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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Searching for

소년을 위로해줘

Yildiz 2014. 6. 10. 02:06



Canon AE-1, Fuji clolor superia x-tra 400 @ Kochi, India, 2014





어느날 해변가를 걷다 소년은 빨간색과 파란색 요구르트 병을 발견했다.
그것은 위험한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었지만
소년은 호기심에 못 이겨 그 중 한 요구르트병을 원샷했다.

아뿔사.
요구르트의 달짝지근하면서도 쌔한 맛이 그를 행복하게도 했고, 불행하게도 하였다.
아무리 해변가를 걷고 또 걸어도 다시 그 요구르트병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이로써 소년은 태초로 슬픔이란 것을 알았다.


소년이 바다에게 말했다.
- 나의 슬픔이 어디론가 가 버렸음 좋겠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바다가 소년에게 말했다.
- 내 품 안으로 들어와. 나의 철썩거리는 물살이 너의 슬픔을 조금씩 담금질 해 줄거야.
그렇게 내 품 안에서 너의 슬픔을 녹여보렴.


하늘에서 듣고 있던 달이 바다에게 말했다.
- 바다야, 모든 슬픔을 네가 담기엔 이미 짤 대로 짜지지 않았니?
그러지 말고, 소년아.

너의 슬픔을 나에게 보내 보렴.
너의 어둠을 나에게 보내는 만큼
난 세상의 어둠 속에서 너의 아픔 만큼 밝아질 수 있어.


바다의 출렁거림이 주는 멀미가 무서운 소년이었기에
달이 소년에게 한 말은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다.
소년이 말했다.
- 하지만 말이죠. 달님.
그렇지만 당신은 밤이 되어야만 오롯이 당신의 빛을 낼 수 있어요.
낮 동안에도 닥쳐올 저의 슬픔을 태양 아래 두기엔 너무 약한 것 같아요.


소년의 말을 들은 달은 구름에게 물어보았어요.
- 구름아, 구름아.
혹시 세상을 여행하다 만난 슬픔이 있더냐.

구름이 답했다.
- 그거야 많지요. 세상에 사는 모든 사람, 모든 동물의 수만큼 한 가지씩은 다 있더이다.
그들의 슬픔이 짜내준 영혼의 눈물로
내가 지금 이렇게 하늘을 둥둥 떠다니지요.
너무 많은 슬픔으로 비만이 될 것 같으면 지상으로 시원하게 흘려보냅니다요.

참, 방금 전에도 건넌마을에 한 소녀가 그리 울더라니까요.
왜 우냐고 묻는데도 말이 없어요 쳇.

구름은 한껏 수다를 떨다 급한 용무가 있다며 다른 마을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소년은 구름과 달이 하는 말을 유심히 듣다 이내 궁금해졌다.
구름이 만나고 온 소녀의 슬픔은 무엇일까.

슬픔의 색깔이 같을 수 있는지
슬픔의 크기가 같을 수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진 소년은
엉덩이에 묻은 모래를 탈탈 털고
구름이 온 방향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구름이 온 걸음걸이보다 한참을 걷고 걸어 도착한 해변가에
이젠 다 울어버려 기력이 소진된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못다 푼 코를 훌쩍이면서 그녀를 향해 다가오는 소년을 보았다.

슬픔의 무게를 등에 엎고 온 소년은 지친 나머지 소녀 앞에서
헛발질을 하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순간 손으로 콧물을 닦던 소녀는 잽싼 놀림으로 소년의 가슴이 쓰러지지 않도록
가져다 대었다. 아니 손을 가져다 대었다기 보단 소년이 자신 어깨 위로 머리를 박을까봐 힘껏 막았다.

소녀는 손에서 느껴지는 소년의 슬픈 열기를
소년은 소녀의 손에서 나는 알싸하면서 단 슬픔의 냄새를
바다가 나즉이 들려주는 파도소리와 구름이 보내온 축축한 바람
달이 보낸 온화한 빛과 함께 포개지며.

그들은 서로를 냄새 맡고 서로의 감촉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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