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힘내자, 청춘!

[내 남자 안아주기] 상처에도 불구하고, 사랑 본문

책벌레/0.5배속

[내 남자 안아주기] 상처에도 불구하고, 사랑

Yildiz 2014. 7. 31. 02:37

 

 

   

  #절대적인 답이 될 수 없는 연애, 결혼에 대한 조언

 

솔로일 때는, 솔로인 처지가 막연히 불완전한 것 같았고, 길을 걷다가 커플들의 닭살스런 애정행각을 발견하면 불쾌감과 부러움을 동시에 느껴야 했다. '나는 왜 연애를 못 하는가'(어떤 면에서는 '안' 하는 것이었지만)에 대한 고민은 나이가 차오르자, 결국 연애 관련 서적을 찾아 읽게 되었다. [연애 바이블]이란 책도 읽었지만 결론은 <차라리 심리서적을 읽자> 였다.

 

Case-by-case 라고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살아온 시간들을, 짧은 시간에 상대방의 외모와 객관적인 단서만 보고 알아챌 수는 없다. 연애와 관련된 '밀당'이니, '픽업아티스트'니 하는 신조어들도 등장했지만, 그런 말들만 늘어놓고 보면, 연애가 무슨 전략과 전술을 놓고 승기를 누가 먼저 꽂느냐의 게임 같이 들린다. 일종의 성취감이 있겠으나, 그 후에 남는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정말 친밀해지고 싶은 사람을 사귀는 것인지, 단순히 욕망을 풀기 위해서 사람을 사귀는 것인지 우선 자신에게 묻고 답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솔로일 땐 막연히 커플의 상태를 바라왔지만, 막상 커플이 되고 나면 첩첩산중, 오리무중이다. '차라리 솔로일 때가 편했지'라는 공허한 말을 되뇌이면서도 벗어날 수 없는(벗어나기 싫은) 관계를 유지하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연애와 사랑과 관련된 심리서적을 하나씩 섭렵해가긴 했지만, 당장의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가까운 여자사람, 남자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애 초짜의 시간들을 지내온 결과, 사람들에게 연애와 결혼의 조언을 구하는 것도 '그 사람과 그사람의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만들어진 경험일 뿐이지, 내 사람과 나와의 관계가 모두 일치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 내게 하는 조언은 '그 자신'의 삶을 기준으로 나온 조언이기에, 조언을 듣는 '나'는 들어주는 2차 대상이고 1차적인 대상은 그 사람 '자신'이란 생각 또한 놓치면 안되는 것 같다.    

 

 

 

  #관계 맺기의 어려움 


누군가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남녀 관계의 문제점은 당사자가 서로 허심탄회 속내를 털어놓는게 올바른 해결책이다. 화가 난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을 여과없이 전달하기 보다는, 상대방을 헐퀴고 상처주는 말을 쉽게 내뱉게 될 경우에는 잠시 서로의 시간을 갖고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들어 내가 즐겨찾는 저자 중 '김현철' 정신과 의사의 말씀으론, "연애를 제대로 하면 정신분석은 필요없다." 라 하였다. 실로 동감하고 있다. 사람사의 관계에서 소통이 주는 오해와 편견들을 해소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쓰인다. 하지만 이보다도 자기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대변하고, 현재 상황에 대한 나의 반응이 무엇으로부터 기인했는지, 이미 과거가 되어버렸고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실은 장애물이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깨닫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관계 맺기가 어렵기도 하지만 내가 나를 제대로 대면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미혼이지만 부부상담 책을 읽게 되다

 

올해 당장, 내년에라도 결혼할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빨리 결혼하지 못해 안달인 것은 아니지만 우연히 알게 된(아마도 트위터를 통해서) 책 [내 남자 안아주기] 를 보고 솔깃했다. 책 표지에 적힌 말들이 하나하나 수긍이 갔기 때문이다.

 

울지 못하는,

상처받은,

화내지 못하는,

일하는,

쉬고 싶은,

고개숙인...

내 남자 안아주기

 

 

 


내 남자 안아주기(울지 못하는, 상처받은, 화내지 못하는, 일하는, 쉬고 싶은, 고개숙인)

저자
김선희 지음
출판사
쌤앤파커스. | 2014-05-2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공감으로 치유하는 부부상담가, 김선희가 전하는 상처 되는 사랑,...
가격비교

 

 

'아직 부부도 아닌데 이런 책 읽는 건 너무 오바하는게 아닐까?' 하는 마음에 망설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내 남자'를 더 이해할 수 있는 내가 되고 싶은 욕심이 커서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사랑과 전쟁>은 잊자, 내 남자를 안아주기 전, 나를 먼저 안아줄 것.

 

이 책은 6장에 걸쳐서 상담클리닉에 찾아온 부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저자가 윤색하고 각색한 부분이 많아 처음엔 문체가 어색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상담하기 위해 문을 열고 들어온 '용기'있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잘 풀어서 썼다. 자신들의 상처를 숨기고, 꾹꾹 눌러담거나, 또는 중독 대상을 통해 해소하는 남자들이 많지 않는가. 그래서 내가 봤을 땐, 절박한 심정으로- 아내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누군가를 찾아 상담실 문을 두들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모 방송사의 <사랑과 전쟁>이란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부부의 불화와 갈등을 극화시켜 보여주는 프로그램 말이다. 꼭 <사랑과 전쟁>이란 프로그램이 아니라더라도 드라마에서 가족간의, 부부간의 갈등이 단골손님처럼 등장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아직 연애를 하지 않았고,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어도,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누군가 겪었을 만한', '언젠가 나도 겪게 될지도 모를' 그런 갈등들을 보고, 간접적으로 배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드라마나 극에서 자극적으로 치닫는 결말이 있을진 모르나, 근본적인 해결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린 사람사이의 갈등에서 '왜' 라는 질문 보다는 '그래서 어떻게?' 라는 결정이 전부인 것만 보아왔던 것이다.

