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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여행]D+13~15, 아멧 2박 3일 본문

2016 발리, 길리, 태국

[발리여행]D+13~15, 아멧 2박 3일

Yildiz 2016. 7. 27. 23:51


아멧 2박 3일 (2016년 6월 12일~14일)

숙박 : 와룽 아리 홈스테이 Warung Ary Homestay 2박 = 호주달러 $62 (1박에 약 2만 6~7천원) / Airbnb로 예약함

기타 장비 대여비 : 스쿠터 50,000루피아, 구명조끼 20,000루피아, 오리발만 2켤레 30,000루피아, 해변가 스쿠터 주차비 2,000루피아, 스쿠터 기름 10,000루피아 

+p.s. 호주에서 가져온 스노클링 마스크가 있어서 오리발만 빌렸다. 셋트로 빌리면 50,000루피아. 숙소에서 왠만한 것을 다 빌릴 수 있다. 주인장과 잘 상의할 것 

아멧에서 길리가는 스피드 보트 : 1인 250,000루피아 (숙소 픽업 포함)

+p.s. 우리는 길리의 세 개의 섬 중 가장 크고 발달된 길리 트라왕안Gili Trawangan 이 목적지였다. 길리 메노나 길리 아이르(에어)까지 가는 스피드 보트 가격이 같은지 아니면 더 비싼지는 모르겠다. 길리가 처음이라면 무조건 길리 트라왕안으로 가는 걸 추천한다. 아니... 추천 정도가 아니라 Must go. 길리 T로 가야만 한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숙박시설과 레스토랑이 많고, 스노클링 투어 보트 가격도 길리 메노나 아이르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우붓에서 아멧으로  

아멧에서 ​2박 3일이지만... 앞날, 뒷날 모두 아침에 지역을 이동했어서 막상 아멧에서 보낸 시간은 1.5일이라고 해야할듯 싶다. 

9일동안 바쁘게 지냈던 우붓을 떠나 아멧으로 향했다. 따만 띠르따강가를 거쳐 아멧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의 시간은 지루했다. 하지만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바닷가 마을에 어느정도 도착했음을 느꼈을 때, 뒤쪽 창에 보이는 산과 구름이 멋져서 침체되어 있던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사실 오늘 우리를 위해 운전하기로 약속했던 바구스의 차는 굉장히 쾌적하고 좋은 것이었는데... 그는 돌연 무슨 일이 생겼는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에 산도적 같이 생긴 사람이 우리를 위해 운전을 해주었는데.. 그의 차는 탑승한 것만으로도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그런 차였다. 햇살 좋은 발리의 낮 기온을 케케묵은 에어컨 바람으로 이겨내자니 여간 괴로운 일이었다. 

다행이 우붓에서 아멧까지 아주 먼 거리는 아니었기에- 이제 금방 도착하겠군! 희망이 생기자 압축된 스프링이 튕기듯 어서 차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남자친구 폰에 깔아둔 구글맵이 가르키는 지점을 향해서 두 세개의 작은 언덕을 오르락 내리락 한 뒤에야 와룽 아리- Warung Ary 숙소를 찾았다. 길가에 바로 있어서 찾기 어렵지는 않았다. ​

숙소 맨 아랫층에 있는 식당에서 우리의 방이 준비되기까지 기다렸다. 그냥 기다리는데도 날씨가 더워서 많이 지쳐버렸다. 기력 보충을 위해 점심을 간단히 시켜먹고, 30분이 훨씬 지나서야 짐을 방으로 옮길 수 있었다. 

살이 통통하게 올라 적당히 건강해보이고, 손님 맞이하는데 능숙한 주인장은 우리를 맨 꼭대기 층의 숙소로 안내했다. 지은지 얼마 안된 방이라 아직 부족한 물품이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2박만 머물거라서, 굳이 욕심 부려서 요구할만한 것은 없었다. 웬만한 것은 다 구비되어 있었으니까. 

