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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여행] 끄라비 5일째, 잘란 잘란 끄라비 본문

2016 발리, 길리, 태국

[태국여행] 끄라비 5일째, 잘란 잘란 끄라비

Yildiz 2017. 3. 1. 16:18

 

(2016년 6월 30일 목요일)

#한국으로 돌아가기 D-2

내일 아침이면 짐 싸서 끄라비 공항에 가야한다. 떠나기 싫다....  한국에서 살아온 시간들이 외국을 떠돌던 시간들보다 훨씬 많은데, 왜 이리 한국에 가기 싫은 걸까.

2년 가까이 지낸 호주 워홀 생활을 다 정리하고 발리, 태국 여행을 온 터라, 마지막으로 내가 돌아갈 곳은 한국 밖에 없다. 하지만 어서 한국에 가고 싶은 마음보다는 최대한 가고 싶지 않아서, 차일피일 귀국을 미루고 싶었다. 짧은 여행보다 장기 여행 후에 오는 후유증 같은 걸까? 하지만 마냥 백수의 생활을 즐길 수만은 없고, 내년 생일이 되기 전에 독일 워홀 비자를 받고 싶으면 우선 한국으로 가야한다. 내일 모레, 새벽 비행기를 타는데, 이걸 취소하고 좀 더 태국에 있다가 갈까... 아니면 발리를 또 갈까.. 하는 진지한 고민을 아침에 잠깐 했다.   
붕붕 떠있는 애매한 상태보다, 한국에 어서 가서 독일어 공부를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며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끄라비에서 온전한 하루를 여행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만큼 제발 날씨가 좋기를 바랐지만, 아침부터 주루룩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원망만 할 수는 없었다. 매일이 완벽한 날일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날씨가 조금이라도 좋으면 에메랄드풀에 가보려고 했지만, 이번 여행에 그곳을 갈만한 운명이 아닌가 싶다. 어제 장거리 스쿠터 운전으로 인해 남친은 피곤하다고 했기에, 무리해서 가자고 보챌 생각도 없었다. 끄라비에 온 김에 피피섬에도 가고 싶었지만, 아주 먼 미래를 기약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끄라비에서 소소하게 먹는 아침 식사

크라비 타운에 '마더 슈퍼마켓' 이 근접성이 좋고, 묶음으로 파는 상품이 있어서 편의점에서 매번 낱개로 사는 것보다 가격이 더 싼 경우가 있다.

태국에서 오면 항상 즐겨마시는 초코 우유 '마일로'를 편의점에서 낱개로 사다가, 마더 슈퍼마켓에서 묶음으로 사와서 숙소 냉장고에 보관해두고 마셨다.

아침식사 대용으로 먹었던 바나나빵과 초코우유. 한입거리로 쏙 들어가는 이 빵이 꽤 먹을 만 했다. 매번 마트에 들러서 사먹었다.

호주에서 안 버리고 챙겨온 BPA FREE 컨테이너. 1인분 소량의 죽을 용기에다가 담아서 아침식사로 때웠다.

뜨거운 물은 반삼라른 리셉션에 구비되어 있어서 눈치 봐가면서 썼다. 반삼라른 리셉션에서 컵라면 한 개당 35밧에 판다. 우리는 매번 컵라면을 사와서 물만 공짜로 사용했다. -ㅅ-;;

​끄라비에서 맛있게 먹었던 컵라면! 이 상품은 태국 편의점에서 본 적이 없었다. 마더 슈퍼마켓에 들러서 매일 꼭 한 개씩 샀는데, 마지막 날 가격을 다시 보니 58밧. 보통의 태국 컵라면의 가격에 비하면 많이 비싸다. 하지만 튀기지 않은 면에, 국물맛도 괜찮았다.

