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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인생수업] 나도 반 고흐처럼

Yildiz 2014. 7. 30. 13:08

 


반 고흐 인생수업

저자
이동섭 지음
출판사
아트북스 | 2014-04-22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인생이 묻고 반 고흐가 답하다 꿈을 좇아 행복했던 화가, 빈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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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마음을 읽는 책 읽기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트위터에서 팔로우한 독서봇을 통해서다. 타임라인에 올라온 책의 구절이 내 마음에 콕 들어왔기 때문이다.

 

-p.166

인생을 바꾸고 싶으면, 세 가지를 바꿔보라고들 한다, 지금과 다르게 시간을 사용하고, 생활하는 공간을 바꾸고,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라는 것이다. 즉, 시간과 공간, 사람 등 주요 환경을 바꾸면 인생은 달라진다. 어제와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사람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오늘을 보낸다면 내일은 어제의 연장일 뿐이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려면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살아봐야 한다. 낯선 경험을 통해 깨달음을 얻으며 인간은 달라진다.


시간을 다르게 사용하거나, 생활하는 장소를 바꾸거나,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는 것. 올해 내게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어떤, 더 좋은 내용들이 있을까 기대되기도 했고, 반 고흐의 글을 인용해 글을 썼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예전에 유럽여행을 하다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고흐전을 본 적이 있었다. 반 고흐가 유명한 화가라는 것을 알았지만, 나는 그를 잘 모른 상태에서 본 전시였었다. 초기작부터 뚫어지게 쳐다보며, 작품 하나하나에 감탄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반 고흐의 시대별로 나눠진 전시 공간을 1-2시간을 동안 천천히 바라본 결과, 결국 반 고흐의 마지막 전성기에 이르기까지 그가 얼마나 노력을 했고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갔는지. 그의 붓터치와 색감이 주는 느낌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고 하면 오바일까?

 

하지만 미술교과서나 어느 책에서 나오는 그의 작품 단 하나를 보는 것보다, 그의 작품 전체를 통해서 울림이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의 영혼은 내게 '하고 싶은 것을 그냥 하고 살아라.' 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반 고흐에 관련된 책도 읽어보고 했지만, 그새 좀 까먹었었나. [반 고흐 인생수업] 책에 인용된 동생 테오에서 보낸 편지 구절과 그의 작품의 해설을 읽으면서 반 고흐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내용도 있고, 다시 그의 문장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p.97

그는 자신이 태어나기 1년 전, 출생 중에 죽은 형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어린 빈센트는 아버지 교회 근처에 마련된 제 이름이 적힌 묘지를 보며 자라야 했고, 자신이 태어나는 바람에 형이 죽게 되었다고 느꼈다. 죽은 형에 대한 죄책감은 자기 존재에 대한 정당성을 잃게 만들었다.

 

-p.99

성격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성장 배경이다. 그러니까, 빈센트가 인정 욕구와 애정 결핍에 시달리며 외곬으로 자라게 된 데에는 그의 부모 탓이 적지 않았다.

 

-p.124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존재일까? 보잘것없는 사람, 괴팍스러운 사람, 불쾌한 사람일 거야. 사회적으로 아무런 지위도 없고, 그것을 갖지도 못할, 요컨대 최하 중의 최하급.
그래, 좋아. 그것이 정말 사실이라고 해도, 언젠가 내 작품을 통해 그런 괴팍한 사람, 그런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그의 가슴에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겠어. 그것이 내 야망이야. 그것은 원한이 아니라 사랑에 근거하고, 열정이 아니라 평온한 느낌에 근거하는 거야." _1882년 7월 21일 테오에게 쓴 편지

 

 

이 책의 저자가 반 고흐의 편지를 인용해서 글을 쓰고, 공간에 그림을 적절히 배치하여 해설을 쓰고 하는 부분이 좋긴 했지만 어떻게 보면 이 책의 제목은 [반 고흐 인생수업]이라고 통칭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책의 저자가 살아온 경험, 인생의 얘기도 다분히 들어가 있어서,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전혀 동감하지 않는 부분도 있었기 때문에 약간의 거부반응(?)도 있었다.

 

연애 관련 챕터에서 '밀당', '연애 질량의 법칙'에 대한 내용은 그저 그랬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가 동의하고, 마음에 든 부분만 골라 읽기는 편협하단 생각이 들어서 끝까지 책을 읽어내렸다.

 

어쩌면 책을 읽는 것은 공감하고 싶은 부분을 만나기 위해서 처음부터 읽어내리는 지리멸렬한 시각적 운동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책을 무조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것이 정독의 길은 아니겠지만, 작은 책 안에서 혹시라도 무언가 만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끝까지 버릴 수 없어서다. 그래서 새롭게 만난 부분에 대해선 반가워하고, 약간 심기 불편한 내용을 만나더라도 스스로 묻고 답하는 시간을 많이 갖기 시작했다.