주인장 가족의 집은 우리 방보다 한 층 더 높이 있다. 아무래도 산을 깍아서 만든 독채의 숙소이다보니, 독립된 공간을 얻은 기분이었다. 우리 방이 다른 객실에 비해 제일 높은 곳에 있어서 한눈에 보이는 수평선은 마치 우리가 운이 좋다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겪는 한적함 때문일까. 우붓과는 다른 풍경이 주는 고요함에 새로운 세상에 온 기분이 들었다. 

​바다는 굉장히 적요해보였고... 바람은 잘 불지 않은 아주 더운 날이었다. 방에는 출입문 말고 따로 창문이 없어서 환기가 잘 되지 않았다. 에어컨을 틀지 않고 방에 있노라면 숨이 턱턱 막혀서 쫓기듯 테라스로 나왔다. 바닷가라 숙소가 시원할 줄 알았던 기대는 와르르 무너졌다. 오히려 해와 더 가까운 방이라 우리 방이 이렇게 더 더울 수 밖에 없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게다가 우리방에 설치된 에어컨의 성능이 너무 좋지 않았다. 간혹가다 숙소 평에 Aircon is not cool. 이런 문장들을 보곤 했었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 이제야 이해가 됐다. 에어컨을 틀어도 방이 쾌적하게 시원해지지 않는 것이었다. 

숙소에서 잠시 여독을 풀다가, 해가 지기 전에 스노클링을 해보고 싶어서 숙소 앞에 있는 해변으로 내려왔다. 그냥 물에 들어가서 마스크만 쓰면 되지! 싶었지만, 안정적인 입수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숙소 앞 바다는 자갈- 아기주먹, 초등학생 주먹, 고등학생 주먹, 어른 주먹만한 돌들이 있는 해변이었다. 비치타올을 깔아놓고 누워있기란 어불성설. 과연 사람들이 많이 올만한 곳은 아니었다. 조리를 신고 바닷물 근처로 가는 것조차 힘들었다. 게다가 더 힘든 일이 따로 있었다. 

아쿠아 슈즈와 오리발 없이 무작정 왔더니... 깊은 곳으로 들어가기가 겁이 났다. 시시때때로 밀려드는 파도에 간혹가다 돌도 밀려와서 내 발등에 부딪쳤다.. 여기서 스노클링 하기 겁이 나서 포기해야 했다. 물 밖으로 나오려는데, 타이밍을 잘못 맞춘 나머지 주먹만한 돌들에 꽝! 엉덩방아를 찍어야했다. 아팠다.... 

첫 날은 아멧 바닷물 체험한 것으로 만족하고 다음날을 기약했다. 


#스노클링하기 좋은 바다, 멍때리기 좋은 바다 

다음날, 숙소에서 스쿠터와 오리발 2켤레를 빌렸다. 전날, 주인장에게 오리발만 2켤레 빌리면 얼마냐고 넌지시 물어봤을 때, 30,000루피아에 빌려주겠다고 답을 들은 상태였다. 나이가 꽤 어려보이는 남자 직원이 우리에게 50,000루피아를 받으려고 해서 "여기 주인이 30,000루피아에 해주겠다고 했어요." 라고 우겼다. 직원은 우리에게 재차 확인했다.

"Ketut가 그랬나요?" 

"네, 그가 30,000루피아에 해주겠다고 했어요."

우리의 확신어린 대답을 듣고, 그는 영수증에 30,000루피아로 기록했다. 


스쿠터 기름은 10,000루피아로 충분히 많이 넣었다. 

첫번째 목적지로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우선은 가까운 곳에 가보기로 했다. 


와룽 아리에서 스쿠터로 한 3분 정도 갔나. 스쿠터를 타고 언덕을 오르내리며 봤던 바다에는 특히 사람들이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그곳이 스노클링 스팟인게 분명했다. 해변가에 도착해 주차비를 내고, 모래사장으로 걸어가는데 발리 아줌마들이 무턱대고 종이를 들이대며 '돈을 내야한다'고 우겼다. 

영어로 적힌 것은 'Donation'인데 우리보고 돈을 내라고 했다. 발리의 해변들은 다 무료입장이다. 여기는 돈 내는 곳인가? 잠시 멍했다가 이내 "Donation"의 뜻을 떠올리곤 아줌마들을 무시했다. 