이것저것 아침으로 챙겨먹었지만, 양이 차지 않을 수밖에. 새벽부터 내린 비가 그치고, 날이 개기 시작하자 외출을 준비했다. 끄라비에서 마지막 날을 숙소에서만 보내기는 아까워서 오늘은 필름 카메라로 마을 사진을 많이 찍어볼 생각이다. ​

길리에서 비싸게 샀던 베드버그 관련 약들. 알약은 겨우 한 개가 남았고, 연고도 거의 다 썼다. 이것을 태국에 와서도 쓸 줄은 몰랐다. ㅠㅠ

 

#잘란 잘란 끄라비, 아침 산책

'잘란 잘란 끄라비~ 잘란 잘란 끄라비~'

발리에 대한 책을 읽다가 '잘란 잘란' 은 '산책'이라는 뜻이라고 본 적이 있다. 발리에서 산책을 할 때 '잘란 잘란~' 이란 말을 붙여서 노래를 지어불렀었다. 끄라비 타운을 걷는데 한적하고 조용해서, 노래라도 불러야 좀 여행 기분이 날 것 같았다.

​끄라비 타운만 돌아다닐 거면 굳이 스쿠터를 빌려서 다닐 필요가 없다. 스쿠터 빌릴 돈으로 성인 2명이 한 끼 식사를 하고도 남을 돈이니까. 스쿠터 빌릴 돈으로 차라리 맛있는 걸 먹자, 마음을 먹고 강변 쪽에 있는 까페로 마실을 나왔다. 


끄라비의 상징, 게.

Krabi 라는 지명이 아무래도 영어의 게, crab 이라는 단어를 연상시킨다.

게 조형물 오른편 길가쪽으로 독수리 모형이 있다. 무엇을 기념하는건지 영어로 읽었지만 내용은 벌써 까먹음...

​강변 쪽에는 어제 갔었던 블랙캐논커피, 도이창 커피 등 프랜차이즈가 있고, 개인이 직접 디자인해서 지은 것 같은 세련된 간판의 까페도 있다. 여러 까페 중에서 오늘은 '르 가또'에 가보기로 정했다.

​파란색과 흰색의 조화로 인테리어를 한 르 가또 까페. 안에는 손님이 별로 없어 한산했다. 나는 마차라떼를, 남자친구는 따듯한 까페라떼를 고르고, 초코무스 케이크도 하나 골랐다.

아이스크림, 망고, 키위, 생크림과 초코무스 케익. 맛있었다.

​실내장식이 깔끔하고 잘 되어있는 것에 비해서, 화장실은 조금 의외였다. 일회용 칸막이로 대충 설치한 터라, 바깥 소음이 다 들렸다. 까페에만 있는게 심심하기도 하고, 남자친구는 또 피곤하다고 하여 다시 숙소로 돌아가 쉬기로 했다.

서양사람들로 북적이던 까페. 야시장이 시작되는 길 모퉁이에 있다. 과일 시장과 마주보고 있다.

​비가 또 올까 싶어 우산을 들고 왔는데, 다행이 비가 올 것 같진 않았다. 흐린 날이라 아쉽지만, 사진을 찍기에는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되니 그나마 편한 날이었다.

과일시장- 여행자들이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과일을 봉지에 넣어 팔기도 한다. 나는 대체로 수박을 많이 사먹었다.

​끄라비에서 안 지나가본 길의 풍경이 궁금해서 발 닿는대로 걸어보기도 한다. 낮은 전신주와 낮은 건물들이 주는 풍경이 마음에 든다. 건물이 하늘을 너무 가리지 않고, 적당히 화면에 자연과 공존하는 비율을 만들어주기 때문인걸까.

아오낭 끄라비 스타디움! 남자친구가 관심있어했지만, 입장료 가격을 보고는 관심이 뚝. 기본 1200밧.


끄라비 골목은 그리 헤맬 수가 없는 단조로운 곳이라서, 정체없이 마음 가는 대로 걸어도 곧 숙소로 가는 길로 이어지게 되었다. 

​어제 세탁소에 맡긴 빨래를 찾으러 큰 길가로 찾아왔다. 이 사거리에는 서양인들로 북적거리는 호스텔이 두 개가 있다. 끄라비에 처음 왔을 때 택시기사가 여기 호스텔을 가리키며 '장사가 잘된다' 고 말했던 게 기억이 난다.

점박무늬 고양이도 산책중.

교차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숙박업소,Your Hostel. 이젠 태국에서만이라도 조용히 있고 싶어서 호스텔이나 도미토리는 숙박업소에서 제외시킨다.

Your hostel 맞은편으로 쭈욱 아래로 내려가면 강변이 있다. 이 강변을 따라 저녁에 노점들이 문을 연다.

