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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다, 방콕 본문

2008 방랑기/BKK

그립다, 방콕

Yildiz 2010. 8. 5. 00:29

일상에 치이고 치이는 와중에도
여행의 순간들은 항상 빈틈을 노리고 달려든다.

특히나 하루의 일과를 다 마치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골목길 전방 100m 에는
내가 그리워하는 풍경들이 신기루처럼 펼쳐지곤 한다.

긴 여행의 마지막 대륙이었던 동남아시아.
마음이 지치고, 몸도 지쳐서인지
아니면 사지를 축 늘어지게 만드는 더위 탓이었는지는 몰라도

그 곳에서만큼은
난 '게으른' 여행자였다.


폴 게스트 하우스 앞에 있는 가게와 골목길 터줏대감 달마시안.



사진 찍는 것도 귀찮고, 밥 먹으러 가기도 귀찮고,
누가 어디 가자해도 귀찮고,
그저 게스트하우스에서 뒹굴뒹굴.

새로움보다는
여행이 일상인 것마냥 지냈던 나날들.

그래서 그런지
오래 머물었던 곳에 대한 흔적과
그 당시 함께 했던 사람들을 담은 사진이 얼마 없다.

하도 안 찍어서
그래도 뭐라도 남겨놓고 싶어 찍은 게 바로 위의 사진...


게스트하우스 쥔장님은 잘 계시나,
혹여 다시 그 곳에 가게 된다면 전에 만났던 사람들을 우연이 다시 보게 되는 행운의 순간이 올까?
길 모퉁이에서 매일 휠체어에 앉은 채 지나가는 행인을 바라보며
따뜻하게 미소짓던 할머니는 잘 계실까.
태국어 좀 배워서 간단한 안부 인사를 전했었더라면, 기뻐하셨을텐데.

포동포동 살이 올라 건강한 점박이 개는 집 나가진 않았을까.
뭐, 항상 주인가게 앞만 서성거리며 다니니까.
어디 가진 않았을 것 같다.

다시 한번 가면 저놈 꼬리 한번 잡아보고 싶은데,
학교 앞에서 어묵꼬치, 튀킴 파는 아주머니는 아직도 장사하고 계시겠지?

발에 걷어차이는 별 것 아닌 일상같았던 여행도
돌이켜보니
다 추억이고
행복임을 깨닫게 된다.


아, 그립다.
방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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