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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발리, 길리, 태국

[발리,태국여행]D+27, See u again, Bali & Hello, Krabi

일디즈 Yildiz 2016.09.15 15:43

(2016년 6월 26일 일요일)

#꾸따 하늘에 구멍이 났던 아침 

발리를 떠나야하는 날. 아침부터 요란한 빗소리에 잠이 깼다. 6월 한 달 동안 발리에 있었는데 이렇게 엄청난 빗소리를 들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문을 여니, 굵은 빗방울이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걸 볼 수 있었다. 게다가 몇 차례 천둥 번개가 쳤다. 번개 소리는 마치 방문 앞을 때린 듯이 크게 울렸다. 지상에 주차되어 있는 차들도 그 충격 때문인지 경보음이 비명을 지르듯 크게 울렸다.

천둥이 한번 치고 나면, '이게 뭔가' 한번 다시 문 열고 밖을 봤다가- 다시 안으로 들어오면 잠시 뒤 또 천둥 소리가 났다. 옆방에 머물던 스웨덴 여자애 둘도 방문을 열고 몸을 밖으로 내밀었다. 나와 눈을 마주친 여자아이는 "너 무섭니?" 라고 물어왔다. 당연히 무서울 수밖에. 

화장실에서 이를 닦던 남자친구는 천둥이 칠때 천장에 있는 페인트 조각이 자기 머리로 떨어졌다며 놀라워 했다.

정말... 까딱하면 번개 맞고 죽을 수도 있겠구나- 를 조금은 실감할 수 있었다. 

12시에는 태국 가는 비행기를 타야하는데... 이렇게 비가 계속 온다면, 비행기가 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혹여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나면 어쩌나? 그럼 100% 죽는건데.... 그런 생각에 이르자, 난 아직 죽기 싫다는 결론을 내렸다. 호주에서 고생하며 번 돈을 내가 다 쓰지 않고 죽으면 너무너무 억울할테니까. 

혹시나 천둥번개 때문에 정전이 되면 엘레베이터에 갇힐 까봐 일부러 계단을 이용해 1층으로 내려왔다. 리셉션에 앉아있는 직원은 이런 날씨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무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성난 빗소리에 놀란 사람들은 나와 남친 포함 몇몇 관광객에만 해당되는 일 같았다. 

​날씨 때문에 걱정이 되서 그런지, 안그래도 맛이 없는 호텔 조식이 더 먹기가 싫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위장약을 먹어도 아직 배가 슬 아프다. 이게 해충 때문인걸까.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몸이 이상하게 안 좋긴 하다. 수박만 잔뜩 접시에 담아와서 배를 채웠다. 

아침 일찍 바다로 나가 서핑을 하려 했던 - 아니면 하고 있었던 커플인지- 홀딱 젖어서 호텔로 입성했다. 서핑보드를 갖고 온걸 보면, 아침에 빌린 것처럼 보이는데. 안됐다.

아침식사 후 투어를 가려고 했던 것처럼 보이는 중국 커플도 있었다. 운전기사가 아주 좁은, 테라스 호텔의 로비까지 차를 후진으로 들어와 그들을 친절히 모셔갔다. 이런 날은 투어고 뭐고, 취소하고 숙소에서 있는게 제일 좋을 것 같은데.

갑작스런 날씨의 요란함은 관광객들과 관광업에 일하는 현지인들에게만 예기치 않은 술렁임을 주었다. 그 외 발리 사람들은 평상시와 다를바 없이 평화로워 보였다. ​

​천만다행으로, 비 구름이 어디론가 끊임없이 이동하고 있어서- 그나마 개인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이젠 천둥번개도 치지 않는다. 이대로 날씨가 계속 좋아진다면, 태국 가는 비행기를 타는 건 문제없을 것처럼 보였다. 

호텔 방으로 돌아와 짐 정리를 했다. 이제 이렇게 발리를 떠나면 한동안 못 올테니까- 빠진 물건이 있는지 구석구석 정리하고, 버릴 물건들은 버렸다. 처음 호주에서 발리올 때보다는 한결 짐이 가벼워졌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짐이 많긴 많다. 

자, 떠날 준비가 되었어요! 배낭에 옆에는 요가매트, 손에는 기타가방, 어깨에는 우리 필름카메라 가방을 짊어든 남친. 이번 여행은 짐 때문에, 나 때문에 고생 많았다. ㅠ_ㅠ


#Keep moving, moving!! 비행기를 놓치지 않겠다!! 

