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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워홀]D+393~399, 매일이 홀리데이 본문

14-15 호주 워킹홀리데이 /Second

[호주 워홀]D+393~399, 매일이 홀리데이

Yildiz 2015. 9. 20. 15:20

 

 

 

 

 

일을 그만 두고 보내는 일상은 비슷비슷하다.

먹기, 씻기, 빈둥대기, 요가, 또 먹기, 자기.

 

단조로운 생활 속에서 미래에 대해 골몰하기엔

장미빛 화려함보다

잿빛의 초라함이 돋보이니까...

 

예언하기 힘든 미래는

그저 시간에 맡겨두는 것으로.

 

그냥저냥한 나의 멜랑꼬리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계획에도 없던 비누를 샀다.

 

장미 비누. 태어나서 처음 사본다.

 

한 밤에 불청객처럼 방으로 새어 들어오는

음식 냄새를 내쫓을 때, 부적처럼

베개 밑에 두고 잤다.

 

'아로마테라피'. 라 칭하면 되려나.

 

 

 

 

(2015년 9월 12일 토요일)

 

#2016년의 계획을 세우다

 

그런 때가 있는 것 같다. 내가 무얼 해야 좋은 거고,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것인지 분간이 안되는 시간.

 

얼마 전, 어떤 칼럼리스트가 이런 표현을 썼었다.

 

"개와 늑대의 시간"

 

  새벽이나 해 질 녘. 저 멀리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을 일컬어 '개와 늑대의 시간' 이라고 한다. 적과 동지를,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기 힘든 모호한 시간이다. 그런 시간을 잘 통과하는 방법은 개인지 늑대인지 분명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애매모호함을 견디는 것이다.

 

  - 한겨레 이명수 칼럼, [개와 늑대의 시간] (2015.8.11)

 

 

  호주에서 지내는 시간들이 내게 그렇다. 애매모호한 시간들을 견뎌내야하는 때가 많다. 공장에 캐주얼 워커로 등록이 되어 있어도 시프트를 얼마 받지 못해 집에서 시간을 보냈던 때와 잡 에이전시에서 연락이 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때-

내 마음은 일하고 싶은 욕구와 돈의 노예 근성 레벨이 높지만, 외부 조건이나 환경이 뜻대로 잘 풀리지 않는 때가, working 과 holiday의 반반의 비율을 차지해가고 있다.

 

호주에서 생활비와 급여는 주로 '월' 단위가 아닌 '주' 단위라서, 매일 일할 수만 있다면 먹고 자고 놀기에는 돈의 순환이 빠른 편이다. 집을 렌트하는 거나, 쉐어하우스에서 지내는 비용을 내는 것도 '주' 단위이기 때문에 일하지 않으면 '주거' 환경 보장이 위태로울 수 있게 된다.

 

작년만 하더라도 일이 안 구해지고, 통장의 잔고가 얼마 없을 때에는 많이 불안해하고 걱정했었는데, 하도 그런 경우를 겪다보니 면역이 되었나보다. 기대하는 대로 일이 풀어지면 땡큐 베리 감사고, 안되면... 그때 가서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 밖에.

 

요즘 요가학원을 성실하게 다니고 있는 남친과 나는 호주에서 어느 정도 돈을 모아서 내년에 발리에 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시기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이번달이나 다음달 초 즈음 샐러드 공장에 들어가게 되면 6개월동안 일하고, 그 일이 끝나면 4월 초에 호주 생활을 완전히 정리하고 발리로 떠나기로 정했다. 물론, 샐러드 공장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나, 일을 끝내는 것이나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하지만 6개월 정도를 호주에서 보내는 마지노선 시간으로 잡았다.

 

이렇게 미리 계획을 세우는 이유는 바로... 에어아시아 프로모션 기간이기 때문이다. 13일 일요일까지 행사기간이라서 마감 하루 전날인 토요일, 오늘에야 일정에 대해서 고심하기 시작했다.  

 

 

 

 

 

호주에 왔으니, 호주에서 유명한 관광지를 가볼 만 한데, 남친이나 나나 둘다 그닥 호기심이 동하지 않고, 덤덤한 상태다. 오히려 서호주와 발리가 가까우니 이때 꼭 가야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데다가, 발리에 유명한 요가스쿨이 있다는 걸 알게 되자 우리의 발리 여행 목표는 '요가'가 1순위가 되었다.

 

발리 입국시 30일간 지낼 수 있는 비자가 무료로 인정됐다고는 하나, 관광비자라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되자 발리에서 60일을 지내다가 태국으로 가서 스쿠버다이빙을 하기로 정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인도네시아 비자 연장이 까다롭다고 한다. 호주에서 관광비자를 미리 받아가야겠다. 

 

퍼스에서 발리까지 프로모션 가격이 호주 달러로 119불. 발리에서 방콕 돈므앙 공항까지 미국 달러로 70불 정도. 프로모션 가격이라 환불은 안되지만 날짜 변경은 할 수 있다. 물론 수수료와 추가 비용을 더 내야한다.

