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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Searching for

길을 잃어도 괜찮아

Yildiz 2014. 7. 5. 03:14

    

 

 

Nikon F3, Ektar 100 @ McLeod Ganj, Himachal Pradesh, India, 2014

 

 

 

 

 

#여행?!... 

 

잦은 여행, 여행의 집착에 대해 스스로 자주 묻곤 한다.

여행을 자주 가기 때문에, 정말 내가 여행을 좋아하고 즐기는지에 대해서도 묻곤 한다.

 

대학교 4학년 때 휴학하고 첫 해외여행을 결심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땐 "대학생이면 배낭여행은 꼭 해봐야한다." 라는 누군가의 말을 성경 말씀처럼 믿고 따랐기 때문에 가능했다. 초행임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오랫동안 외국물 먹고 오겠다고 6개월 계획 세우고, 결국엔 8개월 넘겨서 돌고, 돌아다니다 집으로 왔었다. 그게 벌써 6년전의 일이 되어가고 있다. 돌이켜보면 무모하기도 하고 용감하기도 했다. 지금와서 그렇게 여행하라면, 쉽지 않을 것 같다. 아마 나이에 맞는 여행 스타일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젠 혈기왕성한 스무살 초반의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니, 기분이 든다기 보단 확신에 가깝다고 하는게 더 솔직한 심정이겠다.

 

여행을 좋아한다고 해서 국내 여행을 자주 하는 것도 아니었다. 한번 외국을 오래 다녀온 내게 있어, '결정적 한방'이 중요했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오랫동안- 길게- 다녀올 수 있는 여행. 그렇다고 남들 다 가는 그런 여행 말고, 나에게 의미있는 여행을 원했었다.

 

 

 

#2014년 1월의 여행 후

 

하지만 '초심자의 행운'을 모두 다 써버린 탓일까.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 호기심, 즐거움보단 허탈함과 후회들로 범벅이되는 여행도 하기 마련인가보다. 삶이 여행과 같은 것처럼. 단물만 쏙쏙, 쭉쭉 빨아먹는 도둑심보는 허용되지 않았다.

문자로만 '삶은 여행'이라 적었지만, 쓴물, 매운물도 한 바가지 마셔보니 여행을 통해 기대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여행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조금은 경계가 넓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우리는 돈으로 여행을 한다. 여행을 막연히 '자유'의 행위 중 하나라 생각했지만 일시적인 선택적 자유라고, 그걸 '돈'으로 사는 거라고 어느 철학자가 말했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여행이란 소비의 한 종목이라는 말을 절실히 실감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유목인들에게 있어 여행이란 돈을 이용하여, 인터넷 또는 책에서 제공되는 정보를 이용하여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자신의 심상을 따라 혹은 자연을 관찰하는 법을 배워 새로운 곳에 갔을 거란 생각이 든다.

 
현대사회에 교통수단이 편리해져 지구 반대편까지 가는데 시간과 비용이 그리 많이 드는건 아니지만 사람들은 그런 기회를 잘 이용하기 보단 최대한 떠나지 않는 것에 만족하는 것 같다.

 
평생을 살아야할 집, 그 집을 구매하기 위해 지불해야하는 시간과 비용을 위해 돈을 모으고. 매 분기 새롭게 기능이 향상되어 출시되는 가전제품, 자동차 그리고 티비 광고에서 쉴새없이 존재하는 제품들은 우리의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광고 속 아름다운 모델들은 우리가 그것을 가져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달콤한 말로 우리를 현혹시킨다.

 

그렇게 많이 가지면 가질 수록, 자신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 물건들을 버리기 힘들어 쉽게 떠나기 힘들어진다. 애써서 가진 것들을 두고 어디를 간단 말인지. 아깝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얻기 위해 써야했던 거액의 돈을.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쉽게 잊는 것들이 있다. 아무리 비싼 돈을 주고 명품가방을 산다고 한들, 그것은 그저 가방일 뿐이고, 나는 그 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람일 뿐. 내가 정말 소중히 여겨야 하는게 명품가방인지, 아니면 단 한번 뿐인 오늘의 휴식시간, 삶의 하루인지. 우리는 가치 겨루기에 스스로 눈속임 당하기도 한다. 물건에 눈이 멀어 진정 자신을 보지 못하게 된다.

 

 

 

#호모 노마드 - 유목민 유전자  


 

우리에겐 모두 태생적으로. 머나먼 조상들에게 받아온 유전자가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길을 떠나며, 살아야만 했던 유목민이었던, 조상의 유전자.
그 유전자는 단촐한 짐을 꾸려, 지내던 곳을 홀연히 떠날 수 있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두고 온 것들이 몇 개인지 세우는 것에 골몰하는 것이 아닌, 내가 가야할 길이 어느 방향이고, 하늘의 먹구름은 무엇을 뜻하는 것이고, 공기의 온도는 얼마나 되는지를 느끼는 것. 과거에는 이것이 전부였는지도 모른다.