응우라이 공항이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 2시간 전에 공항을 도착하면 되겠다 싶어서 10시쯤 우버택시를 불렀다. 우버앱을 보면 기사가 어디쯤 오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아니, 택시가 호텔이 있는 골목으로는 들어오지 않고 다른 골목으로 뺑뺑- 돌고 있는 것이었다. 아 ㅠㅠ 

그렇게 택시를 기다리는데 시간을 허비했다. 우버앱에 등록한 전화번호가 호주 핸드폰 번호였어서- 소통이 편하지 않았다. 손님과 연락이 되지 않는 우버기사 또한 답답했을 것이다. 그래도 아저씨가 친절한 편이여서 공항 가는 내내 기분 나쁜 말을 한다든지 그렇지는 않았다.

테라스 앳 꾸따 호텔에서 공항까지- 32,000루피아가 나왔는데, 기사아저씨에게는 잔돈이 얼마 없었다. 그래서 얼마 못 거슬러 주었다. 계산상 우리는 44,000루피아를 내고 공항까지 왔다. 아저씨는 미안해했지만, 우리는 서둘러야할 입장이었기에 개념치 않았다. 그래도 덕분에 안전하게 잘 왔다는 생각만 들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미 체크인을 하고 좀 편하게 공항을 둘러봐야 하는데... 시간이 빠듯했다. 우리 둘은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적어도 40분 안에 탑승이 시작될게 분명했으므로. 체크인을 서둘러야 했다.

역시나, 에어아시아의 부스는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로 붐볐다. 빨리 체크인을 해야하는데... 마음이 조급해있을 때, 직원이 '돈므앙 가는 사람은 먼저 체크인 하세요' 라고 신호를 보냈어서 바로 앞으로 나가서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우선 티켓을 받고 수화물만 제대로 붙여도 일단 마음이 차분해진다. 직원에게 '돈므앙에서 끄라비까지 가는 티켓' 까지 여기서 체크인을 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그건 안된다고 했다. 내가 티켓을 각각 따로 구입했기 때문에 연결지어서 체크인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 같았다.

뭐, 워낙 여행 일정이 변동이 있었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돈므앙에 도착하면 바로 수화물을 찾고, 또 체크인을 해야만 한다. 

출국심사대를 지나 여권에 도장이 찍히니, 정말 발리를 떠나는 구나. 더 실감이 났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눈에 보이는 벽화 프린팅이 예뻐서 남자친구에게 사진을 찍자고 했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공간을 이렇게 '발리스러움'으로 장식하다니. 어디든 눈을 돌리면 예술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역시, 발리야! 라고 엄지를 척! 치켜세우게 한다. 

호텔에서 먹은 게 별로 없었어서, 그새 출출해왔다. 게이트에 가기 전에 까페에 들러 라떼 한잔과 도넛 하나를 샀다. 공항 가는 택시비와 기타 용돈이 넉넉히 남을 줄 알았는데- 부족했다. 커피 하나와 도넛 하나만 해도 가격이 꽤 비쌌다!! 와, 정말 발리는 관광객을 상대로 돈을 어떻게 버는지 아는 곳이다. 

남친과 나는 둘이서 도넛 하나를- 나눠 먹고, 커피도 나눠 마셨다. 아까 택시비 거스름돈이라도 제대로 받았다면 도넛 하나 정도는 더 샀을 텐데. 아쉬웠다. 

발리에서 태국 방콕, 방콕 돈므앙 공항에서 바로 끄라비까지 가는 일정. 중간에 2시간만 비워뒀어서 상당히 빠듯했다.

처음 발리 가는 티켓을 샀을 때는 무비자 기간인 30일 안에 발리를 떠나 태국으로 가는 일정만 생각했었다. 자세한 태국 목적지는 발리 여행 몇 주 전에야 정했다. 태국 북부인 치앙마이, 빠이는 가 봤었고, 나는 스쿠버다이빙을 하러 꼬 따오에 가 봤지만, 남친은 안 가봤고...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정한 곳은 '끄라비'. 영어식 표기가 크래비, 크라비 Krabi 이지만, 읽는 건 끄라비- 라고 읽어줘야 현지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다. 

끄라비는 푸켓, 피피섬과 가까이 있다. 아래로는 말레이시아가 위치한다. 이제껏 태국, 말레이시아는 서로 다른 곳에 있는 나라라고 생각했지만... 태국 맨 끝단에 있는 나라가 말레이시아인줄은 몰랐다. =_ =;;;

방콕에서 좀 쉬다가 끄라비에 갈까? 잠깐 고민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 더 이상 야간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여행은 동남아에서 그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욕심을 부려 방콕 돈므앙에 도착하자 마자 바로 끄라비로 가는 항공편을 구입했다. 끄라비-방콕 왕복, 성인 2명에 수화물 포함해서 호주달러 150불 정도 들었다. 방콕에서 끄라비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 15분 정도 걸린다. 


