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힘내자, 청춘!

[길리여행]D+15~16, Hey, Gili 헤이, 길리! 본문

2016 발리, 길리, 태국

[길리여행]D+15~16, Hey, Gili 헤이, 길리!

Yildiz 2016. 8. 12. 21:18


길리 Gili :: 작은 섬 small island 라는 뜻

발리 여행을 생전에 할까 말까 싶었는데

발리와 더불어 길리도 여행하고 왔다.


10cm 의 노래 [Hey Billy]가 생각나던 섬.

빌리Billy, 길리Gili. 발리Bali, 길리Gili. 비슷해서 그런가.  



#길리Gili를 소개합니다! 

"스쿠버다이빙을 하고 싶다면 길리로 가는 걸 추천해."

쿠킹 클래스에서 만났던 러시아 남자애의 말에 무작정 향하게 된 길리. 

'발리'는 신혼여행지로 많이 들어봤지만 '길리'는 난생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섬 이름이었다.

발리 가이드북에는 길리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었으니, 내가 모를만 했다. 원래 여행기를 쓸 때.. 이렇게까지 안 찾아보는데..

길리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많을 테니, 구글 맵 지도 캡쳐도 하고, 나름 길리 정보를 적어보려고 한다.  

가오리 모양 같은 발리 섬의 동쪽에는 롬복이란 섬이 있다. 롬복 섬에 있는 린자니 산은 인도네시아에서 2번째로 큰 화산이라고 한다. 길리 트라왕안의 동쪽 해변에 서 있으면 길리 메노, 롬복 섬과 린자니 산을 볼 수 있다. 

발리와 롬복 사이에 있는 작은 3개의 섬을 총틀어 길리- 라고 한다. 길리'섬'이라고 굳이 할 필요가 없는게, '길리'라는 단어 자체가 '작은 섬'이란 뜻이다. 위의 지도에 빨간색으로 T라고 표시한 곳이 길리 트라왕안Gili Trawangan, M은 길리 메노Gili Meno, A는 길리 아이르Gili Air 이다. 길리 아이르Gili Air에서 Air는 인도네시아어로 물이란 뜻이다. 영어의 에어Air처럼 '공기' 라는 뜻이 아니다. 길리 아이르에는 지하에서 물이 나오는 곳이 있어서 섬 이름에 '물'이 붙여졌다. 서양사람들 때문인지 부르기 쉽게 길리 에어라고 해도 다 알아먹는다. 

길리 트라왕안은 (줄여서 길리T셋 중에 크기도 크고, 관광객들과 레저 기반이 훨씬 많다. 해변가를 따라 다이빙 스쿨을 심어놓은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모여사니 먹을 곳이 다양하게 많고, 가격 경쟁 때문에 길리 메노나 길리 아이르보다 좀 저렴하게 스쿠버 다이빙과 스노쿨링 투어를 할 수 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길리가 처음이라면 우선은, 무조건 길리T로 향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진 출처 http://www.gilibestdeal.com/

발리섬의 관광 산업이 발달하면서 길리의 관광 산업도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길리로 향하는 패스트보트 회사가 최근에는 많이 늘어난 추세다. 처음에 길리T로 갈때는 아멧Amed에서 패스트보트를 탔는데, 45분정도 걸렸다. (1인 배값 250,000루피아) 작은 배라서 통통 튀어 속이 뒤집히기 쉽다. 길리 메노에서 발리의 빠당 바이Padang Bai로 올때는 패스트보트보다 좀 큰 배를 타고 왔다. 아멧에서 패스트보트 타는 것보다 편하게 온 편이었다. (2시간 정도 소요, 1인 배값+스미냑까지 셔틀버스 이용 450,000루피아)

길리가 롬복에서 더 가깝기 때문에 롬복섬에서 비행기를 타고 발리로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길리에서 롬복 가는 배값은 정말 싸다. 다만 항구에 도착해서 롬복 공항까지 가는 시간과 비용을 잘 따져봐야한다. 공항까지 택시타고 가는데 가격이 꽤 든다고 들었다. 

