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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을 여행하는 세 가지 방법] 여럿이, 사교적으로, 공정하게

Yildiz 2014. 7. 19. 02:38

 

 

 

#나에게 스페인이 특별한 이유

 

여행을 하다 보면 또는 여행을 다녀와서 가끔 듣는 질문은 "어디가 가장 좋았어요?"라는 물음이다.

굉장히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다. 질문자의 취향과 의도에 따라서 답이 유동적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아니면 그때그때 내 기분에 따라 답변은 유야무야 얼렁뚱땅 넘겨버리고 만다.

"그런건 대답하기 너무 어려워요."

"뭐라 꼭 집어서 말할 수가 없겠네요." 라며.

 

하지만 질문을 좀 더 자세하게 할 경우, 예를 들어 이렇게

"여행 다녀온 곳 중에서 살고 싶은 곳이 있었나요?"라는 경우는 예외다.

 

이런 질문을 들었다면 난 눈에서 레이저를 쏘며 대답할 것이다.

"네!!! 당연하죠!! 전 스페인 세비야에 가서 살고 싶어요. 바르셀로나도 괜찮을 것 같구요.

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이곳도 좋은 곳이에요."라며 상대방이 원하는 대답 이외의 말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동안의 여행국가 중, 먹고 자고 하는데 시간을 보낸데는 터키가 4개월 가량으로 가장 길고, 스페인은 2달 안팎의 나날을 여행했었다. 정든 것으로 치면 터키가 갑일 텐데 왜 스페인이 갑이냐고 묻는다면,

"전 무언가를 느꼈어요." 라는 의미심장한 대답을 남기며 혼자 히죽히죽 웃고 말 것이다.

 

아, 이 글은 책을 소개하려고 쓰는 글인데 이렇게 혼자 문답하다 보면 너무 길어질 것 같다.

그래서 스페인에서 내가 느꼈던 것 중에 한 가지만 쓰는 게 낫겠다.

 

바르셀로나에서 7일정도 자유여행을 했었는데, 어느날 문득

길을 걷다 이런 생각이 들었었다.

 

'여기에 와서 그렇게 돈 많이 벌지 않아도 좋으니까,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아도 좋을 것 같다.'

 

누군가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고,

내가 그리는 그림이 엉망진창이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스페인에서는 말이다.

 

 

#겁쟁이+환상+완벽주의 = You have nothing  

 

한국에 돌아와선 나름 꿈을 위한답시고 혼자 스페인어 공부를 하기도 했었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마음속으로 열망을 간직했으나 그 불꽃이 더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스스로 부채질을 하는데 지쳐버린 모양새였다.

 

어떻게 보면 난 '한방'에 훅, 하는 것을 원하는- 완벽주의자적인 기질 때문에 스스로를 '스페인'에 잠깐이라도 가는 것이 무언가 부족한 것이라 생각해 왔던 것 같다. 다시 스페인에 가게 된다면, 한국으로 돌아오기 싫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충분한 밑천이 있어야만 갈 수 있도록 스스로를 허락할 수 있는 곳이 스페인이었다. 그래서 '가장 살고 싶은 곳'이 스페인이었지만 2011년엔 굳이 스페인을 가지 않고 다른 유럽국가만 방문했었다.

 

거기다 나이를 먹을 수록 커져만 가는 두려움 덩어리는 '모험', '도전'이란 단어 앞에 주눅 들게 만들었으니.

 

아무리 그동안 내가 '스페인'을 염원했어도, 결국엔 현실 도피용인 파라다이스로서의 역할만 하는 곳이라면

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내가 아무리 '개꿈'을 꾸고 있었다 하더라도 완전한 겁쟁이는 아니었다.

 

이번 여름, 까미노를 두번째로 도전을 해보고 세비야에 가서 최대한 있을 수 있을 때까지 지내보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하는 여행에 대한 회의와 식상함을 느낀 나머지, 비행기표를 취소하고 말았다. 그래서 난 지금 한국에 있다.

 

"전 세비야에 가서 춤을 배울거에요"라며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말했던 때가 5개월 전의 얘기인데...

스스로 내뱉은 말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서 적잖은 부담감을 느꼈다. '공증'인들을 만들었으니, 내 자신에 대한 신뢰를 위해서라도 '약속'은 지켜야 할 게 아닌가?

 

이런 생각 때문에 한국에 돌아와서도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두려움 앞에서 꼬리를 내렸던 비겁함을 조금이나마 만회하고자, 서점에서 책을 둘러보다 내 가슴에 콕 들어온 제목이 있었으니.

 

<스페인을 여행하는 세 가지 방법>

 

땋!!!

뜨앗!!!

 

바로 이 책이다, 내게 필요한!! 직감을 느낀 나는 바로 책을 구입하였다.