#무사히 끄라비에 도착! 

방콕가는 비행기 안에서 남자친구와 나는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사실 나보다는 남자친구가 한 500배 더, 걱정을 했다. 창 밖에는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어서 비행기가 늦게 출발하면 어쩌나 걱정되었지만, 다행이 돈므앙 공항에 예정된 시간에 도착했다. 하지만 비행기에서 내려서 공항 버스를 타고 공항 건물까지 가는 시간- 입국 심사대에서 긴 줄을 기다려야 했던 시간- 그리고 수화물을 챙기고 에어아시아 체크인 부스를 향해 달렸던 시간- 모두 길고, 두려웠던 시간들이었다. 걷다 달리다, 걷다 달리다 하며 바쁘게 움직였다. 남친과 나, 둘 다 머릿속에 걱정이 가득 차서 정신이 없던 오후였다. 

국제선은 체크인을 빨리 해야하지만, 국내선 체크인은 1시간 안에만 하면 문제가 없었다. 우리가 서둘렀기에 안전한 시간대로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긴장이 좀 풀렸던 우리는 스타벅스 간판이 보이자마자, 의논할 새도 없이 발걸음을 까페로 향했다. 예전에 태국 여행 때 남은 돈 500밧이 있어서 그걸로 아이스까페라떼 한 잔은 살 수 있었다. 

태국을 유난히 좋아하는 남자친구는, 체크인도 했겠다, 비행기를 타러 가고, 끄라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부쩍 말이 많아졌다. 목소리 톤에서조차 그가 흥분해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반면 나는 덤덤했다. 

1시간 15분의 비행은 그리 길지 않아 좋았다. 방콕에서 끄라비까지 육로로 이동하면 긴 시간이 걸리는데, 비행기로 이동하니 참 편하고 좋았다. 복잡하고 사람이 많던 돈므앙 공항과 달리, 끄라비 공항은 많이 한산했다. 출구로 나가기 전 'Taxi' 간판이 눈에 띄었다. 끄라비 타운까지 350밧을 달라고 한다. 350밧? 아까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70밧 정도하는 샌드위치를 사고.... 잔돈이 350밧은 안 될것 같았다.

 

남자친구가 공항 밖에 있는 택시기사와 흥정을 해서 300밧으로 예약한 숙소까지 가기로 했다. 공항에서 더 환전하지 않아도 되니 한 시름 놓았다. 

공항에서 끄라비 타운까지는 거리가 좀 있는 편이다. 택시를 타고 한 20-30분 족히 더 가서야 끄라비 타운에 도착했다. 해는 벌써 져서 어둑어둑 해졌다. 숙소에 도착하자 우리를 반겨주는 건, '나훈아? 남진?' 과 비슷한 외모를 가진 주인 아저씨였다. 사는 게 풍족한지, 아님 원래 부자여서 여유로운지, 얼굴에서부터 호탕함이 풍겨져오는 태국 사람이었다. 

주인 아저씨는 오늘 타운에서 나이트마켓이 열린다며, 가보라고 권해주었다. 2층 방에 짐을 대충 풀고, 샛길을 따라 끄라비 시내로 걸었다. 가는 길에 가로등이 많지 않아서 조금 어두운 곳이 있었다. 아직 열려있는 사설 환전소를 찾아서 환전을 했다. 남자친구는 태국식 고기 덮밥을 먹고 싶어해서 여러 노점 중 한 곳을 골라 자리를 잡았다. 나는 국수매니아이므로 국수를 골랐다. 국수 한 그릇에 50밧이다. 가격이 싼 건지, 적당한 가격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발리에서 '루피아'를 쓰다가 갑자기 태국에서 '바트'을 쓰자니 헷갈렸다. 태국을 다시 찾은게 2년만이라 그런지, 익숙한 것 같으면서도 뭔가 낯설다는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나이트마켓에 뭐 볼 게 있겠나- 싶었지만 그래도 이래저래 구경할 게 많았다. 다만 내가 컨디션이 안 좋은지 기분이 별로 좋지 않고, 힘이 들었다. 들떠 있는 남친과 달리, 나는 호기심 반반, 피곤함 반, 불편한 반반으로 끄라비의 밤거리를 걷고 있었다. 

다음날 찍은 숙소 반 삼라른 외관. 깔끔하고, 청소도 잘 해준다. 가격도 나쁘지 않는 편. 하루 600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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