롬복에서 발리가는 비행기 티켓을 싸게 구입했다면 괜찮을지 몰라도, 시간과 경비를 따져보면 길리에서 배를 타고 발리로 이동하는 게 더 좋을 수 있다. 개인의 여행 일정과 사정에 맞게 미리 길리 in & out 계획을 세워보는 것을 추천한다. 

길리T가 셋 중에 인구수가 가장 많고, 그다음 길리 아이르, 길리 메노에 인구수가 가장 적다.

길리T의 북적거림이 싫다면 길리메노에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길리T보다 조금 비싼 물가를 감안해야한다.

길리T의 T. 트라왕안Trawangan은 터널이란 뜻으로 제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인들이 만든 동굴 터널이 있는 것에서 이름을 땄다고 한다. 

길리T의 항구가 있는 쪽, 동쪽 해변에서 스노쿨링 하기 좋다. 동쪽에 다이빙 스쿨과 음식점들이 많아 편리하고, 서쪽에는 숙소가 드문드문 있는 편이다. 대신 서쪽은 동쪽보다 조용하고, 고급진 리조트들이 많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가 입을 쩍쩍! 벌려야 했다. 돈이 더 많았다면 묵고 싶은 곳들이 많았다. 

위의 사진상 왼쪽에서부터 길리 트라왕안, 길리 메노, 길리 아이르.

이곳에는 자동차, 오토바이가 없다. 그래서 공기가 깨끗한 편이다.

교통수단은 도보, 자전거, 말이 이끄는 마차- 치도모를 이용해야한다.


처음 길리에 왔을 땐, 치도모를 이용해야 하고, 울퉁불퉁한 길을 자전거로 지나가야해서 싫었었는데...

나중에 발리에 도착하고 나서는 길리가 무척 그리워졌었다.

도심에서 벗어나 한적하고, 해양 스포츠를 마음껏 즐기고 싶다면 길리를 무지막지하게 추천한다.

스쿠버 다이빙을 안하더라도, 스노쿨링만으로 아름다운 산호와 해양 생물들을 마음껏 볼 수 있다. 질리도록!


다만, 돈이 많이 들 것이므로... 지금부터 적금이라도 들어놓으시길 ㅠ_ ㅠ...

비싼 물가에도 불구하고, 추천하는 섬. 길리! Hey, Gili! 



(2016년 6월 14일 화요일)

#길리 첫 날. 깔끔한 숙소를 알아보러 다니다

아멧에서 길리 트라왕안까지 오는 스피드보트는... 좀 힘들었었다. 아멧에서 출발해서 20분 정도는 잠잠했는데, 길리에 가까워지니 파도가 좀 높아졌다. 파도의 출렁임에 통! 통! 튀어오르는 배 안에서 원치 않은 좌식 점프를 경험해야했다. 아침을 과하게 먹었다면, 아마도 토했을 것이다. 

45분의 짧은 여정을 마치고 길리 트라왕안 항구에 도착했다. 무지개색으로 한글자씩 Gili Trawangan 알파벳이 항구 오른편에 이정표처럼 세워져 있었다. 베드버그 물림의 고통과 통통거림의 찌뿌둥함을 얼굴에 한가득 품은 채 스피드 보트에서 내리는데 내 입에선 절로 탄성이 나왔다.

"물 엄청 깨끗하다!!!"

선그라스를 끼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쁜 바닷물을 보자니 아멧에서 스피드 보트를 타고 온 괴로움이 싸그리 사라졌다.

하지만 그 기분 좋음도 잠시.....

항구 앞 도로는 마차와 사람과 자전거를 탄 사람들로 정신이 없었다. 짐이 많았던 나와 남친은 치도모를 타고 숙소까지 가려다가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숙소 주인이 항구에서 숙소까지 50,000루피아를 내면 된다고 했는데, 막상 치도모 주인은 100,000루피아를 불렀다. 

그 돈이 아까웠던 우리는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금방 걸어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또르르....