 

 

2016년의 계획을 세우다 보니, 내가 지금 살고 있는 2015년이란 숫자가 벌써 과거가 되어버린듯한 기분이 든다. 내게 있어 2015년이 애매모호함을 견뎌야하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면, 2016년은 태양이 한낮에 지글지글 타오르며 온 세상을 비추며 웃는, 타로카드에서 볼 수 있는 'Sun'카드의 시간일 것 같다.

 

 

 

(2015년 9월 14일 월요일)

 

#드디어 들어온 본드비!! BUT....

 

Bond disposal form 을 작성해서 부동산에 낸지 1주일이 지났는데도 소식이 없었다. 매리 아줌마에게 다시 전화를 해야하나, 어쩌나 찜찜해하던 날들을 지났더니. 어느덧 본드비가 계좌로 '떡!~' 하니 들어와있다.

 

드디어!! 부동산 계약으로부터 해방이 됐구나!! 더이상 골머리 썩지 않겠다 싶었지만...

잊고 있는게 있다...!!!

 

처음 집을 렌트했을 때, 열쇠를 바꿨다며 우리더러 스패어 키를 복사하라고 했었다. 비용은 영수증을 가져오면 돈을 준다고 했는데.... 한 달 전에 매리 아줌마에게 영수증을 보여주고, 아주머니가 영수증 복사에 우리 통장 계좌번호까지 다 적었드만.

 

아직까지 보내주지 않았다!! 아니 왜, 24불 밖에 안하는데 안 보내주시나요??

라고 엄청 따지고 싶지만...

 

우선 아주머니께 메일로 확인해달라고 보냈다. 부동산에 전화하는 것도 지긋지긋하다... 하지만 24불. 적은 돈이라고 해서 포기할 수 없으니. 꼭 받아내고 호주를 떠야지. 암.

 

 

 

 

(2015년 9월 18일 금요일)

 

#금요일 나들이 to Hillarys

 

 

지난 주 수요일, 일을 그만 두고 나서 1주일 밖에 안 지났는데 오래전 일처럼 여겨지는 건 뭘까. 돈에 얽매여 일하는 노예가 아닌, 하루 온 종일 나만의 자유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영혼은 또 다시 '돈' 타령을 부른다. 돈, 돈, 돈.

 

돈 없으면 살기 힘든 자본주의 세상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인지라, 또 그 노예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 애증과 변덕이란.

 

오늘은 일상의 습관에서 조금 벗어나 한번도 안 가본 곳에 가기로 했다. 번버리에 지낼 때 매일 낚시를 하던 남친은 퍼스에 와서 딱 한번, 프리맨틀에서 낚시대를 던져보았다. 그것도 벌써 한 달 전의 일이다.

 

아침 늦잠을 자는 걸 좋아하는 남친을 들들 볶아서, 밖으로 나왔다.  

 

 

 

 

 

화창한 날이지만 바람이 꽤 불어 파도가 쎘다. 그래서 바다 가까이 가기보다는 먼저 상점을 둘러보기로 했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이 많았다. 까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해있어, 거리엔 맛있는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익숙한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여럿 보였다. 서브웨이, 돔, 아이스크림 가게, 스시 가게 등등... 멀리서 빨간 색 동그라미 Grill'd 간판을 발견하곤, 냉큼 들어와 주문을 했다. 아침에 라이스 페이퍼를 5개나 말아서 준비해왔지만, 그릴드에서 이글배이 맥주, 감자칩, Summer set이란 비프버거 하나씩만으로 우리 둘은 배가 가득 차버렸다.  

 

 

 

그릴드는 지역의 노인, 아이들 등 커뮤니티에 기부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스태프가 토큰 하나를 주어서 세 개 통 중 한 곳에 넣었다.

 

 

 

사람은 2명인데, 버거를 하나만 시킨 걸 알게 된 서빙 직원이 고맙게도 접시를 하나 더 가져다 주었다.

 

 

 

빵도 맛있고, 패티도 맛있고, 소스도... ㅠ_ ㅠ. 그러고보니, 거의 한 달만의 외식이다. 이글 배이 맥주 마시러 그릴드 오는 거나 마찬가지지만! 만족스러운 한 끼 식사였다.  

 

 

그릴드를 나와서 상가를 주욱 둘러보다가, 낚시 할만한 곳을 찾아서 왔다.

 

 

 

 

 

남친은 낚시를 하고, 나는 의자에 앉아서 투닷 게임을 하고 =_  =;;

 

 

 

 

한국에 있었으면, 스타벅스나 동네 까페 의자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을텐데... 호주에 와서는 굳이 까페를 찾아가지 않는다.  

커피 사먹는 돈이 아까워서 집에서 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를 만들어먹고, 광합성하기에 좋은 공원과 자연이 널려있어 휴대용 의자나 돗자리만 있으면 나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다.

 

이 호기로운 시간도 머지 않아 끝나겠지... 어서 끝나서 돈을 벌어야 발리가서 잘 먹고 잘 지낼텐데.

조금은, 아주 조금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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