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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ma] 내가 니 엄마다, 얘야. 이리온. 본문

소소한 일상/영화수다

[Mama] 내가 니 엄마다, 얘야. 이리온.

Yildiz 2017. 3. 9. 23:30

 

 (2015년 8월에 쓰고, 2017년 3월에 포스팅)

 

영화를 잘 보지 않는 요즘. 최근 이사온 집에 와이파이가 빵빵하게 잘 터져서 아이패드로 다음tv팟에 들어가봤다. 고화질 방의 채팅창이 소란스러울때는 영상이 좀 끊기는데 저화질의 영상을 볼 때는 외국에서 인터넷 쓰는 것 치곤 잘 진행되었다.

 

여러 방송 중 공포영화를 클릭했다가 [마마Mama] 를 보게 되었다. 앞부분을 조금 놓치긴 했지만, 이야기의 전개가 너무도 궁금해서 끝까지 보게 되었다.

 

 

 

안드레스 무시에티(Andres Muschietti) 감독, 각본. 2013년 제33회 판타스포르토국제영화제 국제판타지부문 작품상, 감독상, 제20회 제라르메 국제판타스틱영화제 최우수상 등을 받음.

 

 

제목이 "마마". 이 영화는 모성애를 다룬 영화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생각도 정리할 겸 이렇게 끄적여본다. 스포일러가 있으니, 영화 결말을 알고 싶지 않는 분은 여기서 뒤로가기 버튼을 누르는 것을 추천드린다.

 

대강의 내용은 이렇다. 5년 전, 한 아버지가 별거 중인 아내와 사업 파트너를 죽이고, 두 아이 (빅토리아 3살, 릴리 1살)를 데리고 운전하다가 차가 고장이 났다. 근처 숲속의 오두막 집에서 그는 자신도 죽고 아이들도 죽이려 했지만, 되려 그가 죽고 아이들은 살아남는다. 5년 후 발견된 아이들은 아버지의 동생- 삼촌과 그의 여자친구, 애나벨과 지내기 시작한다.  

 

 

 

 

사회에서 격리된 곳에서 5년동안 지내다 돌아온(or 구출된) 아이들의 상태가 멀쩡할리가 없다. 빅토리아는 어떤 정신과 의사(? 였는지 직업은 자세히 모르겠다) 와 인터뷰를 하고, 관찰을 받고, 비디오 영상으로 찍히기도 했다. 그의 호기심과 열정어린 연구로 인해 사건의 실마리를 얻고, 결말로 이끌어지긴 한다.

 

이 영화에서 공포의 대상은 '마마'라는 존재다. 영화 초반부에선 그 존재를 잘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삼촌네 집으로 온 아이들이 '마마'라고 부르는 존재는 삼촌의 여자친구, 애나벨이 아닌 다른 존재다. 아이들이 집으로 오고부터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애나벨은, 그 존재의 정체를 결국엔 알아낸다.

 

  

 

애나벨 역 제시카 차스테인

 


 

릴리 역 이자벨 넬리스. 영화에서 나방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입주변은 거무잡잡하다.

 

 

 

 

영화의 전반적인 색채나 분위기가 몽상적인 인상을 주었다.

 


 

 

 

 

오두막에서 아이들의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해서, 많은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궁금한 것도 많다. 릴리의 회화능력이 단어만 나열하는 것과 달리, 언니인 빅토리아는 말을 유창하게 잘한다. 빅토리아가 심심해서라도, 오두막에서 지내는 5년 동안 무슨 말이든 동생에게 했을텐데, 릴리의 언어능력은 성장하지 않고, 많이 모자랐다.  

 

 

 

그리고 왜, 릴리는 침대 밑에서 잠을 자야 했던 걸까. 편안하고 아늑한 밝은 공간으로 옮겨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매일 침대 밑에서 잠이 든다. 유아기의 성장이 제대로 되지 않는 탓일까. '사람' 엄마에게서 보호받지 못하고 돌봄을 받지 못했던 릴리는 엄마의 젓을 빨고, 뭐든 입에 넣어 확인해보는 구강기의 정신연령에 멈춰있었다.

 

그럼에도, 따뜻한 체온과 심장박동 조차 없는 귀신의 존재에게 환한 미소를 보이는 릴리다. 한번은 애나벨이 집 밖에서 잠자고 있는 릴리를 집으로 데려와 힘껏 안아준다. '호' 하면서 따뜻한 입김을 불어가며 릴리의 차가운 몸을 데워주는데 처음엔 릴리는 완강히 거부하다가 이내 애나벨의 따스함을 받아들인다.

