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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워홀]D+371~374, 나이키 운동화는 시시하다 본문

14-15 호주 워킹홀리데이 /Second

[호주 워홀]D+371~374, 나이키 운동화는 시시하다

Yildiz 2015. 8. 26. 00:17

 

 

 

 

 

  매 순간 시간이 흐르고, 나이도 먹어가는데

 

한국을 떠나 호주의 길거리를 누비는 신발,

너 마저 색깔이 바래지고

촌스러워질 줄이야.

 

그러게. 세월을 이겨내는 건 많지 않구나.

 

뒷꿈치가 자주 벗겨지는 양말도.

호주 와서도 고생이 많다. 암.

 

A sunny sunday @ Kings park, Perth, WA, Aug, 2015

 

 

 

 

(2015년 8월 21일 금요일)

 

#The Third day at work :: 우리는 늘 최선을 다하고 있는거야.

 

 

남자친구를 데려오라는 보스와 슈바(슈퍼바이저, 즉 감독관의 줄임말)의 말에 전날 밤 ,잠 못 들어 뒤척인 사람은 당사자 '남자친구' 가 아닌 '나'였다. 남친이 일에 맞지 않아서, 혹여 사람들과 문제가 생겨서, 보스와 슈바의 마음에 들지 않아서 "와줘서 고마워. 미안하지만 이 일과 안 맞는 것 같아." 웃으면서 악수를 청하지는 않을까. 괜한 걱정이 들어 남자친구보다 늦게 잠이 들었다.

 

남자친구를 데려가면 내가 직접 소개를 시켜줘야하나 싶었던 출근시간이었지만, 슈바와 보스는 바쁜 일정에 워커들을 재촉하고, 들어온지 얼마 안된 워커들은 쫓기듯 일을 해야만 했다. (나를 포함한 4명은 일한 지 2-3일 밖에 안됐다. 팩킹룸에서 일하는 워커들은 현재 총 8명. 가끔 보스가 도와주러 온다.)

 

남친은 새로운 환경이 낯설었던지 일하는 내내, 그리 즐거워보이지 않았다. 무슨 생각하면서 일했을까? 남친이 스스로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말도 걸고 하면 좋았을텐데... 아니면 내가 소개라도 해줬어야 했는데.... 싶었던 아쉬운 하루였다.

 

사실, 보스는 남친을 데려와 일하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던데... '친한 사이이니 같이 일하게 해달라.' 이렇게 부탁한 경우는 이 공장에서 별로 없었던 걸까? (하지만 호주에서 일 구하는 것은 단순히 경력 뿐 아니라 인맥도 중요한 것 같다. "누가 그만 뒀는데, 혹시 네 친구 있으면 데려와라." 이렇게 부탁하는 슈바도 있으니까. )

 

이 공장에서 3일째 일한 거지만, 제일 바쁘게 그리고 늦게까지 일했다. 아직 다뤄보지 않은 제품들이 많은데, 차차 배워가겠지.

 

남자친구 일하는 거에 신경이 곤두서기도 하고, 어제 새로 온 호주 사람이 내 신경을 건들기도 해서 몸도 지치고 정신도 피곤한 날이다. 호주사람 - (J 라고 일컫겠다. ) J가 살라미 포장 비닐이 테이블 아래 박스에 있다고 '말'을 해준게 아니라 팔꿈치로 내 팔을 치면서 얘기했다.

 

"어라, 난 박스에 비닐백이 있는지 몰랐어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다음부터는 팔꿈치를 치지 말아줬으면 해요."

 

라고.... 돌려 말하기라도 하면 좋았을텐데.

제때 반응하지 않고 혼자 속으로 기분 나쁘다고 씩씩대니깐 내 힘만 빠져나간다.

 

나의 기대만큼 일에 적응하지 못하는 남친이며, 예상밖의 제스처를 보이는 J를 곱씹으며 퇴근 후의 시간을 보내다가, 안되겠다 싶어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사실 우린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니까... 내 기대와 생각과 다르다고 너무 몰아세우지는 말자."

 

 

복지며, 근무환경이며 정말 좋았던 공장에서 일하다가 조그만 공장에 왔으니 당연히 적응이 필요한 남친.

"예!!, 내가 드디어 일을 구했다!!!."라며 좋아하던 J.

