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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11 Sleepless days n nights (26)
힘내자, 청춘!
난 여행을 가서 무작정 많이 보고, 많은 곳을 다니기보다는 여행 중 어느 한 곳이라도, 작은 골목길일지라도 그곳만큼은 내가 다음에 찾아와도 익숙한 곳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래서 가이드북에 소개된 장소를 찾아가기보다는 직접 거리를 탐험을 하며 그때마다 보물찾기를 하듯 샅샅이 둘러보며 다닌다. 쉬엄쉬엄, 느긋하게 걷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멍하니 앉아 있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식료품점이 있으면 뭐 살거 있나 꼼꼼히 살펴본다. 마음에 드는 성당이 하나 생기면, 다음번에 또 이곳을 찾고자 하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멋모르고 런던에 도착한 첫 날, 빅토리아역 부근을 헤매고 다닌 탓인지 이곳이 미운 한편으론 그나마 위안이 되는 곳으로 여겨져서일까. 런던에서 이튿날. 의도치 않게 일찍 일어난 아침, 무..
휴가철이라 그런지 버깅엄 궁전 앞이나 빅토리아 여왕 동상에 관광객들이 바글바글.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붐비는 이곳. 가히 영국의 위상을 연상하게 하는데.... 그런데... 오랜 역사, 위엄... 위상.. 이런걸 다 차치하고. 관광객들 뒤꽁무니 쫓아다니며 찍는 사진이 난 왜 이리 재밌는 걸까. 여행을 떠나오기 전에는 영국이 그리 매력적인 곳은 아닐거라 생각했었는데 얼릉 생각을 고쳐 먹었다. 런던의 거리는 즐겁다! = ) -2011, 여름, 영국, 런던, 빅토리아 여왕 동상에서
본머스에서 런던으로 돌아온 날. 호스텔에서 잠시 쉬다가 밖으로 나왔다. 런던 첫 날, '호스텔 찾아 삼만리'를 한 덕분에 지도 없이 버깅엄 궁전 근처로 올 수 있었다. 근데 난 영국의 화려한 건물에는 영 흥미가 없는데다가 힘맹아리도 없어서 그늘에 앉아 널부러지게 쉬던 중에 두 여자아이가 즐겁게 잡기 놀이를 하는것을 제자리 앉은 채로 찍었다. 그래서 인물보단 나무가 주인공 같은 사진들. 이내 꼬맹이들은 부모 따라 가버리고, 난 하릴없이 카메라 뷰파인더로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 근위병이 쓰는 긴 털모자를 쓴 꼬마아이가 씩씩하게 뷰파인더 오른쪽에서부터 걸어오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서 셔터를 누르지 못했다! 아, 아까워라!! 힘없다고 축 쳐져있던 몸이 어느새 기력을 얻어 아이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결국..
#1. 캐런과의 재회 전날에 무척 아팠었다는 캐런은 나의 방문을 무척 반기며 본머스의 이곳저곳을 구경시켜 주었다. 화창한 날씨에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너무도 좋았던지, 양말을 벗고 냇가에 발을 담그며 캐런이 하는 말. "인생은 단 한 번뿐이야. 살아있을 때 충분히 행복해야해." 2008년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캐런과의 첫 만남 후,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다. 그 날은 우연히 마르코스를 다시 만나게 되고, 덩달아 캐런을 소개 받았었는데, 파울로 코엘료를 만나기 위해 영국에서 하루와 반나절을 걸려 왔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내 호기심을 사로 잡았었다. 그녀는 휴학을 하고 이런저런 여행을 하고 있다는 나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었고 그렇게 우리는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서로 연락을 하기로 했다. 페이..
캐런과 함께 산책을 하다가 교회 근처로 왔다. 손주들과 벤치에 앉아 간식을 먹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 사진을 찍어서 드리곤 캐런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가족에게로 다가갔다. 젊은 부부인데, 딸, 아들에다가 쌍둥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런던에서 휴가 왔다고 한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동생과 함께 앞서 사진을 찍힌 루이지는 어느새 벤치에서 벗어나 잔디밭 위로 와 새로운 친구를 만난다. "Mom, Look! I can jump." 라며 나는 듯이 점프하는 찰리. 런던에서 온 찰리와 아나스타샤는 그새 루이지와 친구가 되어 서로 잔디밭에 뒹구면서 놀이를 한다. 아무래도 루이지가 밥 먹은 횟수가 더 많은 만큼 매 경기마다 루이지가 이기지만 아이들은 그저 뛰어노는 게 즐거울 따름이다. 요리조리 번개처럼 뛰어나는 아이들..
Bournemouth와 가까운 곳에 있는 Christchurch. 캐런과 함께 버스를 타고 도착했다. 작은 하천을 따라 산책로가 있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가족끼리 많이들 나와있다. 사진 오른쪽에서 보이는 건... 이 도시에서 세워진 최초의 교회라나. 언제 세워졌는지는 들었는데 까먹었당. 캐런 말을 빌리자면, "전형적인" 영국식 티타임을 즐기고 있는 한 가족. 햇살이 좋기만 한게 아니라 바닥에 비춰진 나뭇잎의 그림자 역시 아름다웠다.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 곳이라 캐런에게 모델이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니 더 넓은 공원으로 나오게 되었다. 공원 바로 옆에는 Christchurch 항구가 있다. 비둘기도 많이 있었지만, 백조도 많았다. 영국에서 백조를 죽이면 감옥에 간다고 한다. ㅎㅎ 캐런..
캐런과 부두 근처에 시간을 보내다가 잔디밭이 있는 공원으로 왔다. 날씨가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개울가로 와서 짐을 내려놓고 앉아 있다가 캐런이 바지를 접고는 개울물에 들어갔다. 나도 신발을 벗고 두 발을 물에 담가 본다. 여름 햇살에 비해 물은 상당히 시원하다. 반대편에 앉아 있는 아이가 우리를 보고는 자기도 들어오고 싶은지 엄마에게 얘기하는데, 캐런이 잡아주겠다며 아이보고 내려오라고 한다. 아이의 이름은 루비. 처음 보는 어른들인데도 부끄러워하기 보다는 두 발을 시원한 물에 담근 채 너무도 좋아한다. 우리에게 자신의 연주를 들려주겠다며 장난감 색소폰 연주를 선보여준다. 아직 음계를 다 외우지 않은 터라, 캐런에게 연주법이 적혀있는 박스를 들어달라고 부탁까지 한다. 내가..
영국. 하면 '흐리고 우중충한 잿빛' 하늘을 연상시키는 글을 보거나 경험담을 듣곤 했는데, 내가 Bournemouth 본머스에 도착한 날은 운 좋게도 맑게 개인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버스터미널로 나를 마중나온 캐런은, 어제 날씨는 무척 흐렸는데 오늘은 모처럼 날씨가 좋은 거라고 한다. 캐런이 머무는 곳에 짐을 놓고 나서 어제보다 훨씬 몸이 가벼워진 캐런과 함께 본머스 산책에 나섰다. Bournemouth. 본머스. 처음엔 이 도시명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 당황했지만, 중간에 'r' 발음을 할 때 적당히 혀를 굴려주고, mouth[마우쓰]가 아닌 [머쓰]로 읽어주면 된다. 영국 도시명 중에 끝에 mouth가 들어간 곳은 강이나 하천의 물줄기가 바다와 만나는 지점을 나타낸다고 캐런이 알려준다. 본머스는 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