현대 사회는 어떤가. 우리는 늘 다니던 길만 다니고, 모르는 길은 스마트폰으로 쉽게 검색하여 실패없이 찾아갈 수 있다. 문명의 발달로 인해 우리가 얻게 되는 편리함 이면에는 우리가 길을 잃어가면서 만날 수 있는 것들을,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경험하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새로운 사람과의 대화도 단절되고 있다. 스마트기기의 보급률이 높아지다보니, 여행자가 많이 몰리는 곳에는 와이파이를 쓸 수 있는 곳이 많아졌다. 라오스 남부의 작은 섬에서조차 와이파이를 문제없이 쓸 수 있는 것이 당연해졌다. 와이파이가 되느냐, 되지 않느냐는 여행자들의 숙소와 식당 선택에서 있어서 필수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여행자들끼리 만나 이야기 하는 풍경 더하기 홀로 까페에 앉아 태블릿 피씨에 코를 박고 있는 여행자 또한 있다.

내 모습도 후자에 가까웠으니 뭐라 할 말이 없다. 이런식으로 여행을 해나간다면 앞으로 길을 잃을 때 우리가 만날 수 있는건.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

다시 업뎃. 2014년 7월. 


길을 잃고 있다. 여행을 많이 한다고 해서 길을 알게 되는게 아니라

여행을 하면 할수록 길을 더 잃어버리는 것 같다.

 

여행을 자주 하면, 내가 가야할 길을 잘 알게 될 것 같았지만 오히려 딱히 정해진 답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어디로 가야 잘하는 건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안타깝단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방황하고 헤맬 수 있다는 게 나쁘지 않은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지금 이렇게, 길을 모른 채 걸어도 괜찮다고. 스스로 토닥이기.  

 

 

 

 

 

+PLUS

함께 읽으면 좋을 문장

 

1년에 한번씩, 혹은 두번에 걸쳐서까지.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을 무작정 읽기 시작할 때가 있다. 마음 쉴 곳이 없다고 여겨질 때 그의 작품을 찾게 되는 걸까. 여행 중에 여행을 헤매고 있을 때, <포르토벨로의 마녀>를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만나게 된 문장.

 

 

… 아직 더 많은 걸 배우게 될 거다. 비록 집과 도시와 직업에 갇혀 살아가지만, 아직 우리의 핏줄에는 마차와 여행과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위대한 어머니가 우리의 길에 예정하신 가르침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야. 배우렴. 하지만 늘 네 주위 사람들과 함께 배우도록 해. 혼자서는 그 길을 가지 않도록 조심하고. 그러지 않으면 자칫 잘못된 길에 들어섰을 때, 너를 바로잡아줄 이가 없을테니까.


 

- <포르토벨로의 마녀> 파울로 코엘료

 

 

++PLUS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철학자의 여행법

저자
미셸 옹프레 지음
출판사
세상의모든길들 | 2013-03-1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역사를 보는 새로운 관점 ; 여행하는 자 Vs 정착한 자서로 대...
가격비교

 

 

: 언제 어디서 이 기사를 찾았는지 모르겠지만 기사 페이지가 즐겨찾기 되어 있어 다시 들어가 보았다.

 '유목민'이란 나의 생각이 저자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공감한다.

 

[책과 삶]어디로 여행가느냐가 아니라, 왜 가는지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방법(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3222124165&code=900308)

 

 

 

+++PLUS

함께 들으면 좋을 음악

 

<길을 잃기 위해서> song by 좋아서 하는 밴드

 

: 왠지 모르게 몸이 축 쳐지고, 기운이 나질 않을 때,

 왠지 모르게 우울 모드에 들어선다고 느껴질 때,

 그럴 때 한번 주욱 들어보면 힘을 얻게 되는 '좋아서 하는 밴드'의 음악.

 

담담한 마음 가짐으로,

혹시나 하는 마음 가짐으로,

위로 받는 기분으로 들으면 좋을 노래.

 

 

 

 

 

 

길을 잃기 위해서 - 좋아서 하는 밴드

 

너라는 존재가 작게 느껴질 때

세상은 더욱 더 커보이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우리들은

사랑해도 사랑하지 않는다

말을 해

 

너라는 존재가 어둡게 보일 때

세상도 왠지 좀 칙칙하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우리들은

미워해도 미워하지 않는다

말을 해

 

어느새 어른이 다 되었나

나는 더 외로워졌는데

어느새 아이가 되어버린

추운 봄날에 우리 길을 떠나네

 

길을 잃기 위해서

우린 여행을 떠나네

어떤 얘기도 하지 않고

어디론가 걸어가네

네가 나를 떠난 것도

내가 널 그리워하는 만큼

다시 돌아올 수가 없는 여행을 멀리 떠난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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