지켜볼 생각이다. 그는 벌써부터 다음 책 제목을 생각해놓진 않았을까.

 

조훈현, 고수의 정치.. 라든지....

 

'책'에 자세히 드러나지 않은 저자의 다른 면들을 알게 되니, 비로소 '한 사람'이 제대로 보이는 것 같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로 바둑에 진지한 관심을 갖게 된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봄직한 책이지만, 조훈현9단에 대해 그리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다. 하지만 바둑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내가 술술 읽힐 정도 였으니, 호기심이 인다면 한 번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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