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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자, 청춘!
그냥 걸어다니는 것만으로 혼자여서 그런지 기운이 쪽쪽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어서 아주, 아주아주 큰 나무가 있는 곳에 벤치가 있길래 잠깐 쉬는 시간을 갖는다. 나무 아래에서는 형제처럼 보이는 남자 둘이 과일 장사를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장사를 한다는 건 쉽게 할 수 있는게 아니겠지? 나름 길목이라, 정말 좋은 자리 같다. 간간히 들르는 손님들이 꽤 있다. 이리 저리 사람 구경하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바스에 왔으니, 목욕탕은 보고 가야하지 않을까? 아니야, 굳이 가야할까? 고민하다가, 어차피 갈 데가 마땅히 없고 오랜 역사가 있는 곳이니 한번 다녀와도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 설득. 그런데 입구까지 와서 입장료를 보니 글쎄. 왜 이렇게 비싼겨. 순간 발길을 돌릴까 하다가 그래도 먼 나라까지 왔는데, 쉽..
본머스에서 런던으로 돌아온 날. 호스텔에서 잠시 쉬다가 밖으로 나왔다. 런던 첫 날, '호스텔 찾아 삼만리'를 한 덕분에 지도 없이 버깅엄 궁전 근처로 올 수 있었다. 근데 난 영국의 화려한 건물에는 영 흥미가 없는데다가 힘맹아리도 없어서 그늘에 앉아 널부러지게 쉬던 중에 두 여자아이가 즐겁게 잡기 놀이를 하는것을 제자리 앉은 채로 찍었다. 그래서 인물보단 나무가 주인공 같은 사진들. 이내 꼬맹이들은 부모 따라 가버리고, 난 하릴없이 카메라 뷰파인더로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 근위병이 쓰는 긴 털모자를 쓴 꼬마아이가 씩씩하게 뷰파인더 오른쪽에서부터 걸어오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서 셔터를 누르지 못했다! 아, 아까워라!! 힘없다고 축 쳐져있던 몸이 어느새 기력을 얻어 아이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결국..
캐런과 함께 산책을 하다가 교회 근처로 왔다. 손주들과 벤치에 앉아 간식을 먹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 사진을 찍어서 드리곤 캐런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가족에게로 다가갔다. 젊은 부부인데, 딸, 아들에다가 쌍둥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런던에서 휴가 왔다고 한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동생과 함께 앞서 사진을 찍힌 루이지는 어느새 벤치에서 벗어나 잔디밭 위로 와 새로운 친구를 만난다. "Mom, Look! I can jump." 라며 나는 듯이 점프하는 찰리. 런던에서 온 찰리와 아나스타샤는 그새 루이지와 친구가 되어 서로 잔디밭에 뒹구면서 놀이를 한다. 아무래도 루이지가 밥 먹은 횟수가 더 많은 만큼 매 경기마다 루이지가 이기지만 아이들은 그저 뛰어노는 게 즐거울 따름이다. 요리조리 번개처럼 뛰어나는 아이들..
Bournemouth와 가까운 곳에 있는 Christchurch. 캐런과 함께 버스를 타고 도착했다. 작은 하천을 따라 산책로가 있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가족끼리 많이들 나와있다. 사진 오른쪽에서 보이는 건... 이 도시에서 세워진 최초의 교회라나. 언제 세워졌는지는 들었는데 까먹었당. 캐런 말을 빌리자면, "전형적인" 영국식 티타임을 즐기고 있는 한 가족. 햇살이 좋기만 한게 아니라 바닥에 비춰진 나뭇잎의 그림자 역시 아름다웠다.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 곳이라 캐런에게 모델이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니 더 넓은 공원으로 나오게 되었다. 공원 바로 옆에는 Christchurch 항구가 있다. 비둘기도 많이 있었지만, 백조도 많았다. 영국에서 백조를 죽이면 감옥에 간다고 한다. ㅎㅎ 캐런..
캐런과 부두 근처에 시간을 보내다가 잔디밭이 있는 공원으로 왔다. 날씨가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개울가로 와서 짐을 내려놓고 앉아 있다가 캐런이 바지를 접고는 개울물에 들어갔다. 나도 신발을 벗고 두 발을 물에 담가 본다. 여름 햇살에 비해 물은 상당히 시원하다. 반대편에 앉아 있는 아이가 우리를 보고는 자기도 들어오고 싶은지 엄마에게 얘기하는데, 캐런이 잡아주겠다며 아이보고 내려오라고 한다. 아이의 이름은 루비. 처음 보는 어른들인데도 부끄러워하기 보다는 두 발을 시원한 물에 담근 채 너무도 좋아한다. 우리에게 자신의 연주를 들려주겠다며 장난감 색소폰 연주를 선보여준다. 아직 음계를 다 외우지 않은 터라, 캐런에게 연주법이 적혀있는 박스를 들어달라고 부탁까지 한다. 내가..
영국. 하면 '흐리고 우중충한 잿빛' 하늘을 연상시키는 글을 보거나 경험담을 듣곤 했는데, 내가 Bournemouth 본머스에 도착한 날은 운 좋게도 맑게 개인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버스터미널로 나를 마중나온 캐런은, 어제 날씨는 무척 흐렸는데 오늘은 모처럼 날씨가 좋은 거라고 한다. 캐런이 머무는 곳에 짐을 놓고 나서 어제보다 훨씬 몸이 가벼워진 캐런과 함께 본머스 산책에 나섰다. Bournemouth. 본머스. 처음엔 이 도시명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 당황했지만, 중간에 'r' 발음을 할 때 적당히 혀를 굴려주고, mouth[마우쓰]가 아닌 [머쓰]로 읽어주면 된다. 영국 도시명 중에 끝에 mouth가 들어간 곳은 강이나 하천의 물줄기가 바다와 만나는 지점을 나타낸다고 캐런이 알려준다. 본머스는 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