이 교차로 부근엔 지은지 오래된 숙박업소들이 많다.

Pak-up hostel. 젊은 서양관광객들이 많이 머무는 것 같았다.

핑크색 뚝뚝을 보니, 인도가 생각났다. 8년 전에는 방콕에서 저런걸 탔었는데, 방콕은 이제 거의 택시가 여행자 교통수단이 된 것 같다.

​교차로 거리에 있는 빨래방에서 빨래를 찾아 오는 길에 해가 구름 사이로 살짝 비췄다. 내일이면 끄라비 산책도 못 하니, 아쉬움 마음에 사진을 막 찍기 시작한다.

끄라비 도청 가는 길 중간에 있는 큰 나무. 오래되어 보이는 나무로, 나무 앞에는 작은 신전이 있다.

끄라비 도청 입구 쪽에 있는 야외무대. Krabi Cultural walking. 영어 타이틀이 하나라도 있어서 뭐하는 곳인지 약간은 이해가 갔다.

 

끄라비 도청.새로 지은지 얼마 안된건지 깔끔해보인다. 끄라비 타운 내에서 가장 으리한 건물 중 하나일 듯 싶다.

끄라비 도청 도로에서 샛길로 난 작은 길로 내려오면 반 삼라른이 있다. 반 삼라른 맡은 편에 있는 집. 개가 엄청 짖어댔다.

#휴식 후 또 산책하러 나감

숙소로 와서 남친은 낮잠을 자고, 나는 텔레비전을 켜놓고, 지인과 카톡을 주고 받았다. 8년 전 터키에서 만난 Y언니와 간혹 연락을 하는데, 어제는 이스탄불 공항에서 테러가 나서 언니와 대화가 하고 싶어졌다. 4년 전만 해도, 아니 6년 전만 해도 터키가 그립다- 이런 말이 오갔는데, 요즘은 '터키가 그나마 평안했을 때 여행다녀왔다.' 라고 평가를 내리게 됐다.

"이젠 터키도 무서워서 못 가겠어요. 그때가 제일 좋았네요."

아수라장이 된 터키 이스타불에 관한 뉴스와 달리 끄라비는 조용해도 너무 조용했다. 하긴 여기는 다른 나라니까. 태국에서 터키, 조금 멀긴 하다.

 태국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김 스낵. 어떤 맛인가 궁금해서 샀는데 그냥 그랬다.

반 삼라른 숙소가 나름 쾌적하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긴 한데... 아쉬운 것은 텔레비전을 보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영화를 좀 보려고 해도 태국어 더빙이라... 재미가 없었다. 그래도 어제는 재밌는 걸 보았다. 어떤 오락프로에서 참가자가 SUV를 운전해서 공을 밀어내 볼링 핀을 다 넘어뜨리면 그 차를 공짜로 얻는 걸 봤다. 3명이었나, 여러명의 시도자들 중, 젊은 커플이 핀을 다 넘어뜨려 이벤트에 당첨됐다. 내가 당첨된 것처럼 그 자리에서 소리를 질렀다. 어쩌면 태국에 있으면서 그 순간이 최고로 기뻤는지도 모르겠다. 저녁에는 공포영화를 봤었는데, 다행이도 태국어 더빙이 그리 거슬리지 않아서 끝까지 볼 수 있었다.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나중에야 홍콩 영화인 줄 알게 되었고, 검색과 검색을 통해 영화 제목과 내용도 그제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홍콩의 미신처럼 여겨지는 내용들을 잘 버무린 공포영화였다.

오늘 낮은 어제 저녁처럼 볼만한 것이 없었다. 숙소에만 있기엔 몸이 근질거려서, 낮잠 자는 남친을 깨워서 또 나가자고 재촉했다. 호주에서부터 찍기 시작한 필름이 아직 남아 있어서 다 쓰고 싶었다. 끄라비의 마지막 날인 만큼, 사진 찍을 만한 것을 많이 찍고 싶었다.

 

​한번도 걸어보지 않는 강변 산책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강가에는 수상 레스토랑이 하나 있었다. 남자친구와 나는 태국에서 주로 노점에서 식사를 하거나 간편하게 식사를 해서인지, 수상 레스토랑에 가는 건 그닥 흥미가 일지 않았다.

