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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여행의 일상적 공간 만들기 [런던, 빅토리아역] 본문

2011 Sleepless days n nights

15. 여행의 일상적 공간 만들기 [런던, 빅토리아역]

Yildiz 2012. 5. 12. 20:43

 

 

난 여행을 가서 무작정 많이 보고, 많은 곳을 다니기보다는

여행 중 어느 한 곳이라도,

작은 골목길일지라도

 

그곳만큼은 내가 다음에 찾아와도

익숙한 곳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래서 가이드북에 소개된 장소를 찾아가기보다는

직접 거리를 탐험을 하며 그때마다 보물찾기를 하듯

샅샅이 둘러보며 다닌다.

 

쉬엄쉬엄, 느긋하게 걷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멍하니 앉아 있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식료품점이 있으면 뭐 살거 있나 꼼꼼히 살펴본다.

마음에 드는 성당이 하나 생기면, 다음번에 또 이곳을 찾고자 하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멋모르고 런던에 도착한 첫 날,

빅토리아역 부근을 헤매고 다닌 탓인지

이곳이 미운 한편으론 그나마 위안이 되는 곳으로 여겨져서일까.

 

런던에서 이튿날.

의도치 않게 일찍 일어난 아침,

무작정 카메라 가방을 들고 빅토리아역으로 발걸음을 향했고,

 

다른 곳을 여행하고 런던으로 돌아온 다음날에도

전날 먹다 남은 치킨조각이 든 종이컵을 들고

아침 일찍 빅토리아 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역에 도착하면

오늘은 어느 샌드위치 가게에서 빵을 살까,

이번엔 어느 커피점에서 아메리카노를 살까.

그 흑인 청소부를 만날 수 있을까, 상상하며 걸었던 역으로 향하는 길.

 

매일 같은 장소에 앉아

매일 같은 시간대에 있으면

낯익은 얼굴이라도 익힐까 싶었지만

 

출근길로 바쁜 사람들과 눈 마주치는 건 어려운 일이었기에,

그저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저 사람의 직업은 뭘까,

왜 사람들은 맥도날드 문 열기 전부터 줄 서서 기다리는 걸까.

저기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하는 알바생은 어느 나라 사람일까. 등등

수많은 질문들을 머릿속에 떠올렸다가

지우고,

다시 떠올리고 지우고.

 

 

 

 

 

 

 

 

 

 

 

 

 

 

 

 

 

 

 

 

 

 

 

 

 

 

 

 

 

다음번에 또 런던에 오게 된다면

빅토리아역을 다시 찾아오겠지.

 

이 근처에 배낭여행객이 머물만한 호스텔을 두군데나 알고 있고

그곳으로 가는 지름길도 알고 있으니까. = )

 

 

-Victoria Station in London, at summer in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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