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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여행] 끄라비 4일째, 비오는 날의 끄라비 본문

2016 발리, 길리, 태국

[태국여행] 끄라비 4일째, 비오는 날의 끄라비

Yildiz 2017. 2. 28. 13:13

(2016년 6월 29일 수요일)

#아직 끝나지 않은 악몽, 베드버그.

길리섬을 떠나, 발리섬으로 와서 지내는 1주일 동안 베드버그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엊그제 저녁, 비닐에 싸서 가져온 백팩에서 베드버그 한마리를 보았고, 어제 섬투어 이후에 저녁부터 벌레 물린 흔적이 팔과 다리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내가 발리를 떠나면서 그나마 아까워서 버리지 못한 아이템들- 래쉬가드와 비치팬츠! 물놀이 옷에 베드버그가 아직 있는 것이었다. 항상 뜨거운 물로 옷을 빨아 말리곤 했는데, 그로서는 베드버그를 제거할 수 없었나보다.

도대체.. 그 얇은 래쉬가드, 어디에 베드버그가 숨어있던 거였을까? 래쉬가드 군데군데를 손톱으로 꾹꾹 눌러보며 벌레가 있나 살펴보았지만, 검정색인 옷에서 벌레를 구분하기란 어려웠다. 오른쪽 팔에는 2개정도 물렸고, 심하게 물어뜯긴 곳은 허벅지였다. 허벅지.... 새벽에 베드버그 물린 통증 때문에 길리에서 사온 알약을 가방에서 찾아 먹었다.

처음 이 알약을 살때 2알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한 알밖에 남지 않았다. 알약 12개가 있던 약 봉지는 한 개짜리로 줄어들었다. 그나마 이 약이 있어서 잠자는데 도움이 됐으니 다행이다.

래쉬가드를 당장 버리는 게 좋을텐데... 이번에 처음 산 옷인데다가 비싼 건데 버리기 아쉬운 마음에 우선은 한국에 가져가기로 한다. 지퍼백에 넣어서 밀봉하면 괜찮겠지. 물건에 대한 집착... 은 쉽게 버려지지 않는 것 같다.

 

#아침부터 비가 펑펑

오늘은 스쿠터를 빌려서 에메랄드풀에 가려고 했지만 이른 아침부터 비가 많이 와서 대략 난감했다. 오랜만에 스쿠터를 운전하는게 부담스러운데, 나를 뒤에 태우고, 빗길 위에서 장거리 운전하는게 남친에게 꽤 부담이 됐던 모양이다. 이것저것 마음에 안 든다고 투정을 부리던 남친은 에메랄드풀 가는 것을 포기하자고 했다. 

반 삼라른 주인에게 문의해서 빌리게 된 스쿠터. 하루에 250밧.

​스쿠터를 이미 빌린 상태이니, 어디라도 가봐야 스쿠터 빌린 돈이 아깝지 않을 것 같았다. 숙소에만 있기에는 심심해서 끄라비 타운에서 봤던 까페 "블랙캐년커피"에 가보기로 했다.

강가 건너편의 도로에 있는 이 까페는 아침부터 좌석이 꽤 차 있었다. 시간도 많고, 에메랄드풀에 안 가니 입장료도 굳었고 해서 먹고 싶은 것을 다 시켜보았다. 남자친구는 스타벅스에서 먹어보곤 했던 그런 프라푸치노 같은 것을 골랐다.

​나는 비도 오고 추워서 카푸치노를 시켰다. 찻잔에 기본으로 연유와 시럽이 담긴 컵, 알파벳 과자가 덤으로 나왔다. 시럽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이렇게 커피를 달게 먹는 사람이 있나 싶다.

​숙소에서 대충 아침을 먹긴 했지만, 메뉴판을 보니 먹음직스러운게 많아서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바나나가 같이 나오는 토스트를 시켰다. 생각보다 양도 많고 푸짐했다.

​샌드위치까지 시켰더니, 배가 불러서 조금 남겨야했다.  

블랙캐넌커피 계산시, 서비스 수수료가 따로 붙어서 생각보다 돈을 좀 더 내야했다. (서비스비 7% 추가 결재, 약 500밧 정도 냄.) 어련히 가격에 서비스비가 같이 있겠거니 했는데, 생각보다 돈을 많이 쓴 것 같아서 약간 뜨악했다. ​블랙캐년커피점에서 시간만 보내기 아쉬워서 비가 좀 그쳤다 싶을 때 밖으로 나와서 아오낭비치까지 드라이브 가보기로 했다. 남자친구의 좋은 지리감각과 구글맵 지도에 의존해서 아오낭비치에 도착! 이곳에서 우리가 갈만한 곳은 스타벅스 밖에 없었다...

​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스벅에 들어가 앉아 인터넷 서핑을 했다. 스타벅스는 각 나라에서 어떤 인터넷 통신망을 쓰느냐에 따라 와이파이 이용하는 방법이 다른데, 인도에서는 핸드폰 계정이 있어야 와이파이 이용이 가능했었다. 여기 태국에서는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면, 이메일로 와이파이 이용 가능한 비밀번호를 따로 보내준다. 조금 귀찮은 방법이지만 공짜로 와이파이 사용이 가능하다면 당연히 해야하는 절차였다.  