꽤 걸어갔다. 한 20분 정도. 우린 굉장히 지치기 시작했다.

다행히 힘들어보이는 우리에게 '어디 가냐' 고 묻는 현지 사람들이 있어서 길을 그리 헤매지 않았어도 됐었다.

에어비앤비로 1박만 예약했던 만달리카 코타지는 가격대비 그리 나쁘지 않은 시설에도 불구하고... 이미 베드버그에 물려서 고통스러웠던 내 눈에는 또 다른 베드버그 거주지로 보였다. 방에 짐을 대충 풀고, 블로그에서 봤던 The Roast House에 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이곳에 다녀간 한국 여행자가 '로스트 하우스'가 양이 많고, 맛도 괜찮은 편이라는 평을 썼기 때문에 믿고 가도 될 것 같았다.  

아침나절 맑았던 하늘은 갑자기 흐려져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Photo by Hesher with iPhone5

Photo by Hesher with iPhone5


로스트 하우스의 주방은 길건너에 있었다. 낮이라 그런지, 아니면 비가 와서 그런지... 손님은 2층에 유럽인들 3명 밖에 없었다. 그들은 조금 이야기 하다가 대부분의 음식을 남기고 떠났다. 음식이 맛이 없었나?? 

나는 평범하게 미고렝과 아이스티를, 남친은 치즈버거를 골랐다. 고기 패티가 꽤 두꺼운 편이었고 소문대로 양도 많았다. 그리고 또 소문대로 음식의 기본 간이 짰다.  

길리에는 이슬람 사원이 있다. 발리는 힌두교를 믿는 사람이 많다면, 길리는 주로 이슬람을 믿는다. 여자들이 천으로 머리카락을 가리고, 팔과 다리는 가리는 긴 옷을 입는 게 눈에 띄었다. 

음식을 더 시키라, 말라 귀찮게 하는 직원도 없는, 2층. 우리는 천천히 배를 채웠다. 어디서 나타난 고양이인지, 우리에게 다가와 부비적 댔다.

낮잠 시간인지 내 의자 뒤에 있던 빈 화분에 들어가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비가 어느 정도 그치기를 기다려서 식당을 나왔다. 만달리카 코타지가 마음에 안들었던 나는, 다른 숙소로 옮길 계획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가 숙소 여기저기를 기웃거려 보았다. 

해변과 가까운 숙소는 스쿠버 다이빙 스쿨과 겸하는 곳이 많았고, 안쪽으로 들어오면 홈스테이하는 집이 눈에 띄었다. 허름한 곳은 가격이 싼데, 거기에서 하룻밤 잤다가는 베드버그에 더 물릴 것 같았다. 자전거를 타고 골목 골목을 누비다가 만달리카 코타쥬와 가까운 곳에서 본 부티끄 호텔에 가보았다. 호텔 방 수도 많고 깔끔해보였지만, 직원이 우리에게 보여준 10만원 짜리 방은 뭔가 부족해보였다. 깔끔하긴 했지만, 10만원에 자기에는 속는 기분이었다. 근처의 방갈로에도 가보고 했지만 대부분의 방갈로들이 축축한 기분이었으므로 왠지 꺼려졌다.

만달리카에서 더 위로 올라가서 야자수 나무가 많은 한적한 곳에 Gili Palm Resort를 발견했다. 숙소 한 가운데 풀장이 있고, 양 옆으로 방들이 있었다. 깔끔해 보였고, 다른 숙소의 방들보다 덜 습해보였다. 직원은 우리에게 하룻밤 500,000루피아 (약 5만원)을 제안했다. 그나마 지금껏 돌아봤던 숙소보다 좋아보였고, 와이파이도 잘되는 것 같아서 우리는 고민 끝에 내일 이곳으로 옮기고자 했다.

착한 주인은 우리를 믿는다며 디파짓을 걸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내일 보자며 인사를 한 후, 만달리카 숙소로 돌아와서는 바다로 향했다. 

베드버그가 내 양 팔과 다리와 몸통을 신나게 물었어서... 내 몸을 바닷물에 식히고 싶었다. 