 

이 공장에서라도 일을 할 수 있는게 좋은 기회라고 여기는 나.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라, 매일매일, 매순간 배우고, 나와 다른 타인에 대해 이해를 넓혀가는 것. 그런 타인을 존중하며, 나 또한 존중하며 대우하는 것.

 

책으로 읽으며 끄덕이는 것들이지만, 매일 연습해야만 내 것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매일의 연습. 죽을 때까지 연습과 연습.  

 

 

 

   

(2015년 8월 23일 일요일)

 

#퍼스 시내 나들이 :: 나이키 운동화는 시시하다.

 

 

내 남자친구는 고가품을 사는데 신중하다. 운동화가 고가품이라고 하면... 꼭 그렇지는 않지만 그가 보고 있는 제품이 나이키 신상품이라 비싸다. 15만원정도 한다. 그동안 쇼핑센터에 있는 신발 가게에 몇 번이고 들어갔다 나왔는지 모르겠다. 덩달아 같이 들어간 나는 모든게 '거기서 거기' 처럼 보여서 쇼핑하는게 지루하고 힘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꼭 사고 말겠다. 다짐하며 찾아간 퍼스 시내인데.

남친이 사려고 한 신발이 인기가 넘 많았던지, 그에게 맞는 사이즈는 디스플레이된 것 하나만 남아있었다. 십만원이 넘는 신발인데... 샘플용 신발을 제 값을 주고 사기는 건 현명한 소비가 되지 못하겠지. 결국엔 신발사기 실패.

 

남자친구는 나도 새 신발이 필요하니 사주고 싶다며, 마음에 드는 것 없냐고 재촉했지만 난 극구 사양했다.

 

주5일 (때론 dayoff를 받겠지만) 시간당 공장에서 일하는 신세에, 무슨 좋은 신발이 필요하며, 화려하게 치장을 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인지 비싼 것들을 사서, 옷을 입고, 나를 꾸미는게 귀찮게 느끼는 요즘이다. 무언가를 사기 위해서 내가 몇 시간을 더 일해야하나 계산을 하다보니 쇼핑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래도 오늘은 특별한 날이잖아."

 

오늘. 남자친구와 사귄지 2년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우리 둘은 기념일을 그닥 챙기지 않는다. 그래도 기억은 하고 있었다.

 

"하루 일을 해야 $100이 넘는 운동화를 사는 거잖아."

 

내가 회의적으로 답하자 남친은,

 

"하루 일을 해서 그걸 살 수 있는게 어디야? 한국에서 사면 더 비쌀거야."

 

그렇다. 한국 최저임금이 6천원도 안되던가. (검색해보니 2015년 5,580원, 2016년 6,030원) 

호주 최저임금은 $16.87(약 14,500원) 인데 지금 일하는 공장 시급은 $22.6 이다. 그러니 하루 7시간 일한다고 하면 $158.2 로 나이키 운동화를 충분히 살 수 있는 돈이다. (참, 이 돈을 다 받는 것은 아니다. 일정부분 택스가 빠진 채로 주급을 받는다. 월급이 아니라 주마다 받는 급여, 주급.)

 

이렇게 시급을 가지고 물건의 가치를 헤아려보니, 물건을 보는 시각이 바뀌게 되는 것 같다.

공장에서 힘들게 일해서 버는 돈. 그 돈만큼 나이키 운동화가 값진 것이냐고 하면 지금의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물론, 운동을 할 때 웬만하면 스포츠웨어를 선호하니 좋은 것을 사려고 하는 편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소비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대신 먹는 것에는 아낌없이 쓴다... 심하게... )

 

비싼 운동화를 살 바엔 차라리 바닷가에 가서 느긋하게 쉬고 싶다. 온전히 내 시간을 갖고 쉴 수 있는 것. 그것이 내겐 나이키 운동화보다 더 간절한 희망사항이다.

 

나중엔 어떻게 변할지 몰라도....

 

지금의 나에게, 나이키 운동화는 시.시.하.다.

 

 

 

 

 

킹스파크에 크리스피 도넛과 스시롤 박스를 들고 갔다. 해가 구름 뒤에 있을 때는 쌀쌀하게 느껴지는데, 해가 찬란히 타오르면, 검정색 외투가 타들어가는 기분이 들 정도로 햇살이 따갑다. 이렇게 여름이 오는 구나.

 

이번주는 특히 비가 많이 내리고 흐렸었는데, 이렇게 맑고 화창한 날. 더군다나 일요일이니. 참 좋았다.

