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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y:지구 반대편을 여행하는 법] 나는 나, 당신은 당신. 본문

책벌레/0.5배속

[The way:지구 반대편을 여행하는 법] 나는 나, 당신은 당신.

Yildiz 2010. 7. 2. 06:18
TheWay:지구반대편을여행하는법결국,떠날수밖에없는우리들의이야기
카테고리 여행/기행 > 기행(나라별) > 북/남미아메리카기행
지은이 정준수 (플럼북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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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다음 여행지로 어디를 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남미요~!!" 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여행할 기회가 있다하더라도 무작정 배낭을 싸들고 남미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을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남미를 무척이나 갈망하지만, 그 나라들을 잘 모르고, 공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왕 먼 곳으로 비싼 돈 들여 떠날 거라면, 사람들과 제대로 소통하고 싶다면 역사, 문화, 언어면에서 많은 준비를 해야 좋은 여행을 하고 올 수 있을 것이다. 차근차근 남미 여행을 준비해 볼 생각 중에 도서관에서 발견하고는 집어든 책.
"The way:지구 반대편을 여행하는 법"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남미 여행기였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지만, 꽤 근사한 제목의 유혹에 사로잡힌 것도 이유에 속한다.

거침없는 자기만의 비유법으로 여행의 순간과 감상을 거침없이 흐르는 수돗물처럼 좔좔 서술해나가는 작가의 나름의 안목과 글쓰기가 매력적이었다. 내가 여행하면서 어렴풋이 깨닫고 느낀 것들을 작가는 자신만의 개성있는 문체로 보편적 서술한 것에 명쾌함을 얻기도 했다.

 (p.242)
" ... 여행은 철저하게 개인적인 취향과 기호에 따른 문제...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고 여행을 떠나온 이유도 목적도 다르며 가치를 두는 것도 다르다.
.... 여행이란 어디까지나 '자기가 가고 싶은 곳에 가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일뿐,
'이해 안 돼' 라고 말할 순 있어도 '그건 안돼' 라고 할 수는 없다.
각자에게 맞는 최선의 방법이 있을 뿐, 가장 좋은 여행 방법이란 없다. "

지구반대편을 여행하든, 지금 살고 있는 동네를 여행하든, 가장 좋은 여행방법이란 없고,
'그건 안돼' 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보다는 '이해 안되지만, 저런 것도 있군' 이렇게 생각해야하는 게
좋은 여행자의 태도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하지만... 
내가 태국에서 이해할 수 없었던 여행객들(현지의 젊은 여자와 커플처럼 여행다니는),
유럽의 호스텔에서 낯뜨거운 밤을 보냈던 것(도미토리룸에서의 예의없게 밤을 보내던 젊은 유러피언들-_-) 등을 생각해보면
'저러면 안돼' 를 '이해 안돼, 근데 저런 사람도 자기 나름의 여행을 하는 군' 라고 생각해야하는 걸까?...-ㅅ-;;

결국은
우리 모두는 서로 다르고, 여행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지만,
인정하기 싫은 '여행' 의 형태도 있는 것 같다.
자신은 즐거울 지 모르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는,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여행도 있다는 것 또한 간과해서는 안될 것 같다.   


서평에 쓸 내용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책의 끝으로 갈수록 내가 결론 짓게 되는 것은
책 제목과 내용이 그렇게 잘 맞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반대편을 여행하는 법' 이 아니라, '저자' 가 지구반대편을 여행한 방법이 나와있고,
'결국 떠날 수 밖에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 가 아니라, 결국 떠날 수 밖에 없는 '저자'의 이야기였던 것. 
아쉽게도 내가 책 제목에서 기대했던 것 만큼 뭔가를 얻었단 기분이 들지 않았던 게 아쉽다.


(p.195)
'내 안에 숨은 나를 발견하겠다' 혹은 '내 인생의 방향을 정하겠다' 라며 여행을 떠나오지만
혼자 여행을 하다보면 진지한 생각을 많이 할 것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 몸과 마음이 편해지면 생각이 단순해진다.
진중한 고민을 하고 거창한 깨달음을 얻기에 여행은 너무도 즐겁다.
몸도, 그리고 마음도,
여행의 가장 큰 미덕은 누가 뭐래도 '자아성찰'이 아니라 '고민없음' 이다.


나는..
'내 안에 숨은 나를 발견하겠다', '내 인생의 방향을 정하겠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겠다.' 라며 여행을 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뭔가 깊게 심각하게 고민을 좀 한다 싶으면 순간 생각의 꼭지를 놓치기도 하고,
새로운 것들을 열심히 관찰하느라, '내가 무슨 고민을 했었지?' 기억을 다시 더듬게 된다.
작가의 말처럼, 정말 "혼자 여행" 을 하다보면 진지한 생각, 심각한 고민은 일상에서만큼 하지 않는다.
여행을 한다고 해서 정말 매순간 깨달음을 얻고, 진지한 생각을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도 몰랐던 내 안에 숨어있는 욕망을 발견할 수도 있고,
우물 안에 있을 때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인생을 계획하며 방향을 180도 확 틀어버릴 수도 있는 일이고,
몸과 마음이 편해지면서,
생각이 단순해지면

그토록 머리를 쥐어짜며 고민했던 것들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고,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음을 주는 것이, 바로 여행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여행의 가장 큰 미덕은 누가 뭐래도 '고민없음' 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자아' 를 다시 보게 되는 과정이며
'자기발전' 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을 떠났다가
다시 자신이 서 있던 자리로 돌아오면,
자신이 낯설게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행은 철저하게 개인적인 취향과 기호에 따른 문제이므로,
내게 국한되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게 있어 여행은 단순한 즐거움 뿐만 아니라,
폭 넓은 세상을 경험함으로서
다양한 삶과 꿈을 꾸게 하는 "가능성" 이란 이름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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