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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Searching for

I am in Arambol, India

Yildiz 2014. 3. 16. 13:11



2014년 3월 13일 ~ 15일 일기



13일 아침. 다시 고아로 왔다. 누가 좋다 어쩌다 하는 평가에 이곳저곳 바지런히 돌아다니기엔 이젠 좀 지쳐서 그랬나. 함피가 좋다하여 와보았지만 고아의 빨로렘 비치를 떠난지 24시간만에 그새 바다가 그리워졌었다.

첫 배낭여행에, 첫 해외여행지였다면 정말 열심히 함피를 돌아다녔을 것이다. 하지만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와 터키의 카파도키아를, 푸시 언덕에서 내려다보이는 평온한 풍경을 자랑하는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을 섞어놓은 듯한 함피는 '와, 인도는 역시 다른 나라인것 같은 곳이 많아.' 라고 말할 수 있는 관광지 중 '내가 다녀온 곳' 이 되었다. 물론, 위에 열거한 다른 곳들이 함피보다 더 낫거나 대치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여행과 내가 가진 에너지의 현재 수준이 그곳과 맞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도 릭샤를 하나 대절하여 돌아다닐 법도 한데, 뭐가 그리 지쳤는지. 아니면 뭐가 그리 내 무릎관절과 발바닥을 게으르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
한나절 더운 함피의 햇빛을 피해 그늘에 숨어 나른한 오후를 보내고, 대부분의 시간들은 발바닥에 대각선으로 나란히 벌레에 물린 흔적과 종아리에 공격당한 모기의 흔적들과 무던히 싸워야만 했다. 아, 게다가 6개월동안 잘 보관해오던 교정 유지장치를 잃어버렸다.

그래서 괜히 더 오래 있고 싶지도 않았던 것도 있다. 잃어버린 게 자꾸 괴로워지기 쉬우니까.

함피에서 가까운 호스펫이란 곳에서 버스가 출발하여 고아 북부의 맙사라는 곳에 아침 8시가 다 되어서 도착했다. 버스 터미널에는 출근하는 건지, 학교에 가는 건지, 많은 사람들과 버스들로 터미널이 북적거렸다. 아람볼에 간다는 버스를 기다려 맨 앞자리에 공간이 넓은 자리에 앉았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구경하는 마을의 이모저모는 흥미로웠다. 도심에서 좀 떨어진 곳에 근사한 빌라와 유럽에서 볼 법한 마당있는 2층집들, 하얀색 성당 등 인도의 또다른 면모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람볼에 도착하여 15분정도 걸어 해변가의 여행자 거리로 왔다. 카메라 가방에, 겨울옷이 든 배낭이 무거운데다, 욕심내서 가져온 기타의 존재가 만만치 않았다. 함께 동행해주고 내 짐도 들어주는 남자친구의 존재가 공기와 같아져서 가끔은 고마운 줄도 모르고 아이처럼 짜증만 부리기도 하지만, 참 고맙다.

해변가에서 좀 더 안쪽으로 들어와 절벽 쪽에 위치한 숙소를 얻었다. 바다를 마주보고 있어서 마음에 든다. 예전에 순례자의 길을 걸었을 때 도착한 스페인의 바닷가 마을, 피니스테레에 갔을 때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매일 해가 뜨는 것을 보는 곳에 살거나, 아니면 매일 해가 지는 것을 볼 수 있는 곳에 살고 싶다고.




뭄바이에 얼른 가서 교정유지장치를 서둘러 하는 것보다 이 곳 아람볼에서 더 시간을 보내고 싶어졌다. 앞으로 인도 북쪽과 네팔을 가게 될텐데, 그렇게 되면 바다에서 놀 수 있는 기회가 없을터였다. 바다를 다시 보려면 3개월이나 더 기다려야하는데, 굳이 참으면서까지 내가 가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은 미룰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정한 치아가 비뚤어지면 다시 하면 되는데, 내가 지금 인도에 있는 시간은 나중에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지금 이 땅에서 보내는 시간들은 내가 원하는 대로 마음대로 조정하고 되돌리고 앞당길 수 없기에. 조금 더 바다를 즐겨도 될 것 같다. 나를 위해서 말이다.

하릴없이 침대에 누워있으면 창문 밖으로 들려오는 파도소리와 해질 무렵 안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참 예쁘다. 한낮의 더위가 사그라들 무렵, 숙소 앞에 의자에 앉아 잘 움직이지도 않는 손가락을 놀려 기타 연습을 한다. 숙소가 해변에서 좀 떨어져있다고 불평했었는데, 사실 이만한 곳에 이만한 가격으로 지낼 수 있다는 것에 충분히 감사해야겠다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빨로렘 해변보다 파도가 더 거센 아람볼의 바다는 무섭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 빨로렘에선 거세게 치던 파도가 내가 들어가면 잠잠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었는데, 아람볼의 파도는 사정없이 불어닥친다. 아직 난 물과 그리 친하지 않아서 바닥에 발이 닿지 않으면 겁이 난다. 그래서 어느 정도 물을 코로 들이마시고 짠내에 못내 견디겠다 싶으면 서둘러 바다에서 나온다. 바다에서 노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파도 타는 것도 조금씩 익숙해져 가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두렵긴하다. 모래사장으로 밀려오는 바닷물과 다시 빠져나가는 물의 움직임 속에서 몸을 맡기기도 하고, 모래사장에 앉아 모래에 얼마나 많은 금가루가 쪼개져서 있나 손바닥에 올려 놓고 살펴보기도 한다.

빨로렘에는 독일 사람들이 많았는데 아람볼은 해변가로 오는 길에서부터 러시아어로 된 전단지를 발견했었다. 러시아 사람들이 많이 오고, 빨로렘보다 젊은 여행자들이 훨씬 더 많다. 아마 밤에는 여러 바에서 파티가 벌어지겠지만, 아침에 부지런히 일어나서 저녁에 일찍 잠드는 나같은 여행자에겐 일몰을 바라보고, 밤에는 파도 소리를 가까이에서 들으며 한적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면 족하다.

3월 17일은 인도 전역에서 홀리 축제가 열린다. 뭄바이는 물가가 비싸다하니, 홀리때까지는 이곳에 있다 북쪽으로 올라가려 한다.

하루하루가 주말 같다. 늘어지고 싶은 만큼 늘어지고, 자고 싶으면 잠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나중에 다시 일하게 되면 이런 매일 같은 주말이 무척이나 그리워지게 될 것이므로.
정말 아쉽지 않고 후회가 남지 않을만큼 잘 놀고, 잘 쉬면서 여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여행이 그러겠지만, 여행은 나를 위한 것이니 나를 잘 살피면서 지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살도 조금씩 찌고, 피부는 점점 검어져가고, 모기와 이름 모를 벌레에 물려 괴롭기도 하지만
눈 앞에 보이는 것과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것에 다시 집중하면 끊임없이 변하는 자연에 더 가까워지는 기분이다.

나는 지금 인도, 아람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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