   

 

 

 

 

  A sunny sunday @ Kings park, Perth, WA, Aug, 2015

 

 

 

 

  #스쿠폰Scoopon :: 호주인들이 쓰는 쿠폰앱.

 

 

 

 

 

 

스쿠폰Scoopon.

 

이곳에 바리스타 과정이 올라와있다고 해서 어플을 다운받았다.

 

요가나 헬스클럽 등록하는 것도 쿠폰을 이용하면 싸게 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막상 이런 어플을 찾아보는 것은 처음이다.

 

 

 

 

 

  쇼핑, 지역, 여행 이렇게 세 분류로 나눠져있는데,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어떤 유용한 쿠폰이 있는지 살펴보다가

10월에 Food&Wine 엑스포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50%이상 할인한 가격으로 남자친구와 내 것. 2개를 바로 구매했다.

 

 

 

 

 

요가 쿠폰도 올라와있었는데 집에서 30분정도 차 타고 가야하는 먼 곳이라 포기. 폴 댄스도 있던데... 감히 도전하기가 쑥스러워서... 용기가 생기면 나중에 해봐야지. =ㅅ =;;;

 

치약이나 칫솔을 마트에서 낱개로 사면 꽤 비싼 편인데, 스쿠폰에 잘 찾아보면 12팩에 13불 정도 하거나 싸게 판다. 유용하게 써먹어야겠다.

 

(이보다 더 좋은게 있으면 알려주세요~~!!! 알고 싶습니다=ㅠ =!!)

 

 

 

 

(2015년 8월 24일 월요일)

   

#아~! 운동하고 싶다!

 

 

늦잠 자고 싶은 월요일 아침. 역시, 사람은 뒤늦은 후회한다.

그동안 백수로 지내면서 늦잠을 자던 것이 얼마나 달콤한 휴식이었던가.

 

이 곳 퍼스의 일출 시간이 빨라진 것 같다. 저번주에 비해 같은 시간대에 더 밝아진 하늘을 볼 수 있다. 이제 서서히 여름이 오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무슨 일을 할까나.

 

막상 공장 안에 들어가면, 오늘 어떤 제품이 물량이 어느 정도고 언제까지 끝내는 것이 목표인지.... 이런 정보를 알 수가 없다. 그저 보스와 슈바만 선지식으로 알고 있고, 그들의 지시를 따를 뿐이다.

 

오늘은 베이컨 포장하는 데 일손을 도왔다. 남자친구는 베이컨이 진공포장되어 나오면 박스에 넣고 라벨도 붙이고 하는 작업을 했다. 베이컨 2.5kg을 진공포장하는 것이었다. 남친은 거기다 그걸 박스에 넣어 포장했으니... 엄청 힘들었을 것이다. 더 힘들었을 사람은 워커 M이었을 거다.

 

베이컨 덩어리가 기계에 들어가기 전 모양을 오늘 처음 보았다. 형체는 거의 무슨 라텍스 베개처럼 큰 데, 그게 정말 무거웠다..... 내 팔 힘으로는 낑낑대야할 정도였다. ㅠㅠ

 

하루 종일 베이컨.. 만 했다. 거의 7시간 넘게 일했다.

그 시간 동안 반복되는 동작을 주로 해서 어깨가 뭉치고, 팔목이 시큰거리기도하다. 남자친구는 무거운 상자를 들고, 허리를 굽혔어서 뻐근하다고 한다.

 

남자친구가 말했다.

"일하면서 잡생각 좀 했는데, 요가를 하긴 해야겠어."

 

공장일 시작하고 나서부터, 필라테스나 요가를 해서 몸을 풀어줘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구글맵으로 집 근처의 요가원이나 헬스클럽, 필라테스 하는 곳을 찾아보면서 남자친구한테 같이 하자고 제안했는데, 남자친구도 스스로 그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검색엔진 보다는 요즘 구글맵을 주로 이용한다. 정말 안 좋은 곳은 업체에 리뷰를 써놓는 사람들이 있어서 선택에 있어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웹사이트까지 연결되어 있는 곳도 많아서 편리하다.

 

내일 일이 끝나면, 퍼스 시내에 있는 요가학원에 가서 문의를 해야겠다. 홈페이지를 보니 첫 등록하는 수강생에게 할인해주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정말 좋은 기회일 것 같다.

 

하루라도 빨리 요가를 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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