 

 

 

 

 

#꼭 '스페인'을 여행하는 방법만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책을 주욱 읽고 나면 글쓴이가 알려주는 방법 세가지 <탑덱Topdeck, 카우치서핑Couchsurfing & 에어비앤비Air BnB, 공정여행>이 꼭 '스페인'을 여행하는 방법으로 정의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영국을 여행하는 방법일 수도 있고, 프랑스, 이탈리아 등등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데도 꽤 괜찮은 방법 중 하나일테니까.

 

 

<탑덱>

여행 기간 내내 전용버스로 이동하는 영국 여행사의 프로그램, 세계 각국에서 모인 여행자들과 함께하며, 베테랑 현지 가이드와 드라이버도 함께 다닌다. 남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외국 문화에 관심이 많고 영어 실력 향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적당하며 만18~39세면 참여가 가능하다. 숙소 스타일 등을 본인의 취향에 맞게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저자는 탑덱의 국내 총판인 <신발끈 여행사>를 이용했다 한다.

 

<카우치서핑>

여행지의 현지인이 여행자를 거저 재워주고, 운 좋으면 가이드까지 해주는 비영리 커뮤니티. 평범한 관광이 아닌 현지인의 일상생활을 함께 체험하고 싶은 여행자들에게 새로운 여행 방법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에어비앤비>

현지인의 집에서 머문다는 점은 카우치서핑과 동일하나 숙박비와 수수료를 지불한다는 점이 다르다. BnB는 Bed&Breakfast의 줄임말이다.

 

<카우치서핑과 에어비앤비의 차이>
카우치서핑에서는 호스트가 어떤 사람이고 나와 얼마나 대화가 잘 통할지가 숙소를 정하는 핵심 포인트라면, 에어비앤비에서 내가 묵을 숙소가 얼마나 좋은 위치에 있고 매력적인가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중략) 사실 카우치서핑과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복불복이다.

 

<공정여행>

여행자와 여행대상국의 국민들이 평등한 관게를 맺는 여행. 생산자와 소비자가 대등한 관계를 맺는 '공정무역'에서 따온 개념이다.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를 이용하고 현지에서 생산되는 음식이나 물건을 구입하면 누구나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공정여행자가 될 수 있다. (더 알고 싶다면 책<희망을 여행하라> 참고)

 

출처 : <스페인을 여행하는 세 가지 방법> (살짝 수정해서 올림)

 

여행 중 한인민박을 전전하거나, 호스텔의 도미토리를 전전하면서, 어떤 때는 홀로 또는 무리지어 하는 여행에서 식상함을 느낀다면? 좀 더 외국인 여행자들과 교류를 하고, 현지 사람들과 소통을 통해 그 나라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위의 <세 가지> 방법 중 하나라도 시도해볼만 할 것이다.

 

카우치서핑은 원래 알고 있었던 커뮤니티이지만, 그동안 용기가 없었어서 한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건데 이번 책을 읽고 용기를 얻었다. 권태로움의 모래언덕이 산처럼 쌓이던 내 '여행'의 사막에 단비가 내린 기분이다.

 

 


일몰의 그라데이션과 하늘에 전깃줄 마냥 그어져 있는 구름,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바다와 하늘이 너무 예뻐서 사진을 응시했다. 저자의 행복감이 사진을 통해 전해진다.

 

 

 

#동병상련  

 

이 책의 주제는 처음부터 끝이 일관된다고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여행책이니 여행의 주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다 해야겠다. Socia소셜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한 여행은 소셜로 끝난다. 여전히 진행중인 여행이기도 할 것이다. 


진정, 작가는 아무래도 초기의 여행 때보다 더 깊어지고 넓어진 것 같다. 글에서 묻어나는 것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초반에 '응??.. 뭐지??''라는 반응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갈수록 진지해지는 저자의 물음에 대해 나는 스스로에게도 질문하고 답을 하느라, 자판기를 연신 두들겨 대야했다.

 

 

언젠가 내가 스페인을 떠돌고 있을 때, 바르셀로나의 어느 작은 골목에서 우연히 이 작가를 만난다면?

 

'기다리고 있어어요.' 이런 느끼한 멘트를 날리며 작가에게 인사를 건네고 싶다.
가까운 까페에 가서 연신 수다를 떨고 싶게 하는 이 유쾌한 언니 덕분에 내 배꼽이 도망갈지도 모르겠단 상상도 해본다.

나와 비슷한 나이에, 내가 좋아하는 스페인을 여행하고, 스페인을 그리워하는 동질감이랄까.

꺄르르 웃으면서 대화를 즐길 수 있는, 어쩌다 만난 한국인 동생. 아니, 동병상련의 여행자. 여기 있습니다. 여기! 
 

 


스페인을 여행하는 세 가지 방법

저자
김별 지음
출판사
뜨인돌 | 2014-03-14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여행서가 갖춰야 할 첫 번째 요건은 오직 그 책을 통해서만 접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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