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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미래를 생각하지 말게, 현재를 즐기시게나 본문

소소한 일상/영화수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미래를 생각하지 말게, 현재를 즐기시게나

Yildiz 2014. 7. 20. 11:12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2014)

The 100-Year-Old Man Who Climbed Out the Window and Disappeared 
7.5
감독
펠릭스 헤른그렌
출연
로베르트 구스타프손, 이바르 비크란더, 데이비드 비베리, 미아 스케링거, 알란 포드
정보
어드벤처, 코미디 | 스웨덴 | 114 분 | 2014-06-18

 

 

영화를 보기 전에 먼저 소설을 읽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재미있었다. 100세 노인, '알란 칼손'씨는 요양원에서 도망친 후, 길에서 만나게 된 사람들과 하는 여행이야기와 노인의 어렸을 적부터 요양원에 가기 전까지 세계 주요국을 '어쩌다' 아무 '계획' 없이 방문하게 되면서 역사적인 인물과 사건들을 경험하는 내용들이 흥미진진하다. 어려운 상황에서 대처하는 이 노인 '알란 칼손'씨의 행보는 단순하고 명쾌했다. 

 

 

 


우선 그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분명히 안다. 그는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리는 것에 몰입한 나머지 불의의 사고를 내고 만다. 그래서 정신병원에 갇히게 되고, 결국엔 엉뚱한 박사에 의해 거세를 당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일이 그렇게 된 것을 어찌하리. 그는 '그렇게 되고 말았다.' 체념아닌 받아들임으로 순간순간을 살아간다. 이것은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남긴 마지막 말이 삶의 철학이 되었기 때문이다.

 

"세상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일 뿐이란다."

 

 

영화가 곧 개봉할 거라는 소식에 소설 속 천방지축 종횡무진하는 노인의 사건들을 어떻게 다 표현해낼까 무척 궁금했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의 범죄 수용소를 탈출해서 북한으로 넘어가 김정일과 김일성을 만나는 대목은 과연 어떻게 표현이 될까. 기대했었는데...

 

소설을 시나리오로 각색하면서, 촬영하기 힘든 나라에 대한 에피소드는 전량 폐기 처분 되었다. 그래서 이란, 북한,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던 배에서의 에피소드등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스웨덴 영화라 그런지, 어쩌면 스웨덴의 유머 정서가 담긴 영화가 아닌가 싶은게 만약 이 영화를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를 한다면 좀 더 다르게 표현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평은 소설만큼은 못하다는 것이다.

소설을 읽고 난 후 기대하고 본다면 내심 실망할 것이다. 소설 속 인물의 성격을 그대로 완전히 표현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알란 칼손씨의 캐릭터는 잘 살린 것 같은데, 이외 다른 조연들의 성격들이 바뀐 부분이 많다. 그러다 보니 영화속 이야기의 전개는 소설 속의 전개와 다를 수 밖에 없었다. 소설에서는 실종된 노인을 찾는 언론과 형사의 행보가 긴박함과 긴장감 같은 것을 조금 주었는데, 영화속에서는 노인이 실종되든 어쩌든, 태평한 느낌을 들게 했다.

 

아마 소설을 그대로 영화로 옮기고자 했다면 1탄, 2탄까지 나와야할 분량이기도 했을 것이다.

 

 

인상 깊게 재밌게 본 장면 중 하나-

 

빨간 머리 여자 '구닐라'의 전 남자친구가 파란색 꽃이 그려진 접시를 가져가겠다며 집으로 찾아왔다가

그녀가 다른 남자와 있는 것을 보곤 혼자 굉장히 괴로워하는 씬. 자동차 안에서 울부짖는 포효가 슬프기 보단 애처로워서 눈물이 날 만큼 웃겼다. (소설에는 없는 내용이닷)

 

 

재밌게 본 장면 둘-


 

실종된 부하들과 트렁크를 빼앗기 위해 범죄자용 발찌를 절단하고 노인 일당을 찾으러 과속으로 운전을 했던, 두목. (이름이 뭐더라.긁적;;) 그가 교통 사고로 인한 뇌진탕으로 기억을 잃게 되고, 예기치 못한 사고 때문에 노인 일당들은 그도 어쩔 수 없이 여행에 데리고 가기로 했다.


알란 칼손의 절친이었던 러시아 과학자 '유리'의 아들 (원작에선 유리의 아들의 역할이 그리 비중있지도 않고, 실직적인 역할이 없다.) 이 비행기로 그들을 태워 어디로 데려가려 한다.


하지만 어디를 가야할지도,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별 생각이 없는 알란 칼손의 일당들. 위험 상황에서 멘붕이 일어나지 않고 침착했던 사람은 알란 칼손 뿐이었으니. 그는 조직의 일원 중 한 명이 코끼리 엉덩이에 깔려 압사 당했을 때도 혼자 초연히, 코끼리 '소냐'와 함께 강가로 수영하러 갔으니 말이다.


뇌진탕 당한 두목에게 알란 칼손이 물었다.

"어디 가고 싶은 곳이 있어?"

"글쎄요..."

"생각나는 곳 어디든."

"음.... 발리?"

"그래? 발리!."

 

 

그래서 그들은 발리로 휴양하러 가게 되었다. 엄청난 액수의 크로나가 들어있는 트렁크와 코끼리'소냐'도 함께.

 

 


엔딩씬에 알란 칼손씨, 100세를 살고 있는 노인이 우리에게 모두 해주고픈 멋진 대사가 나온다.

원작에선 그렇게 소심남이 아닌 베니가 빨간머리 여자 '구닐라'에게 사랑고백하는데 시간을 질질 끌며, 주저하고 있을때

알란 칼손이 그에게 말한다.

 

" 소중한 순간이 오면 따지지말고 누리게... 우리에게 내일이 오리란 보장은 없으니까."

 

 

 

영화 죽은 시인들의 사회의 캡틴, 키팅 선생님의 "카르페 디엠, 현재를 즐겨라." 와 같은 맥락의 문장이다.

하지만 인자한 키팅 선생님과 달리 이 스웨덴 할아버지, 어찌 보면 위험인물이다.

 

그가 가는 곳에, 어째 운 없고, 못된 짓을 하며 산 사람들은

정말 어쩌다- 어쩌다 보니 죽게 된다.

 

그래서 '인생무상'을 덩달아 느낄지도 모르겠으나,

그럼에도 살아있는 순간들을 최대한, 살아내자는 것.

흘러가게 둘 일은 알아서 가도록 두고 세상 만사는 그 자체라는 '알란 칼손'씨의 삶의 철학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다.

 

쉬운 경지의 세상살이 마음가짐은 아니지만, 자기 집을 폭파할 정도로 '가진' 것에 대한 집착도 없고,

어디로 갈 지에 대한 '계획'이 전혀 없을 수도 있는 것. 받아들이고 놓을 줄도 아는 '알란 칼손화' 되어 가는 과정을

 

나도 조금은 실천해보고 싶다.

 

영화가 소설만큼은 아니었지만,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 중 하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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