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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독일 워킹홀리데이/준비

[독일워홀] D-1, 동에 번쩍, 서에 번쩍

Yildiz 2017. 4. 21. 23:56


(2017년 3월 27일 월요일)


#서울역 환전 

드디어 D-1. 워홀 비자를 발급 받은 이후 충분한 시간이 있었지만, 나의 게으름으로 인해 아직 정리하지 않은 일들이 많이 있었다. 환전을 어떻게 할까- 고민도 떠나기 이틀 전부터 고민했다. 내일 비행기를 김포공항에서 타는데, 인천공항처럼 넓지 않아서, 내가 원하는 은행에서 환전금을 바로 찾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렇다고 집 근처 은행에서 환전하려고 긴 대기 시간을 기다리는 것보다 서울역 환전센터로 가서 처리하는 게 더 빠를 것 같았다. (국민은행 서울역 환전센터는 오전7시~ 저녁10시까지 영업, 연중무휴, 100만원 이상 환전시 신분증 필요, 1인당 최대 500만원 환전 제한)

요즘 은행마다 인터넷 어플로 간단히 환전할 수 있는 브랜드가 생긴 것 같은데, 국민은행 Liiv로 하려고 했으나 1일 한도 금액이 100만원 정도였다. 100만원 이상의 금액을 환전할 생각이라서, 이왕이면 쿠폰 같은 거 쓰지 않아도 우대율이 좋은 곳에서 환전하고 싶었다. 

아침 10시쯤 서울역에 도착했다. 기업은행, 우리은행 환율 우대 퍼센트를 확인하고, 지하 2층에 있는 국민은행에 가서 확인해보았다. 

국민은행에서 개점기념 환율우대 이벤트를 하고 있어서 유로화를 90% 우대를 받고 환전할 수 있었다.

큰 돈을 환전하려니 좀 떨렸다. 은행창구 옆에 있는 atm 기기에서 목표치 금액을 모두 뽑으려 했으나, 1년 간 자동화 기기 출금 미사용으로 출금 한도가 70만원으로 축소되어 있었다. 그래서 70만원 밖에 못 뽑았다. 

멘탈이 무너졌다. 오늘 200만원은 환전하려고 했는데... 이걸 어쩌나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일찍 현금을 챙겨온 남친이 그새 환전을 마치고 내게 왔다. 

"창구에 가서 보니까 굳이 현금을 뽑아오지 않아도 카드출금으로 환전이 되던데?" 

남자친구가 아니었음 한 5분은 혼자서 고민만 했었을 것 같다.  

과연, 카드기기가 있어서 거기에 카드를 꼽고, 비밀번호를 누른 후, 본인 계좌에서 원하는 현금만큼 자동적으로 차감하여 환전해주는 것이었다. 직원에게 나는 200만원만 할 거라고 하자, 나머지 약 130만원을 카드에서 바로 출금 처리 해주었다. 정확히 130만원이 아닌 이유는, 환율에 따라 직원이 내게 주는 유로화 단위에 맞춰서 통장 잔액을 출금하는 것이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평일 오전이라 사람도 얼마 없었어서 환전을 금방 했다. 

거액(?)의 유로를 봉투에 넣은 상태에서 환전금액이 맞나 다시 새어보았다. 괜히 떨려서 셈이 잘 되지 않았다. 나와 달리 차분한 남친에게 계산해달라고 부탁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남친과 나, 둘 다 아침을 안 먹어서 간단히 도넛을 사 먹었다. 할 일은 많은데, 몸이 서울에 있으니 빨리 인천으로 가고 싶었다. 남친은 집으로 먼저 보내고 나는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으로 가서 책을 반납했다. 진즉에 할 것을!! 집에서 버스로 3-4개 정거장 밖에 안되지만,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았다. 서둘러 집으로 왔더니 그새 배가 고파져서 점심을 차려 먹었다. 

남자친구는 화장실 청소를 하고, 나는 최종적으로 짐을 꾸리면서 쓰레기를 분류했다. 엄마한테 여름에 택배로 보내 달라고 부탁할 옷들 선별하여 상자에 넣었다.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해지하려다가 정지로 두었고, 지역 건강 보험에 전화를 걸어서 해외출국할 거라고 하자, 한국에 남아있는 연락가능한 가족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원래는 항공권 같은 것을 팩스로 보내던가 해야하는데, 전화할 때마다 받는 직원이 달라서 말이 조금씩 바뀐다. 