아멧은 꾸따와 우붓처럼 관광객들이 많지 않는 곳이라 그런지, 외국인들이 해변에 입장할 때마다 아줌마들은 옆으로 와서 마사지 받을거냐, 팔찌 좀 사주라, 끈질기게 달라붙는다. 그들과 이야기하고 뭐라도 사면 살갑게 웃으면서 대하는데, 필요없다고 재차 거부하면 시선은 차가워진다. 

아니 왜, 내가 돈이 있다고 다 해줘야하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다.

어떤 영국남자는 나름 예의를 차려서 "미안하지만 저는 됐어요." 이 말만 내뱉었는데, 아주머니는 이 남자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거란 희망이 생겼는지 끈질기게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본 다른 현지인들도 저 사람은 뭔가 사주지 않을까 기대심리에 재깍 모여들었다. 말 그대로 영국남자를 뺑 둘러서. 

꾸따와 우붓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라 낯설기도 했고, 웃기기도 했고, 거부감마저 들었다. 

기 세고 텃세 부리는 현지인 아줌마들과의 부딪힘과 정반대로 아멧의 바다는 굉장히 순순했다. 나는 수영을 잘 못해서 대책없는 입수는 무서웠다. 그래서 식당에서 구명조끼를 빌려 입었다. 

호주에서 가져온 스노클링용 마스크가 좋은게 아니었어서, 몇 번이고 썼다 벗었다를 해야했지만,

여행다니면서 했던 스노클링 장소 중에 손꼽을만한 곳이었다. 

왜 사람들이 아멧에 스노클링 하러 가겠다는 나의 말에 엄지손가락을 척! 들었는지 이해가 갔다. 

아멧의 바닷물은 정말 깨끗했다. 다양한 물고기도 많고, 예쁜 산호를 깊은 잠수를 하지 않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바다 아래에 있는 사원을 볼 수 있어서 색다른 기분을 들게 했다. 

수중카메라가 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길 정도였다. 

이 해변은 첫날 숙소 앞의 자갈밭 바다보다 10000배는 더 고운 모래사장이어서 걷는데 불편함은 없었다. 다만 무지 뜨거워서 발이 데인 것처럼 걸어야했다.  

바닷속은 예뻤지만... 바다와 잘 친하지 않은 나는 선베드에 누워 멍때리는 시간이 스노클링을 하는 시간보다 훨씬 길었다.

그냥... 가만히 바다를 보는 것도 좋았다. 

이 날 낮에 찍은 사진은 달랑 이 사진 한 장. 그저 멍 때리기만 했다. 태양에 일렁이는 바닷물과 파랗게 그어진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스쿠터에 기름을 많이 넣었기에 다른 해변가로 이동해도 됐었지만 날씨도 덥고 귀찮아서 그냥 한 곳에 쭈~욱 있었다. 부지런히 돌아다니기엔 발리의 한낮은 나에게 너무 더웠으므로. 이곳에만 있었어도 충분히 만족했으므로... 


저녁은 바닷가에 있는 식당에서 간단히 해결했다. 구글맵으로 찾은 식당인데, 평이 나쁘지 않아 찾아와봤다. 맛은 그저 그랬다. 해가 지면서 대기 중을 수 놓은 핑크색과 보라색의 그라데이션 노을빛이 아름다웠다.  



#아멧에서 길리로 

길리섬으로 가는 스피드보트를 전날에 숙소 주인장으로부터 구매했다. 여행사를 알아보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귀찮았었다. 숙소 주인장이 이정도 가격이면 괜찮은 거라고 우리를 '설득'해서 그냥 샀다. 1인 250,000루피아. 좀 비싼 거 같긴 하지만 아멧에서 길리로 가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은 이 방법 밖에 없었다. 

​호주 퍼스에 있을 때, 로트네스트 섬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 큰 배를 탔음에도 섬에 도착하고 나서 1시간 동안 속이 안 좋았었다. 몸이 안 좋은 것 같아서 다시 퍼스로 돌아가고 싶었던 그 날이 떠올라, 숙소에서 주는 조식을 거의 입에도 대지 않고 쥬스만 마셨다. 