​아오낭 비치 스타벅스는 에어컨을 정말 빵빵하게 틀어놓아서, 더울 때 들어오면 좋긴 한데, 너무 오래있으면 추워서 밖에 나가고 싶어질 정도였다. 한국은 어느 지역의 스타벅스에 가나 가격이 동일한데, 태국은 스타벅스 커피 가격이 장소에 따라 달랐다. 공항에서 사먹을 때와 아오낭비치에서 사먹을때 가격이 달랐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스타벅스 화장실이 깔끔해서 이용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아오낭비치 스타벅스 화장실은 보통 수준으로 까페 내부 디자인은 스타벅스 고유의 느낌이지만, 화장실은 아주아주 평범했다.

스타벅스 앞 도로 오토바이 주차공간. 촘촘한 곳에 공간을 발견해서 겨우 주차했었다.

물놀이를 하지 않으면, 딱~히 할만한 게 많지 않은 이 동네에서, 오늘은 특별히 테스코에 있는 MK 수끼를 먹으러 가고자 했다. 다행히 아침 이후로 비가 더는 내리지 않아서 조심스럽게 오토바이를 타고 가볼만 했다. 스쿠터에는 기름을 이미 많이 넣어놓았기 때문에 기름 떨어질 걱정은 없었다. 기름을 얼마나 더 많이 쓰느냐가 관건이었기에, 우리는 테스코로 향했다.​

파란색 선을 따라가면 아오낭비치에서 테스코까지 약 22KM. 끄라비 타운에서는 8~11KM 정도 떨어져있다.

 

​테스코까지 오는 큰 대로변은 좀 무서웠다. 하지만 항상 안전운전을 하는 남친 덕분에 테스코까지 무사히 도착. 주차장은 자동차 전용구역, 스쿠터 전용구역이 나눠져 있었다.

​테스코 안은 이제껏 익숙하게 봐온 그런 쇼핑몰 그대로였다. 크기에 비해 사람들이 너무 북적거리지 않고, 적당히 붐비는 정도였다. 우리의 목적은 MK 수끼라서 곧장 2층으로 향했다. 처음보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있기도 해서 호기심이 일기도 했다.

​MK수끼를 굉장히 좋아한다거나, 맛있기 때문에 찾아왔다기 보다는, 2년 전 파타이에 있었을 때 가장 비싸게, 배부르게 먹었던 곳이 바로 MK수끼였다. 호주에서 휴가를 바랄 때마다 가끔 파타이에서 놀고 먹으며 지냈던 날들이 떠올라 추억에 잠긴 적이 있었다. 그래서 태국에 오면 MK수끼에 꼭 한번 다시 와보고 싶었다.  

파타이에서 먹었던 엄청 푸짐한 스페셜 메뉴가 끄라비에는 없는 모양이었다. 같은 프랜차이즈인데 지역마다 다른 뭔가가 있나보다. 그래서 파타이에서만큼 음식을 남길 정도로 배부르게 먹지는 않고, 적당히 시켜먹었다.

식사 후, 근처에 있는 오락실에 총 싸는 게임 한 판을 했다. 스릴 넘쳐서 재미있었지만 게임 가격이 꽤 비싼 편이라 또 하고 싶은 욕구를 고이 접었다.

쇼핑몰을 나오니, 어느새 해가 져서 사방이 어둑해졌다. 아오낭비치에서 테스코까지는 좀 먼 거리였지만, 테스코에서 끄라비타운까지 오는데는 그보다 훨씬 가까웠기에, 숙소에는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숙소에 도착해서야 생각났던 것은 주한 독일 문화원에서 하는 독일어학원 코스 등록을 인터넷으로 신청할 수 있는 날이 오늘부터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이트에 들어가봤을 때는 이미 내가 원하는 반에는 신청이 꽉 찬 상태였다. 독일어 공부할 수 있는 곳이 꼭 그곳만 있는게 아니니깐, 한국에 가면 다른 곳을 알아봐야겠다. 문화원 수업 개강일에 맞춰서 7월 2일에 급하게 한국 들어가는 비행기표를 샀는데.. 괜히 일찍 들어가는 표를 샀나 후회가 되기도 했다. 한국을 떠나 단순히 여행만 하는게 아닌, 외국에서 살아보는 경험을 하다가 갑자기 한국에 들어가려니 너무 싫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워홀 비자를 받을 수 있을 때 또 다른 나라에 가보는 것이었다. 영어는 한국에서 공부를 해왔어서 그나마 심적 부담이 적었는데, 독일은.. 독일어를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 나라에 가서 살 생각을 하니 여간 마음이 어려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에서 계속 살기는 싫고...

당장 어찌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느라, 끄라비에서 유유자적 보낼 수 있는 시간동안 현실과 미래를 바쁘게 왔다갔다하여 마음도 바쁜 여행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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