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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0.5배속

[내 옆에 있는 사람] 사람과 사랑과 여행의 사이

Yildiz 2015. 11. 4. 15:14

 

 

#0. 시작

 

그게 벌써 3년 전 일이다.

 

이병률 시인의 여행산문집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이 출판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인터넷 서점에 미리 예약 주문을 했던 것이 2012년의 일이다.
민트색의 예쁜 표지와 달콤한 제목에 책이 좋아 몇 번 어루만져줬던 것이 생각난다. 그렇게 기다렸던 책을 서둘러 읽고, 지인에게 선물을 주고, 한 권의 책을 더 샀다. 그 책은 시인의 또 다른 여행 산문집인 [끌림] 옆에 나란히 꽂아져있다.

 

 

처음 [끌림]을 읽었던 때가 떠오른다. 그 날은 유난히 밤잠이 달아난 날이었는데, 책을 읽다보면 스스르 눈이 감기지 않을까 싶어 책장에서 집어든 것이 이병률의 [끌림]이었다. 인기가 많은 에세이집이라는 건 알았지만, 잠을 자꾸 미루게 만들면서 작가의 글에 빠져들줄은 몰랐다. 그의 감각적인 문체와 더불어 감성이 뚝뚝 묻어나오다 못해 흘러내리는 사진에 감탄과 부러움을 한 번에 느끼다보니, 새벽 잠을 자기 아쉬울 정도였다.

 

 

내 옆에 있는 사람
국내도서
저자 : 이병률
출판 : 달 201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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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 그의 새로운 여행 산문집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어서 사고 싶었지만 외국에 있는 몸이라 선뜻 사기가 망설여졌다. 이왕이면 이북보다 실물 책으로 그의 글을 읽는게 더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따라 메마른 나의 감성을 채워줄 그의 글이 무척 고파졌다. 그래서 이북을 사기로 결정했다. '전자책'이면 어떠하리, 마음에 들면 한국가서 책을 또 사면 되는 것을.

 

 

 

 

#1.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읽으면서 몇 번이고 아이패드를 손에서 놓아야 했다. 그의 글을 읽다 보니, 마음 속에 꼭꼭 숨겨두었던 나의 부끄러움과 슬픔과 외로움들이 한꺼번에 올라왔다. 시인이 힘든 일이 있었을 때, 섬에서 자전거를 탔다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사람과(혹은 사랑과) 헤어지고 난 뒤, 슬픔을 달래기 위해 라오스 남부의 섬- 시판돈의 어느 섬으로 가서 자전거를 몰았던 나의 기억이 떠올랐다. 자전거를 타면서 분에 이기지 못하고 욕설을 뱉었던 그날 오후. 사람이 진절머리 났으면서도 외딴 곳에 홀로 자전거 타고 있자니 무서워서 그 진절머리 나는 사람마저 내 옆에 있었으면- 하고 바랐던 그 날의 오후.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때는 왜 그랬을까- 스멀 스멀 올라오는 민망함을 속으로 삼키며 헛웃음을 지어보았다.

 

 

 

 

#2. "그녀는 그곳에 다녀간 것일까"

 

시인의 사랑이야기 뿐 아니라, 시인이 만난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그 주인공인냥 가슴앓이를 해야했다.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은 남자의 이야기를 읽고는 더 이상의 책장을 넘기기 힘들었다. 시각장애인 안마사를 인터뷰 하러 갔던 시인은 그가 많이 사랑했던 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안마사는 사고 이후, 그 여자에게 미안한 마음에 잠적을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시인이 '그 여자가 이곳에 다녀갔을 수도 있잖아요?' 라는 질문을 불쑥 던졌고, 안마를 하고 있던 그의 몸에선 힘이 빠졌다.

 

시인의 안타까움이 번져있는 글을 읽으면서 코 끝이 찡해졌다. 그리고 이야기장의 제목처럼 스스로에게 물었다. 궁금해졌다.

 

'그녀는 그곳에 다녀간 것일까'

 

 

 

 

#3. "그나저나 당신은 무엇을 좋아했습니까"

 

 

 

... 그리하여 나는 그 저녁에 무슨 생각인가로 간절해져서 내가 원하는 것과 갖고 싶은 것들과 내가 바라는 것들과 내가 잊은 것들에 대해 하나하나 적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 병에 붙은 상표 하나를 완벽하게 떼어내고 그 감동으로 잠을 잘 수 없을 것.

- 바다에서 돌고래떼를 만나면 어떻게 인사할 것인지 알아둘 것.

 

(...중략)

 

 

- 이병률, [내 옆에 있는 사람] 중에서

 

 

 

 

 

#4. "지금 어느 계절을 살고 있습니까" 

 

 

 

... 일 년에 네 번 바뀌는 계절뿐만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저마다 계절이 도착하고 계절이 떠나기도 한다. 나에게는 가을이 왔는데 당신은 봄을 벗어나는 중일 수도 있다.

 

.. 그러니 '당신은 지금 어떤 계절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지금 어떤 계절을 어떻게 살고 있다고 술술 답하는 상태에 있으면 좋겠다. 적어도 계절은 지금 우리가 어디에 와 있는지를, 어디를 살고 있는지를 조금 많이 알게 해주니까.

 

- 이병률, [내 옆에 있는 사람] 중에서

 

 

 

 

 

#5. 사람과 사랑과 여행의 사이

 

   

 

..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생길수록 살고자 하는 길의 방향이 더 선명해지고, 살아가야 할 이유 또한 명백해지니 나는 그저 그것이 고맙다.

 

 

그 사람은 자기 인생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가진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자기 인생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갖는 것, 그건 여행이 사람을 자라게 하기 때문이야.

 

 

...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왜 그 사람이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내가 얼만큼의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라는 것을요.

 

 

- 이병률, [내 옆에 있는 사람] 중에서

 

 

 

이병률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해본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느 계절을 보내고 있고, 무엇을 좋아했던 사람인지를.

나는 어떤 여행을 해왔고, 내 사람들에게 있어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수면 아래 감춰두었던 기억들이 슬그머니 떠올라 부끄럽기도, 후회스럽기도, 즐겁기도 하다. 그동안 내가 채워온 사람과 사랑과 여행의 사이, 그 순간들이 과거로 남아 추억거리가 되고, 살아갈 힘이 되기도 하며, 남은 생의 동안 계속해서 채워가야할 의무로 명명된다.

 

 

살아남아 살아있기 때문에 사람 사이를 누비고,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여행을 하며 한 뼘 자라나는 것이라고 시인이 말한다. 인생의 겨울을 지나고 있는 내게 봄 햇살처럼 다가온 책, [내 옆에 있는 사람]

 

내 옆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끌림 +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패키지 (전2권)
국내도서
저자 : 이병률
출판 : 달 201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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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에 있는 사람
국내도서
저자 : 이병률
출판 : 달 201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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