 

이런 교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릴리는 귀신 엄마를 따라간다.

 

귀신 '엄마'의 억울한 역사는 영화의 말미에서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정신병원 같은 곳에서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탈출하다, 쫓기는 상황에서 낭떠러지에 닿게 된다. 뒤로 돌아가면 분명 아이를 뺏길테니 그녀는 죽음을 택한다. 그런데 그녀는 죽는 순간까지 아이를 안고 있지 못했다. 아이를 데리고 하늘로 올라갈 수 없었던 그녀는 귀신이 되어 그 근방을, 수십년 혹은 수백년의 세월동안 아이를 찾아 헤맸을 것이다. 그러다 숲속의 오두막으로 아빠와 함께 온 빅토리아와 릴리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귀신엄마는 자신의 아이들을 데려간 삼촌, 그리고 그의 여자친구 애나벨을 질투를 한다. 아이들 곁을 떠날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엄마의 아이에 대한 소유욕을 귀신엄마를 통해 표현하고 했자면, 이 영화는 대략 실패다. 소유욕이란 강한 욕망과 애나벨의 아이에 대한 사랑이 대결 구도라고 본다면, 조금 약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귀신 엄마가 나타나 애나벨을 괴롭히려고 하면 빅토리아가 "마마, 안돼요." 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 목소리를 들은 귀신 엄마는 애나벨을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진 않았다. 여자주인공이니, 한번에 죽으면 안되니까... 그런가.

 

무튼, 소유욕의 미친 욕망이, 아이의 울부짓음에 주춤할 수 있다는 건 이해가 안 간다. 광기와 마찬가지일 소유욕을 살리는데 조금 아쉬운 장면들이 있었다. 

 

게다가 귀신 때문에 놀라 뒤로 굴러버린 삼촌이 혼수상태에 있다가, 꿈에 형이 나타나서 아이들을 살려달라고 전하는 메세지를 받는다. 감수성이 풍부한, 화가라는 직업을 가진 삼촌이 5년이 지나서야 그런 꿈을 꿨다는 게 억지스러웠다. 게다가 여자친구와 상의도 없이 혼자서 숲속의 오두막으로 향했다는 것도 생각지 못한 선택 같았다. 더 억지인 것은, 애나벨이 귀신의 정체와 문제의 해결방법을 알아내고 남자친구한테 메세지를 보내고 난 후였다. 애나벨이 차를 몰고 오두막 근처로 향했을 때, 산길 어딘가에서 남자친가 '헉' 하고 나타나 합석했다. "나 네 메세지를 듣고 기다리고 있었어."라면서... 

 

결말로 가면서 탄탄하게 쌓았던 이야기의 구조가 조금 삐걱대는.. 기분을, 이때 받았다. 아쉬웠다. 

 

 

무튼, 삼촌과 애나벨은 절벽에 있는 아이들을 찾아냈는데, 귀신엄마의 제물로 바쳐지기 직전의 상황이었다. 이때 애나벨이 귀신엄마의 원래 아기의... 해골. 보자기에 쌓인 아이를 건네주고, 귀신엄마는 평생의 한을 그제야 씻은듯 행복해하며 세상에서 사라지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릴리는 '마마' 를 외치고.

 

'그래, 내게도 너희는 자식들이지.' 낳은 정은 없지만 기른 정(?) 이 있었던지 귀신 엄마는 두 아이를 기여코 데려가려고 한다. 하지만 빅토리아는 애나벨과 함께 있는 것을 선택했고, 릴리는 귀신엄마와 함께 가는 것을 택했다.

 

귀신엄마와 함께 절벽아래로 떨어지면서, 엄마를 보며 환하게 웃는 릴리의 장면은 애잔하면서도 서글프게 다가왔다. 

 

 

 

 

 

아역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일까.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의 몰입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었지만, 아이들의 연기가 너무 좋았어서 그런지 여운이 남는다.

두 아이의 열연이 없었다면, 아마 영화에 대한 정보를 더 찾지도 않고, 제목 또한 기억에 남지도 않았을 것이다.

 

장르가 공포이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무섭지는 않다. 후끈후끈한 여름밤, 더위를 살짝 가시게할만큼의 공포물인 [마마].

아~주 잘 완성된 영화는 아니지만, 한번 보는데 시간이 그리 아깝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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