그날 밤. 몸이 간지럽고 고통스러워서 1시간도 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냉장고에 있는 음료수 캔을 꺼내서 벌레 물린 데에 대고 냉찜질을 했다. 오후에 봤던 팜 리조트가 정말 벌레가 없을까 싶어 걱정이 되서, 거기보다 더 비싸고 좋은 숙소를 밤새 찾았다. 그 중에 마음에 들었던 곳은 빌라 네로Villa Nero. 해가 뜨고 남친이 일어나면, 같이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어서 아침이 오길 기다렸다. 


(2016년 6월 15일 수요일)
#베드버그 때문에 너무 고통스러워서 엉엉 울었던 날 

Photo by Hesher with iPhone5


빌라 네로의 근사한 방에 짐을 풀고, 스노클링 스팟을 찾아 자전거를 타고 해변으로 나왔다. 스노클링은 마스크만 있으면 문제 없을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길리T의 모래사장에는 고운 모래도 있지만 산호가 부서진 것들도 많았다. 그래서 바닷물에 들어갈 때 발바닥이 산호 부스러기 때문에 너무 아파서 오리발 없이는 깊이 들어가기 무서웠다. 나보다 수영을 잘하는 남친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혼자 다녀오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오리발과 구명조끼 없이 깊은 물에 들어가는게 겁이 났다. 

빈약한 만달리카의 조식 때문에 우리는 잠깐의 물놀이 후 근처 식당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남자친구는 샌드위치를 시켜서 맛있게 먹었다. 나는 아름다운 해변과 즐겁게 여유를 부리는 다른 여행자들과 내 처지가 비교가 되어 왠지 모르게 슬펐다. 베드버그 물린 곳은 내 몸이 열로 달아오를 수록 더 고통스러웠다. 

이 비싼 여행지에 와서... 벌레에 물려 고생하다니. 내 팔에 난 벌레 물린 상처를 남에게 보여주기가 부끄러웠다. 누가 보면 피부병에 걸린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샌드위치 좀 먹어보라는 남자친구의 말은 귓등으로 흘린 채, 테이블에 엎드려서 울기 시작했다. 억울했다. 벌레에 물린 것도, 더운 곳에서 긴 팔을 입으며 벌레의 흔적을 가려야 했던 것도, 이 더운 날씨도, 나 말고 즐거워 보이는 길리의 공기와 사람들도. 


숙소로 돌아와서 잠시 쉬다가 자전거를 타고 길리 트라왕안 섬 서쪽으로 가보았다. 동쪽 해변에 많은 음식점과 숙소에 있는 것과 반대로 서쪽으로 향하는 길에는 야자수 나무가 제일 많았다. 간혹 모래가 많이 쌓여있는 길에서는 자전거에서 내려서 걸어가고, 모래가 별로 없는 길에서 자전거 타기를 반복했다. 

길리의 가장 빠른 교통수단(?) 치도모 Cidomo.


간간이 반대편에서 오는 치도모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여행객들을 마주쳤다. 자전거라도 있었으니 망정이지, 이 날씨에 걸어서 서쪽 해변까지 갔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았다. 서쪽 해변의 까페와 바는 동쪽에 비해 여유로워 보였다. 꽤 좋아보이는 숙소도 많았지만, 아무래도 동쪽에 음식점들도 많고 편리 시설이 많아서 이쪽으로 옮기면 조금 불편할 것 같았다. 특히 밤 늦게 숙소로 돌아오게 된다면, 어두워서 자전거 타기 힘들 것 같았다. 

그리고 서쪽 해변은 편히 빈백에 앉아서 먹고 마시고, 쉬는 분위기이지, 스노클링을 하는 바다처럼 보이지 않았다. 스노클링을 마음껏 하기 위해선 동쪽 해변과 가까운 곳에 있는게 제일 좋아보였다. 

