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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워홀] 독일행을 결심하다 본문

2017 독일 워킹홀리데이/준비

[독일워홀] 독일행을 결심하다

Yildiz 2017. 4. 16. 00:51


#왜 독일이에요?? 

내가 독일로 워킹홀리데이 갈 생각이라고 하면 지인들은 꼭 이렇게 물었다. 

"왜 독일이에요?"

초반에는 독일 이민의 장점을 손에 꼽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 목소리의 힘은 빠져나갔다.

"그러게요.. 그렇게 됐네요. 1년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냥 1년 버텨보는게 우선 목표에요."

독일도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갈 수 있다는 사실은 작년 5월에야 알게 되었다. 그 당시 나는 호주 워홀 생활을 거의 마무리하고 있는 단계였다.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5월 중순까지 공장에서 나이트시프트 일을 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나는 독일 워홀이라는 다른 가능성에 대해 알지도 못했을 것이다. 나이트시프트 일이 체력을 많이 필요로 해서, 여유를 갖고 미래에 대해 편안히 생각할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 일을 갑작스럽게 그만 두지 않았다면, 호주 생활을 정리하고 정말 '별 생각 없이' 발리로 여행을 떠났다가, '별 생각 없이' 한국에 왔을 것이다. 

독일 워홀을 알게 되기 전에 나에게 솔깃했던 정보는 바로 '독일 이민' 이었다. 독일이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영주권을 얻는 기간이 짧은 편이고, 2억 이상의 자금이 있다면 이민 컨설팅 회사의 조언대로 해 볼만 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내게는 목돈이 없었다. 그럼에도 독일을 가고 싶었던 것은 바로 학비가 거의 무료거나 저렴하다는 사실이었다. 호주는 한국보다 대학교나 전문기술학교를 수료하는 비용이 많이 비싸다. 하지만 독일은 배우는데 있어 비용이 많이 들지 않으니, 나중을 위해서 나에게 좋은 투자가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나의 투지는 이내 사그라 들었다. 독일어 공부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1,2월에 종각에 있는 독일어 학원을 다니면서도, 학원에서 내준 숙제를 하면서도,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싶은 마음' 이 용암처럼 솟아오른게 한 두번이 아니었다. 

익숙하지 않은 독일어를 배우기 시작한 것도 감언이설인데, 막상 내가 이걸 공부하는 게 잘하는 건지, 독일 가서 잘 해낼 수 있을지, 너무 늦지 않게 지금이라도 포기하는 게 좋은 건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은 완화해줄 수 있었던 건 바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을 수 있는 '나이 제한' 때문이었다. 아마 내 나이가 그리 많지 않았다면 독일행 날짜를 뒤로 더 미뤘을 것 같다. 생일이 되기 전에 비자를 받아야만 했다. 만 30세의 경우 추가로 경력 증명서나 이력서 등을 요구할 수 있다고 해서 괜히 걱정되기도 했다. 퇴짜 받으면 어쩌나 하는 정말 영양가 없었던 걱정이었던 것 같다. 영문으로 된 이력서와 독일로 가고 싶은 동기를 영문으로 적어서 제출하자 별 문제 없이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무언가에 홀렸나봐요...

독일어를 배우기 시작한 단계부터가 독일 워홀 준비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중간에 일을 할 때는 독일어 공부할 시간을 내지 않아 성과없이 흘러간 날들도 많았지만, A2까지 공부했다. 정말 A2의 수준은 안될지라도, 어려운 문법을 머리 싸매며 공부했던 시간들이 있어서 뿌듯하긴 하다. 말하기와 듣기가 많이 부족하지만, 독일에 와서 부딪치면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더 실력이 늘 것만 같다. 

"독일에 왜 오셨어요?"

이 질문은 독일에 와서도 여전히 듣고 있다. 

처음 독일행을 결심하게 된 이유 등을 레파토리처럼 자동적으로 읊게 되지만 더불어서 추가된 문장이 있다. 

"이민 강의에 홀렸던 것 같아요."

너무 순진했던 걸까. 세상일이 계획대로 차근차근 진행되는 건 아닌데 말이다. 

그래도 순간 홀렸던 결심을 실행으로 옮겼으니, 기특하다고 스스로 칭찬을 해줘야 하는 것 같다. 발바닥에 날개 달린 듯 낯선 길을 헤매던 20대와 달리 30대가 되니 발목에 쇠고랑을 채운 듯이 정체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2014년 여름부터 2016년 봄까지 호주 생활, 2016년의 하반기와 2017년 3월까지 한국 생활을 하고 다시 외국으로 나왔다. 독일에서의 1년. 어떤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진 모르겠지만, 조금 더 용기를 내도 괜찮다고 나에게, 또 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조곤조곤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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