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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파울로코엘료 (5)
힘내자, 청춘!
#1. 캐런과의 재회 전날에 무척 아팠었다는 캐런은 나의 방문을 무척 반기며 본머스의 이곳저곳을 구경시켜 주었다. 화창한 날씨에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너무도 좋았던지, 양말을 벗고 냇가에 발을 담그며 캐런이 하는 말. "인생은 단 한 번뿐이야. 살아있을 때 충분히 행복해야해." 2008년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캐런과의 첫 만남 후,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다. 그 날은 우연히 마르코스를 다시 만나게 되고, 덩달아 캐런을 소개 받았었는데, 파울로 코엘료를 만나기 위해 영국에서 하루와 반나절을 걸려 왔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내 호기심을 사로 잡았었다. 그녀는 휴학을 하고 이런저런 여행을 하고 있다는 나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었고 그렇게 우리는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서로 연락을 하기로 했다. 페이..
내 생애 가장 행복했던 날 2008년 6월 23일 월요일 #1. 같은 길이지만 만날 수 없었던 길. 마르코스는 쉴 새 없이 말하는데, 너무 빨리 말하고 있어서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겠다. "리, 순례자들이 산티아고로 보낸 우편물이 원래 짐을 부쳤던 곳으로 다시 보내졌대. 너도 산티아고 우체국으로 보내지 않았었나? 네 소포가 어딨는지 알아봐야 할거야." 엥? 왠 뜬금없는 소리? 처음 듣는 얘기라 쌩뚱 맞다. 왜 우편물들이 다시 돌려보내졌지? 정말 내 짐도 생장으로 돌아갔을까?? 생장에서 힘겹게 소포를 보냈던 기억이 난다. 그 날 아침, 생장의 우체국 앞에서 만난 한국인 부부님 덕분에 5kg 이나 되는 짐을 부치고 가볍게 까미노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한국인 부부님이 부른 택시 기사가 영어를 할 수 있어서 겨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룩주룩... 2008년 6월 22일 일요일 우선 본격적으로 산티아고에 가기 전에 화장실이 급했다. 가까운 곳에 알베르게가 있으니 잠깐 들렸다 가기로 한다. 지은지 얼마 되지 않은 몬테 데 고소의 알베르게. 화장실도 깔끔하니 괜찮고 아담한 주방도 있다. 알베르게 호스피탈로는 주방에서 순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인 순례자가 오면 제가 산티아고로 갔다고 말씀 좀 해주실래요?" 혹시나 어르신들이 나를 찾으실까봐 안부 좀 전해달라고 호스피탈로에게 부탁하고는 길을 나선다. '아, 정말 산티아고에 가까워지고 있어.' 길을 따라 걸으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 풍경을 열심히 살핀다. 이게 왠 꿈이야, 생시야... 오늘 산티아고에 도착하게 될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었는데, 이렇게 산티..
Monte de Gozo까지 34.6km 그리고... 2008년 6월 22일 일요일 오늘의 목적지는 몬테 데 고소Monte de Gozo.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4~5km정도 떨어진 곳이다. 오후에 그곳에 도착해서 푹 쉬고, 내일 이른 새벽에 산티아고로 입성해서 한적한 광장에서 죽치고 앉아 있어야지. 군은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어제 그 숨막힐 듯 뜨거웠던 한낮의 열기를 헤치고 그녀가 머문 곳은 어디였을까. 그녀의 안부를 궁금해하며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길을 나선다. 6월 중순이지만 그래도 새벽 공기는 꽤 쌀쌀하다. 피부에 맞닿는 냉랭한 기운이 조금 익숙해질 무렵, 예기치 않는 길목에서 어둠을 밝히고 있는 전등불을 발견했다. 이런 곳에 바가 있다니. 워낙 지나가는 순례자들이 많기 때문에 아침..
체력 바닥나는 소리가 들린다 2008년 6월 21일 토요일 새벽 6시 무렵. 일찍 길을 나서는 친구들이 나를 배려한다고 조심스럽게 나갔는데도 조그마한 기척에 잠이 깼다. 일부러 잠을 청하는 것도 무리인 것 같아서 피곤을 떨쳐내고 나도 배낭을 꾸린다. 새벽 하늘에 아직 달이 떠 있다. 거리의 조명처럼 세상을 환히 밝히는 달. 아침 안개가 자욱한 걸 보면, 오늘 햇살이 무지 쨍쨍거리며 화창하겠구나. 어제 나보다 앞서 간 군은 오늘 어디까지 걸으려나? 길에서 또 군을 만났으면 좋겠다. 평화로운 숲 속을 지나는 아침은 정말 상쾌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안개가 걷히면서 만들어내는 광경은 신비롭다. 작은 마을에 들어설 때마다 개들이 울부짖는 소리에 아침 나절 평온했던 내 마음이 번뜩 번뜩 놀랐다. 그래서 새로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