길리로 가는 관광객들을 태운 차가 숙소 앞에 도착했지만 짐을 다 실을 공간이 없어서 짐 따로, 사람 따로 이동하게 됐다. 손님을 태운 차는 어제 우리가 한나절 스노클링을 했던 바닷가에서 섰다. 설마 이곳에서 스피드보트를 탈 줄은 몰랐다. 

생각했던 것보다 짐이 조금 늦게 도착했지만 별문제는 없었다. 다만 내 캐리어를 차 안에서 내가 빼내려는데 발리 아줌마가 손대려고 해서 내가 하지 말라고 제재를 했다. 

인터넷에서 어디선가 읽은 글 때문이다. 보트 이동시 짐을 옮기는데, 현지 사람이 아무 말 없이 짐을 옮겨주고는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는 글 말이다. 

나의 제재에 아줌마는 당혹스러워했고, 이를 지켜보던 발리 아줌마들이 나를 쳐다보며 뭐라뭐라 말했다. 알아듣진 못해도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며 말투는 참 거슬리는 거였다. 나는 나대로 신경에 날이 서 있어서 얼굴에 인상이 잔뜩 찌뿌려졌다. 

스피드 보트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표를 보여주면서 리스트에 등록을 하고 바닷가 앞에 있는 오두막에 걸터 앉아 어서 배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모래사장에 깔린 커다란 보자기 위에 짐을 한데 놓았다. 길리 트라왕안 말고 길리 에어나 메노에 가는 승객들의 짐에는 따로 분홍색 끈 표시가 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길리에 가기 위해 바닷가로 모였다. 나와 내 남자친구 이외에 몇 명의 동양인이 보였는데 대화를 들어보니 그들은 모두 일본인이었다. 이외 대부분 서양인들이었다. 

보트는 생각보다 훨씬 늦게 해변가로 와서 늦게 출발했다. 이 짐들을 다 어떻게 보트로 옮기나 싶었는데, 한데 모여있던 발리 여인과 아줌마들이 짐을 하나씩 머리에 이고 보트에 있는 직원에게 전달했다. 아... 우리가 낸 250,000 루피아에는 이 사람들의 인건비도 포함되어 있는듯 보였다. 그래서 아까 내 짐에 손을 못대게 한 게 잘못된 거였나? 그래서 내가 어리석어보였나? 이유야 어찌됐든, 유난히 이 해변가의 아주머니들은 텃세가 심한 것 같다. 스피드 보트 탑승을 기다리는데 아까 나와 잠시 충돌이 있었던 아줌마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내 앞으로 유유히 지나갔었다. 뭐야 이 아줌마. 나는 애써 먼 곳을 바라보며 그녀가 투명인간인냥 무시했다. 

이제껏 여행 다닌 나라, 다녀온 해변가... 참 많은데... 이런데는 처음이다. 여기에서 스노클링의 경험이 너무 좋았어도, 여기 아줌마들 보기 싫어서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쏙 사라져버렸다. 

​안녕, 아멧!

노란색 부표 아래에 사원이 있다. 따로 보트 타고 나가지 않아도 스노클링 하기 좋은 장소.


#간밤의 베드버그 대 참사

2박을 했던 방이 환기가 잘 안되고, 덥고 습해서 잠을 잘 못 잤었는데, 어제는 물놀이를 했던터라 그나마 잠이 쉽게 들었었다. 하지만 중간에 몸이 간지러워서 깼었다. 새벽에 봤을 땐 모기에 물린 줄 알았는데.. 자고 일어나니... 이건 베드버그의 흔적들이었다. 

스피드보트 탄다고 밖에서 1시간 이상을 기다렸고.... 스피드보트는 잘 가다가 길리섬 가까이에 오니 심하게 '통, 통, 통' 거리고.

더운 열로 달아오른 내 팔뚝과 다리와 몸통은 근질거림을 넘어서 살을 떼어내고 싶은 통증으로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통통 거리는 스피드 보트에서 속이 뒤집어지지 않으려 애써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나는 길리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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