고요한 끄라비 강변.

산책로와 조명시설이 신식으로 되어 있었다.

저녁 노점을 위해 준비가 한창인 상인들.

​강변을 따라 산책하는 사람은 우리 둘 말고는 거의 없었다.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서양 커플만 한번 봤을 뿐. 계속 걷다보면 뭐가 나올까 궁금해서... 끝까지 걸어보기로 한다.

강가에서 낚시하는 사람들.

​주변의 풍경이 단조로워 지루해졌을 때, 마지막에 눈에 띈 것은 흰색의 수상 레스토랑.

근처에는 큰 요트도 있었다.

​물을 너무 많이 마셨던지 화장실이 가고 싶었는데, 근처에 들어갈만한 레스토랑이나 식당이 별로 없었고, 굳이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 다시 숙소로 발걸음을 돌렸다. ​

길가의 건물들.

강변의 노점- 식사, 쥬스, 디저트 등을 판다.

​오늘은 목요일이라 도청 앞 거리에서 야시장이 열린다. 시장이 이제 막 열린 터라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찐 옥수수를 하나 샀는데 봉지채 든 것이 생각보다 너무 맛이 없었다. 남자친구는 '스털 프라이'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아이스크림을 철판에 굽는다..고 해야하나. 철판에서 요리 조리 굴려서 만들어내는데, 손님은 많은데 아저씨가 아직 익숙하지 않으신지 조금 느리셨다. 그래도 기다리는데 엄청 오래 걸리지 않았어서 시도해볼만 했다. 맛은 보통의 아이스크림과 크게 다른 점은 없었던 것 같다.   


​시내 중심에 열리는 먹거리 야시장보다 흥미로운 게 적었다. 상품을 판매하는 매대가 더 많았다. 끄라비 타운에 슈퍼마켓이 있긴 하지만, 이 장에서 야채를 사가는 주민들이 눈에 띄었다.

​끄라비 사람들이 시장에서 만난 이웃들과 서로 이야기하는 모습은 한국에서는 이제 보기 힘들어진 모습 같았다. 대형마트에서 주로 장을 보고, 상품을 고르고 기계적으로 계산하고.. 그 안에서 공동체적인 분위기는 느낄 수 없는게 되어버렸으니까.

길거리에서는 공연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직 이른 저녁이라 관광객보다는 현지 주민들이 눈에 더 띄었다. 반 삼라른 근처로 항상 개밥을 가져다 주는 아주머니 옆을 지나치게 됐다. 아주머니를 따라다니는 개도 함께 있었다. ​

​보통 저녁이면 여전히 조용한 반 삼라른 동네인데, 오늘은 옆 도로에서 야시장이 열려서 시끌벅적 거렸다. 저녁 식사는 간단하게 강변 노점에서 해결하고, 끄라비에 무슨 애착이 더 남았는지 그냥 숙소에 들어가기 아쉬워서 강변 따라 또 산책을 했다.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야시장에 또 무슨 공연을 하는지 궁금해서 한번 더 둘러보았다. 남자친구는 정말 관심없어 했는데, 나는 조금이라도 분위기를 더 느껴보고 싶어서 잠시 머물렀다. 오늘 장사가 다 끝난 매대는 벌써 정리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는 라오스의 어느 야시장과 달리, 끄라비의 야시장은 각자의 개성과 실력을 뽐내는(?) 곳처럼 느껴졌다. 비슷한 상품을 파는 가게들이 있을 수 밖에 없지만, 종류가 더 다양해서 보는 재미, 맛보는 재미가 있어서 자꾸 야시장을 찾게 되는 것 같다. 관광상품에만 머물러있지 않고 현지인들의 생활이 녹여있으니, 흥미로웠다.

끄라비에는 야시장이 열리는 날, 장소가 요일마다 정해져있다. 주말에 크게 열리는 야시장이 보고 싶다면 끄라비 타운 관광 일정을 요일에 맞게 조정하는 것을 추천한다. 노점 음식 맛보는 것을 좋아하고 시장 구경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놓쳐서는 안될 볼거리가 바로 끄라비 타운 야시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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