 

 

 

 #나는 네가 아니고, 네가 나는 아니지만/ 서로가 비슷한 우리들

 

파리에서 유학을 하며 지냈던 저자는 한국에 돌아와서 강의도 하고, 칼럼도 쓰며 살아가고 있다. 다른 언어를 배우고, 다른 곳에서 살았기 때문에, 그리고 인문학 관련하여 공부를 했기 때문에 자신만의 시각과 예술에 대한 관점, 견지는 참 좋았다.

 

 

-p.226

예술가는 하루하루 먹고사는 문제만을 고민하는 일반인들에게 삶이 무엇인지를 작품을 통하여 질문한다. 그러니 그들은 시대의 증후를 예민하게 느끼고 자신의 언어로 기록하여 전달하는 메신저(대리자)이기도 하다.

 

-p.229

예술가는 출근시간이 없으니 퇴근도 없다. 항상 일하는 중이다. 한국어에서 아름다움의 어근인 '아름'은 '알음(앎)' 이자 '앓음'이다. 마치 이것은 앓지 않고서 알게 되는 아름다움은 없다는 뜻 같다. 앓고 알아야 아름다움의 길에 다다를 수 있으니 우리가 빈센트의 그림을 보며 아름답다고 느낄 때, 그것은 그냥 온 것이 아니다. 그는 그것을 담아내기 위해 무참하게 앓았다. 고귀한 노동은 비싸야 한다.

 

 

 

하지만 일정 부분에선 아직 그만의 기준과 방식을 세우지 못한 게 눈에 보였다.

 

글쓴이는 친구들이 대부분 결혼을 했고, 아이도 있고, 아파트, 자동차 등등 자신이 없는 것을 그들이 가진 것에 어떤 자격지심이라도 느꼈던 것 같다. 결국엔 자신도 따라가지 않는가. 어차피 한국에 돌아온 이상 비슷비슷하게 살아가는 수밖에.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친구들과 다를 수 있는 점은, 적어도 "왜"라는 질문과 자신의 욕망에 대해 솔직하게 묻고 답할 수 있는 인문학적 힘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본주의 시대에 예술에 대처하는 자세/ 앞으로 나아가시오. 

 

-p.233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무명 화가 빈센트를 두고 "자본주의와 예술의 관계를 가장 집중적으로 보여주는"경우 라고 서경식은 말한다. (책 [고뇌의 원근법] 인용)

 

 

 

반 고흐가 살았던 시절이 먼 과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과 별반 다를바 없었다는 것을 이제야 제대로 깨닫다니. 반 고흐를 너무 과거적 인물로 여기지 않았나 싶다. 내가 보기엔 사람 사는 방식이 그리 다르지도 않는 것 같다.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상, 하고 싶은 것을 하고자 한다면, 살아남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다. 자신의 욕망과 삶의 생존의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 맞춰서 살아갈 것인지는 모두가 하는 고민이자 죽기전까지 짊어지고 가야할 숙명인 것이다.

 

그래서 위안 아닌 위안을 얻기도 한다. 예술가로 살아가든, 정치가든, 사업가든, 모든 직업을 떠나서 인간으로서 살아남는데 다 똑같은 것이다.

 

 

동생 테오의 첫 아들 순산을 축하하며 그린 그림, 아몬드 나무.

 

 

반 고흐는 자기가 하고 싶은 그림을 그렸지만, 실질적으로 그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은 몇 없고, 제대로된 노동의 가치를 되얻진 못했다. 자신이 직접 돈을 벌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닌, 동생에게 재정적으로 의존해야하는 관계가 다행이면서도 한편으론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그림에 대한 열정을 잠재우지 않고 그것을 존중하며, 자신의 영혼의 부름에 따라 살았던 반 고흐의 인생을 보며 용기를 얻는다.

 

 

(고흐가 들은 설교)
"당신의 과거에서 진지하고 축복받은 것들은 잃지 않았으니, 더 이상 신경 쓰지 마시오. 그것들은 다른 곳에서 되찾으실 테니, 앞으로 나아가시오. 이 모든 것들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워질 것입니다."-_ 1875년 9월 12일 테오에게 쓴 편지

 

 

"앞으로 나아가시오."

 

앞으로 나아가기. 그래도 된다. 몇 년전, 반 고흐의 그림을 보면서 느끼지 않았던가. 나도 반 고흐처럼, 영혼을 불어넣을만한 뭔가를 하고 싶다고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반 고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 중 몇 곳은 꼭 다녀오고 싶어졌다. 이렇게 예술가의 혼은 죽어도 죽지 않고, 산 자의 마음 속에 또다른 씨앗을 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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