 

책 [내 남자 안아주기]를 서둘러 읽기는 힘들었다. 간혹 책을 덮고 생각해야 할 시간들이 필요했었는데, '내 남자'에 대해 생각하기 보다는 '나'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어렸을적 나의 역사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내담자의 입장처럼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친밀해야 했던 가족관계에서 소통의 부재가 컸던 환경에서 지내오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과거와 미래가 같지 않으려면 현재 일어난 갈등 상황을 통해서 나를 자극하는 감정이 무엇인지, 갈등에 대처하는 나의 태도가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 스스로 알아채는 순간순간의 노력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p.119
관계는 상처에도 불구하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내가 받고 싶은 사랑을 내가 먼저 건네보자.

 

-p.133

우리네 인생을 '성장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혼위기를 비롯한 마음속 깊은 상처는 성장과 진화를 위한 커다란 터닝 포인트라는 걸 그들이 기억했으면 좋겠다. 터닝 포인트의 궁극적 지향점과 그 가속력은 두 사람이 함께 정하는 것이다. 여자들이 타고난 감성을 활용하여 남자들을 끌어안고 같이 나아가는 건 어떨까. 

 

 

 

  #왜 여자가 남자를 안아줘야 할까?

 

책을 한 번 읽고, 다시 한번 되새김질을 하고자 했지만, 나보다 더 시급한 문제에 처해 있어 보이는 지인에게 선물을 주었다. 책제목을 읽은 지인의 반응은 장난식으로 어이없어하며 말하였다.

 

"왜 여자가 남자를 안아줘야해? 남자가 먼저 안아주면 안돼?"

 

언니 말도 맞긴 맞다. 왜 여자가 모든 것을 다 감내하고 받아줘야 하는 걸까.

 

우선 갈등상황에 대처하는 여자와 남자의 자세를 보면, 여자는 자신의 일을 누군가와 이야기하며 나누고, 조언을 듣지만 남자는 혼자 생각하고 쌓아두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사회 문화적으로 남자라면 '응당'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남자들이 자신들의 감정을 표출하는데 어색하게 만드는 분위기를 형성한 것도 없잖아 있다. 그래서 가장 친밀해야할 연인 사이에서 여자가 감정적으로 남자를 보듬어줄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는게 사실이다.

 

'남자는 여자로 인해 치유된다.'라는 말이 있지만, 반면 '남자는 남자를 통해 치유될 수 있다.'라는 관점도 있다. '자조모임'이라 하여 미국에서는 남자들의 모임도 있다하니,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장소가 그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공간일까 싶다. 남자들의 고민을 공유하는 '남자들의 모임'이라... 한국에서 당장은 실현하기 어려운 심리적 공간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 여자의 역할이 먼저 대두될 수밖에.

 

 

 

 #진화하는 사랑, 멀고도 험한 길이지만 함께 손잡고 걸어 가야할 길 

 

-p.213-214
낭만적 사랑이 사라지면 그걸로 끝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낭만성이 부식되는 데 적응하는 동시에 거듭나는 지혜가 필요하다. '다음 단계'가 있는 것이다. 낭만적 사랑의 단계에서 상대를 진정으로 돌보는 참사랑의 단계로 도약할 때가 온 것이다. 탈바꿈의 때. 마치 진공포장처럼 순진한 낭만서에 휩싸여 있던 내 안의 기대와 강박관념들, 내 위주의 욕망들을 내려놓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놓아주는 것, 상대를 진정으로 돌보는 것, 그 폭넓은 지혜와 참사랑의 단계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사랑이란 그가 그의 속도와 그만의 영법으로 강을 건너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임을 절감한다. 내 남자는 내 남자이기도 하지만 분명 타인이다. 내 남자는 내 남자가 될 수 없다. 그 남자가 그저 내 곁의 남자라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중략) 관계는 이처럼 어렵다. 그렇기에 관계가 어렵다는 걸 인정하며 겸허히 걸어갈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어렵기에 자신에게도 그리고 상대에게도 너그러울 필요가 있다. 불일치와 어긋남을 편안하게 관조할 필요가 있다.

 

 

예전에 [사랑은 없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사랑의 감정을 유발하는 호르몬이 어떻고, 그것이 시간이 지나면 시들시들해지기 때문에 '영원한 사랑은 없다' 라는 결론을 가진 책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사람은 변하고, 세월도 변하는데, 어떻게 사랑이란 인간의 유동적이고 요동치는 감정을 미이라처럼 박제하듯 처음과 같이 그모습 그대로이길 바랄 수 있을까. 그건 정말 산 사람들에게 '송장'이 되라는 요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책에 나온 구절처럼, 사랑의 '다음 단계'를 내 남자와 손 잡고 넘어가기. 관계를 이어가는 게 힘들지만 그만큼 서로가 친밀해지고 긴밀해진다면 그건 단순히 '너는 내 남자, 나는 네 여자' 라는 소유적 관계를 떠나 함께 인생이란 고단한 길을 통과하는, '너는 내 남자이기도 하지만, 오롯이 존재하는 한 사람'의 건강한 관계.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할 남녀관계가 아닐까 싶다.

 

완전무결한 도덕적 관념에 몸서리치기 보단 때론 체념을 일삼고, 과거의 '그'를 놓아주기를,

"내 남자는 내 남자가 될 수 없다." 라는 구절도 잊지 않으면서 말이다.

 

연인과 자주 다툰다거나, 부부간의 갈등 때문에 힘든 분들께, 아니면 예비 부부들에게 추천할만 한 책 [내 남자 안아주기]

읽기를 잘 한 것 같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