#길리 트라왕안의 맛집, The Thai Garden 

타이 가든은 빌라 네로와 가까운 위치에 있다. 더 로스트 하우스는 남쪽으로 더 내려가서 해변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

전날에 만달리카 코타지에서 제대로 잠 못잔것도 서러운데... 감기기운까지 묘하게 달고 빌라 네로로 왔다. 감기가 더 심해지기 전에 좋은 음식을 먹고, 이 기분 나쁜 기운을 떨치고 싶었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 길리T의 추천 식당으로 '더 타이 가든'이 상위에 있었다. 평가도 꽤 좋은 편이었고,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았다. 남자친구에게 오늘 저녁은 태국 음식이 먹고 싶다고 졸랐다. 타이 가든은 빌라 네로에서 자전거 타고 5분 안에 가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나는 똠양꿍을, 남자친구는 태국식 볶음밥을 고르고, 파파야 샐러드도 시켰다. 파파야 샐러드의 매운 강도를 낮추지 않았더니- 먹으면 먹을 수록 꽤 매웠다. 

하지만 맛있는 매운 맛이었다. 똠양꿍의 맛도 좋았고, 볶음밥도 너무 맛있었다. 우리는 그릇을 깨끗하게 비워냈다. 태국에서조차 이렇게 괜찮은 태국 음식을 먹은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인도네시아 음식이 조금 질렸던 우리에게 길리T에서 '타이 가든'의 존재가 너무도 고마웠다.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과 고통- 베드버그 약을 사다 

베드버그 때문에 너무 괴로워하는 내 모습을 보고, 남친은 약국에서 약을 사보는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약 사는 것마저 귀찮았던 나는... 그래도 남친 말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약국을 찾아 나섰다. 더 로스트 하우스에 가는 길에 봤던 약국이 생각나서 먼저 그곳으로 향했다. 약국에서 직원이 보여준 연고는... 너무 작고, 쓸데없이 비쌌다. 마음에 들지 않아 구입하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이슬람 사원을 지나 병원을 지나치게 되었다. 남자친구는 이곳에 한번 물어보자고 내게 재촉했다. 24시간 영업한다고 되어 있는 허름한 병원 앞에는 사람들이 바닥에 앉아 저녁을 먹는 중이었다. 

내가 베드버그에 물려서 약을 찾고 있다고 하니, 젊은 남자가 작은 테이블이 있는 의자에 나를 앉게 했다. 긴 옷을 입은 상태여서 소매를 걷어 보여주니 약사인지- 의사인지- 그는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잠을 잘 잘수 있게 하는 알약과 상처부위에 바르는 연고를 추천해주었다. 나는 먹는 알약이 많이 필요없을 것 같아 3개 정도만 사고 싶다고 했지만 그는 원래 이정도를 팔아야하는 거라고 말했다. 할 수 없으니 우선 이 약들과 연고를 사기로 했다. 가격은 400,000루피아. 4만원이라니. 에휴.

가격에 놀라 반감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우선 약이라도 먹어볼 수밖에.

당장 지갑에 270,000루피아 밖에 없다고 하자, 젊은 남자는 괜찮다며 내일 남은 돈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 남자는 어디에서 머무냐고 우리에게 묻는 중에, 우리가 타고온 고급진 자전거가 생각났는지 '빌라 네로' 냐고 물었다. 빌라 네로 직원이 내가 벌레 물렸다는 것을 소문을 낸 것인지, 아니면 이 남자의 눈썰미가 좋은 건지 모를 노릇이었다. 

우선 있는 돈으로 약값을 치르고 인사를 하고 나왔다. 

그날 밤, 알약은 꽤 잘 통하는 것이어서 전날보다 잠을 잘 잘 수 있었다. 나는 벌레에 또 물릴 까봐 걱정되서, 남자 친구의 래쉬가드를 상의 잠옷으로, 남자친구의 비치바지를 하의로 입고 잤다. 만달리카 코타지를 떠나기 전에 무릎담요와 잠옷, 아멧에서 입은 옷들을 무릎높이보다 좀 더 낮은 쓰레기통에 한 껏 버리고 온 나였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