동사무소에 들러서 최종학력증명서 발급을 신청했다. 혹시 모르니까 영문으로도 한 장 신청했다. 영문으로 출력하는 최종학력증명서는 대학교에서 서류를 보내주는 거라 시간이 좀 걸린다고 했다. 동사무소에서 계속 시간을 보낼 수 없어서 우체국으로 향했다. 고향으로 여름옷 택배를 보낸 후, 구월동에 있는 알라딘 중고 서점에 가려고 했다. 

택배를 보내고 나니, 다행히 동사무소에서 문자가 왔다. 최종학력증명서를 받으러 다시 동사무소로 갔다. 휴! 업무시간 끝나기 전에 못 받을까봐 걱정했었었다. 동사무소 근처에서 버스 타고 구월동으로 고고. 

내가 독일에 있다가 다시 한국에 와도 안 읽을 책들을 알라딘 중고 서점에 팔았다. 책 중에 '증정'을 뜻하는 '드림' 도장이 찍힌 책은 팔지 못 했다. 이건 나중에 필요한 사람에게 줘야지.  


스타벅스에서 당보충! 아이스 슈크림 라떼!!


원래 음식 사진, 음료 사진 같은 거 잘 안 찍는데, 이번 만큼은 조금 특별해서 찍었다. 스타벅스에서 준 생일 쿠폰을 다행히 출국 전에 쓸 수 있었다. 내일 김포공항에 가서 쿠폰을 쓸까 했는데, 김포공항에는 스타벅스가 없다고 한다!!!!! 혹시나 해서 검색해보니, 그렇다 한다. 공항 이용하기 전에 본인이 원하는 체인점이나 은행 atm이 있는지 위치를 미리 파악하는 것은 굉장히 도움이 된다. 

허벅지 살 찌우는 맛이라며, 3월에 인기가 많아 sold out 되곤 했던 슈크림 라떼. 나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남자친구는 좋아한다. 

스타벅스에서 너무 오래 시간을 보낼 수 없기에, 음료만 마시고 백화점으로 향했다. 남친은 1년 전에 쓴 여행 복대가 너무 너덜너덜해져서 버렸다고 한다. 떠나기 전 날에 복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백화점을 돌아다녔다. 트래블메이트 매장이 있었던 것 같은데 찾지 못하고, 쌤소나이트에서 복대를 발견했다. 가격이 비싸서, 포기했다. 아트 박스 같은 곳에서 사려고 들러봤지만 복대가 다 나간건지, 찾지 못했다. 

'뭐, 공항가서 사면 되니까.' 라며 미뤄두었다. 

지하철을 타고 집 근처 지하상가로 왔다. 양말이랑 편하게 입을 티셔츠, 속옷 등을 사고, 약국에 들려서 비상약품을 구입했다. 

한동안 집에서 쓰지 않을 요리용 양념들, 냉장식품, 쌀 등을 주인집 아주머니께 드렸다. 냉장고 청소, 화장실, 부엌 등 청소를 끝내고, 음식물 쓰레기도 다 해치웠다. 서랍장 안에 습기 제거제, 방충제 등을 넣어두고, 습기 제거제를 방 구석구석에 두었다. 마지막으로 다시 짐을 쌀 때였다. 내가 최근에 도장을 쓰고 어딘가 뒀는데, 최종적으로 어디에 뒀는지- 혹은 숨겼는지가 기억이 나질 않았다. 

혼자만의 기억을 품고 거진 30분 동안 극심한 스트레스를 만들어냈다. 

독일로 도장을 가져갈 필요가 없으니 지금 당장 도장을 찾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내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마지막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계속 집착했다. 남자친구가 이런 내 모습을 보며 만류했지만, 나는 끝내 고집이었다. 그러다 제 풀에 지쳐서 결국엔 도장 찾기를 포기했다. 나는 도대체 도장을 어디다 둔 걸까. 왜 나는 내 꾀에 내가 속는 걸까. 

독일로 떠나기 전 날밤.... 이 밤은 내게 너무 어려운 시간이었다. 해묵은 것들은 여전히 내 방에 남아있고, 그동안 묵혀두었던 것을 몇 시간 만에 하려니 힘에 부쳤다. 청소하는 중에도 결정 장애가 와서 인상만 쓰다가, 문득 이렇게 떠나는 게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서 청소와 짐 싸는 것을 도와주는 남자친구가 없었다면 이민 가방 안에 짐조차 제대로 넣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나의 못남 때문에 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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